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 업계가 중견·중소기업(SMB) 비즈니스를 강화하면서 국내 독립솔루션벤더(ISV)들의 몸값이 올라가고 있다.
대기업 위주의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는 SAP 등 외국계 솔루션 벤더들과의 협력 관계가 중요했으나, SMB 시장은 국내 ISV들의 영향력이 커 이들과 협력을 통해 SMB DBMS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것.
특히 DBMS 시장 부동의 1위인 한국오라클이 국내 ISV와 협력 관계 강화를 위해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면서 경쟁 업체들을 잔뜩 긴장시키고 있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등 DBMS 시장에서 한국오라클에 맞서 시장 점유율 확대를 꾀하고 있는 업체들도 ISV 전략을 새롭게 짜는 등 ISV 확보를 둘러싼 업체 간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한국오라클, 국내 ISV에 러브콜=한국오라클은 다음달 중순 국내에서 처음으로 국내 ISV들을 대상으로 ‘ISV 포럼’을 연다. 이번 행사는 국내 ISV 업체들과 협력관계를 모색하기 위한 자리로, 한국오라클이 SMB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면서 기획됐다.
한국오라클은 그동안 전사자원관리(ERP) 등 자사가 보유한 애플리케이션 업체들과 협력 관계보다는 시스템통합(SI) 업체들과 협력을 통해 국내 엔터프라이즈 시장을 공략해왔다. 하지만 SMB 시장이 주력 시장으로 떠오르면서 ISV와 협력 관계가 절실해진 것이다. 한국오라클은 이번 포럼을 통해 100여개의 국내 ISV와 접촉, 30여개의 파트너사를 확정지을 예정이다.
한국오라클 이석형 팀장은 “모바일, 전자태그(RFID), 금융, 유통 등의 분야에서 기술력과 시장 점유율을 확보한 국내 솔루션 업체들을 ISV 파트너로 선정할 것”이라며 “ISV 선정과 함께 SMB 시장에 대한 공략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DBMS 업계 긴장=한국오라클의 이 같은 움직임은 경쟁 업체들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SMB 시장에서 국내 ISV와 협력해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한국마이크로소프트는 한국오라클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DBMS 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한국오라클의 러브콜에 한국마이크로소프트의 핵심 ISV가 넘어갈 경우 DBMS 비즈니스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는 이에 대응, 64비트 컴퓨팅 지원을 ISV의 유인책으로 내놓고 이들과의 협력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 호웅기 부장은 “오는 9월 출시할 64비트 기반 DBMS 제품인 ‘SQL서버2005’를 국내 ISV에 소개하고 솔루션 탑재를 위한 작업을 진행중”이라며 “64비트 컴퓨팅 시대를 맞아 ISV를 늘리고 지원책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IBM, 한국사이베스 등 주요 DBMS 업체들도 시장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SMB 시장 공략을 위한 ISV 지원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있다.
◇ISV 몸값 상승=덩달아 국내 소프트웨어 업체들의 몸값이 올라가고 있다. 종전에는 마이크로소프트 외에는 DBMS 업체와 협력관계를 맺기가 힘들었으나, 지금은 DBMS 업체가 먼저 협력을 제의하는 상황으로 바뀌었다.
소프트파워 양선혜 과장은 “DBMS 업체들이 국내 ISV들을 초청해 자사 제품군을 설명하고 협력 관계를 요청하는 사례가 과거에 비해 현격하게 늘어나고 있다”며 “국내 ISV들이 DBMS 업체들을 골라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경우도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김익종기자@전자신문, ij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