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방미인’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포터블(PSP)의 한국 출시가 임박하면서 성공여부가 핫이슈로 떠올랐다.
게이머들은 정식 발매일자가 다음달 2일로 전격 결정되자 곧 등장할 PSP 얘기로 술렁이고 있다.
소니가 플레이스테이션2(PS2)에 이어 지난해 첫 선을 보인 PSP는 현존하는 휴대형 게임기 가운데 최강의 성능을 보유한 전천후 게임기다. 비디오게임은 물론 온라인게임과 영화, 음악까지 다운로드 받아 즐길 수 있다.
더구나 휴대형 멀티플레이어(PMP)의 절반 정도에 지나지 않는 가격 때문에 게이머들뿐 아니라 젊은이들이 잔뜩 기대를 걸고 있다.
소니가 일본, 미국에 이어 세번째로 한국시장에 PSP를 발매하는 것은 그 만큼 한국 신세대들이 디지털기기에 민감하기 때문. 전문가들은 분위기만 잘 타면 디지털카메라나 휴대폰처럼 ‘신세대 필수품’으로 PSP가 각광받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PSP를 이용하려면 하드웨어뿐 아니라 소프트웨어와 통신료 등 비용이 만만치 않은데다 초기 킬러 콘텐츠 부재로 ‘찻잔속 태풍’으로 그칠 공산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엇갈린 전망 속에 PSP의 성적표는 과연 어느쪽으로 향할까. 운명의 날은 다가오고 있다.PSP는 지난해 E3에서 처음 공개될 당시 높은 사양과 성능으로 전세계 게이머들의 눈과 귀를 사로 잡았다. 휴대형 게임기 가운데 가장 큰 4.3인치 LCD 화면을 채택했으며, 16대9의 와이드 화면에선 3D 콘솔게임뿐 아니라 DVD급 영화 재생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컬러의 경우 최대 1670만 컬러까지 구현할 수 있다.
무게는 280g으로 휴대가 간편하다. 배터리도 게임만 할 경우 한번 충전에 최대 6시간까지 사용할 수 있다.
지금까지 휴대형 게임기와 달리 모든 플랫폼의 게임을 소화할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국내에서는 세계 최초로 KT와 제휴를 맺고 무선인터넷을 지원하기 때문이다.
비디오게임은 기본이고, 무선인터넷을 연결하면 온라인게임에도 접속할 수 있다. 인터넷으로는 VOD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한마디로 걸어다니 멀티 플레이어가 PSP인 셈이다. 가격은 32만8000원으로 25만원의 PS2보다 비싸지만 50만∼60만원대의 PMP보다는 최대 절반 가까이 저렴하다. 다만 게임, 영화, 음악, 인터넷을 이용할 때는 각각 UMD(Universal media disc)를 구매해 삽입해야 한다.고성능 PSP에 대한 기대감은 신세대 사이에서 한껏 고조되고 있다. 발매일이 결정된 이후 게임 커뮤니티에는 PSP 관련 정보가 대거 쏟아졌으며, 벌써부터 체험기도 간간이 올라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지난주 시작된 예약판매에서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코리아(SCEK 대표 윤여을)가 KT와 공동으로 지난 13일부터 시작한 예약판매에는 이틀만에 전체 예정물량 2만대 가운데 70%인 1만4000대가 팔렸다. 당초 SCEK는 예약판매 기간을 12일로 정했으나 일주일을 넘기기전에 매진사례도 기록했다. 매출만 64억 여원에 달했다.
SCEK 홍보팀 강희원 과장은 “예약판매에 돌입하자 마자 주문자가 폭주했다”며 “PSP의 폭발적인 인기는 가격 대비 뛰어난 하드웨어 스펙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SCEK측은 PSP를 PS2 이후 가장 완벽하게 만들어낸 컨버전스 제품으로 꼽을 정도다.
전문가들도 PSP의 폭발력을 인정한다.
게임웹진 엔게이머즈 이광섭 팀장은 “PSP는 현존하는 휴대형 게임기는 물론 휴대형 멀티 미디어 가운데 가장 성능이 뛰어난 반면 가격은 PMP의 절반밖에 안된다”며 “신세대 사이에서 하나의 유행으로 자리잡을 경우 디지털카메라나 휴대폰 정도의 신드롬을 일으킬 것”이라고 전망했다.그러나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PSP의 가격 대비 성능은 인정하지만 소비자들이 정작 PSP를 구매하기까지 넘어야할 현실의 벽이 많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벽은 가격이다. 성능 대비 가격이 매우 낮다지만 32만8000원은 적지 않은 돈이기 때문이다. PSP 주 수요층이 젊은 학생일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비싼 단말기 가격은 부담이 될 수 있다. 더구나 2만∼4만원에 달하는 게임, 영화 등의 UMD를 별도로 구매해야 하고, 무선인터넷을 이용할 경우 매달 5000원의 통신료도 부담해야 한다. 영화나 음악 파일을 저장하려면 10만원 안팎의 1기가급 메모리스틱도 구입해야 한다.
SCEK측은 이에 대해 “네스팟 이용료 5000원에는 통신료와 함께 VOD 등 상당수의 무료 콘텐츠 이용권도 포함된 가격”이라며 “메모리스틱의 경우 PSP판매량이 늘어나면 소니코리아와 협력해 대량생산을 통한 가격할인에 적극 나설 방침”이라고 강조한다.
아직 부족한 콘텐츠도 PSP 판매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SCEK는 PSP가 출시되는 5월 한달간 PSP용 게임 13개와 영화 4개를 출시하는 한편 매달 콘텐츠를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휴대형 게임기 마니아들은 출시가 예정된 ‘릿지레이스’를 제외하면 주목을 끌 타이틀이 없는데다 그 수도 너무 적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게임폰 등 3D 휴대폰과 정면승부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최근 출시되는 3세대폰은 3D게임은 물론 동영상도 완벽하게 지원하기 때문이다. 3세대폰이 신세대의 필수품으로 자리잡는다면 통화기능이 없는 PSP를 굳이 구입하겠느냐는 반문도 여기저기서 들린다.
SCEK측은 그래도 자신감이 있다고 잘라 말한다.
3세대폰이 나오더라도 휴대폰으로 구현할 수 있는 게임이나 동영상의 질은 DVD급 화질인 PSP에 훨씬 못미치기 때문이다. 휴대폰은 고유기능인 통화에 강점이 있다면 게임, 영화, MP3 등 휴대형 멀티플레이어로는 PSP가 여전히 비교우위에 있다는 얘기다.
이미 일본에서 120만대, 미국에서 출시 2주만에 50만대가 팔린 폭발력도 이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SCEK 윤여을 사장은 “일본과 미국에 이어 세계 3번째로 한국에 PSP가 정식 발매되는 것은 그 만큼 한국의 IT인프라가 우수하고 최첨단 디지털기기에 민감한 소비자들이 많기 때문”이라며 “한국에서는 세계 최초로 PSP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실시하는 등 우수한 서비스로 내년 3월까지 50만대의 판매고를 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지영기자 장지영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