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 혹은 드래곤은 일반인들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몬스터다. 동양에서는 성스러운 상상의 동물로 여겨 몬스터라는 호칭이 어색할 수 있으나 서양 문화는 용을 부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여 곧잘 ‘악’과 결부시킨다. 용의 모습도 동양과 서양이 다르게 묘사한다.
동양의 용은 머리에 뿔이 있고 몸통은 뱀과 같으며 비늘이 있다. 날카로운 발톱이 있는 네 다리를 가져 춘분에 하늘로 올라가고 추분에는 연못에 잠긴다. 그리고 언제나 입에는 여의주를 물고 있는데 중국인들은 이 여의주에서 모든 힘이 나온다고 믿었다. 용은 여의주를 빼앗기면 평범한 괴물에 지나지 않는다.서양의 용은 거대한 몸집에 커다란 날개를 가진 티라노사우스와 다름이 없다. 팬터지 세계에 빼놓을 수 없는 이 괴수는 최고의 마법을 구사하며 인간을 지배하는 존재로 등장한다. 동양권에서 용을 신성시 여기고 인간이 근접하기 어려운 분위기로 묘사했다면 서양의 용은 인간과 비교적 가까운 존재로 여긴다.
깊은 동굴에 살며 머리가 비상하지만 인격을 갖춰 사람처럼 행동한다. 대부분의 용들은 마법을 깨우쳐 다른 생물로 변신을 하거나 인간에게 해로운 일을 벌이기도 하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인간들이 용을 찾아가 싸움도 벌인다.
기독교의 전설 ‘성 조지의 전투’가 가장 대표적인 예다. 이 이야기는 현실적으로 확인이 불가능하지만 악의 상징으로 인식된 용을 자기 희생으로 평민을 위해 물리친다는 것만으로도 포교에 큰 도움이 됐다.
용은 지크프리트나 아더왕 등 중세의 영웅들 사이에서도 곧잘 악역만 맡는다. 재미있는 사실은 그런 용이지만 기사들은 자신들의 투구와 방패에 용을 새겨 은근히 폼을 잡았다는 점이다. 방패나 깃발에 용을 그렸던 것은 그리스나 로마 시대에서도 이미 나타났고 문장으로 사용하는 전통은 고대 앵글로 색슨족에서 유래됐다는 것이 정설이다.
결국 서양인들은 양면성을 가지고 자신들의 편의대로 용을 입맛에 따라 이래저래 사용해 온 것이다.사마천의 ‘사기(史記)’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등장한다. 하루는 공자가 노자를 만나 여러 가지 대화를 나눴는데 “새들은 날아다니고 물고기는 헤엄쳐다니며 육지 동물들은 뛰어다닌다. 뛰어다니는 것은 덫에 걸릴 수 있으며 헤엄쳐 다니는 것은 그물에 걸릴 수 있고 날아 다니는 것은 화살에 맞을 수 있다. 그러나 용이라는 것이 있다.
용이 바람 속을 어떻게 날아가는지, 어떻게 하늘로 올라가는지 나는 알 수 없다. 오늘 노자를 만났다. 나는 감히 용을 만나고 왔다고 얘기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노자의 위대함을 용에 빗댄 것이다.
그러나 중국에서 용은 주로 황제와 연관시킨다. 황제의 의자는 용상(龍床)이라고 불렀고 얼굴은 용안(龍顔)이라고 썼다. 황제가 죽으면 용을 타고 하늘로 승천했다는 표현을 사용할 정도로 신성시 여겼다. 그리고 최초의 황제는 아예 용이라고 했으며 용의 뼈와 이빨, 침에는 약효가 있어 최고의 명약으로 생각했다.
하늘에 사는 용은 신의 궁전을 등에 지고 다니고 지상에 사는 용은 하천의 흐름을 좌우하고 지하에 사는 용은 보물을 지킨다. 중국인들은 특히 용을 성스럽게 대접했는데 이는 구름 사이에서 빈번하게 용을 발견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믿거나 말거나 용을 실제로 보고 이에 걸맞는 대접을 했다는데 야유를 보낼 이유는 없다.
정설로 세워진 내용을 살펴보면, 서양 용의 기원은 동양으로부터 도입된 것이라고 본다. 서양의 용은 공룡에 가까운 모습으로 표현되고 있지만 과거로 거슬러 가면 단순히 큰 뱀인 경우가 많다. 이집트·아시리아·카르디아·유대 등 서양 문물의 발상지에서는 커다란 뱀이 죽음이나 죄악과 관계가 깊은 괴물로 등장하며 고대 유럽의 신화로 도입돼 키메라나 히드라 등 무시무시한 괴수로 등장한다.
유럽의 일부에서 용은 보물을 지키고 인간에게 유익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생각했던 점을 비춰어 보아 동양의 용이 서양으로 흘러갔다는 것은 신빙성 있는 논리다.결국 용의 다양성은 게임에서 활용하기에 가장 적합한 몬스터다. 팬터지 게임에서 용은 초월적인 악한 존재로 중간 보스나 최종 보스로 곧잘 등장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주인공에게 도움을 주기도 하는데 ‘울티마 온라인’은 용을 애완동물처럼 거느리고 다닐 수 있도록 설정해 인기가 매우 높았다.
‘파이브 스타 스토리스’의 용도 만물의 최고봉이며 강력한 파괴력을 가진 신적 존재로 묘사됐다. 개인적으로 궁금한 점이 있는데, 12지신 즉 쥐, 소, 말, 돼지 등 12가지 띠 중에서 용만 상상속의 동물이다. 과연 용은 현실에서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만약 용의 실체를 밝혀 내면 당장 노벨상을 받을 세기의 발견일 것이다.
<김성진기자 김성진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