통신사업자, IT중소·벤처기업의 이번 협력관계 구축은 법적 구속력이나 강제력이 없는 선언적인 것이기는 하지만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온 중소·벤처기업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함께 나서기로 의견을 모았다는 데 의미가 있다. 특히 양측이 내놓은 가격 중심의 낙찰방식 개선, 수요예보제 도입 등 8대 개선방안은 성실히 이행만 된다면 그간 어려움을 겪어온 중소·벤처기업의 숨통을 터줄 것으로 기대된다.
◇배경·의미=최근 IT산업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중소·벤처기업들이 끊임없이 제기해온 어려움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로 평가된다. 통신사업자는 특히 통신시장의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관행적으로 저가납품을 원가절감 수단으로 활용해왔다. 이에 따라 지난해 IT산업은 수출호조로 고성장을 구가했지만 수출과실은 대기업이 대부분 차지했다. 실제로 지난해 IT생산은 241조원으로 2000년 이후 연평균 13% 가량 증가했으나 IT중소·벤처기업의 비중은 26.7%에서 되레 25.6%로 감소했다. 이번에 내놓은 조치들은 비록 그동안 추진해온 것을 성실히 이행하고 확대하자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성실히 이행만 된다면 중소·벤처기업의 경영환경 개선에 상당한 도움이 될 전망이다.
◇내용=우선 가격 중심의 낙찰방식을 기술력 중심의 종합평가제로 바꿔나갈 예정이다. 품질이 중요한 장비에 대해 품질 기준을 50% 이상 배점에 반영한다. KT는 가격평가요소 대 품질평가요소를 2 대 8로 개선하고 목표근접가격제를 도입할 계획이다. SK텔레콤은 1차 제안서 평가 때 60% 가량의 기술비중을 유지해 나갈 방침이다.
VDSL 모뎀 등 주요 품목에 수요예보제를 우선적으로 도입하고 점진적으로 확대한다. 데이콤은 납기기간을 통상 8주에서 12주로 확대할 방침이다. KT는 수요예보제를 현행 7주에서 12주로 늘려나갈 예정이다. 납품계약시 공급업체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 우수 납품업체에는 무상 AS기간을 단축해 주는 등 우대방안을 강구할 예정이다. 데이콤과 파워콤은 우수 납품업체에 한해 무상 AS기간을 현행 2년에서 1년으로 단축할 계획이다.
통신사업자와 생산업체 간 직거래를 확대할 방침이다. KT·KTF는 원천사 직접 제안제도를 시행하고, SK텔레콤·LG텔레콤·하나로텔레콤·데이콤·파워콤은 기존 직접 납품제를 유지해 나갈 예정이다. 특히 중소기업의 어려운 자금사정을 감안, 현금결제를 확대하고 어음결제기간을 단축할 계획이다. 현재 SK텔레콤·파워콤은 전액 현금결제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며, KTF·데이콤·LG텔레콤 등은 현금결제 기준금액을 대폭 높일 예정이다.
납품기업 지원조직도 운영한다. 구체적으로 SK텔레콤은 기존의 협력사 전담조직인 BR추진팀을 강화하고 별도의 중소기업 지원센터 운영도 강화할 계획이다. LG텔레콤은 파트너십 형성을 전담할 별도팀을 신설하고 KTF는 분산돼 있는 지원업무를 통합, 전담인력을 배치할 방침이다.
◇후속대책 및 전망=정부는 이에 따라 상생적 협력관계 구축을 위한 정책적 지원방안을 지속적으로 강구할 계획이다. 우선 개선현황을 분기별로 점검, 상호 협력관계가 지속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나아가 이 같은 방안을 하도급 왜곡이 심한 SW분야와 국산부품의 경쟁력이 약한 IT제조업 분야 등 전산업 분야로 확산시켜 나갈 계획이다. 이에 따라 수요자인 통신사업자는 기술경쟁력을 보유한 우수 협력업체를 육성, 장기적으로 비용을 절감하고 공급자인 IT중소·벤처기업은 안정된 판로를 확보, 경영의 불확실성을 개선하고 기술개발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 조성에 일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 한 벤처기업 사장은 “그동안 제도가 없어서 고질적인 납품 횡포가 있었던 것은 아닌만큼 이를 준수하고자 하는 대기업의 의지와 실무자의 부담완화 및 이를 위한 시스템화 등 후속대책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일단 통신사업자가 다짐한만큼 현업에서 성실하게 수행되기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승정기자@전자신문, sj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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