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관리위원회가 전자선거 시스템의 적용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보안이나 안정성 강화를 의식하다 보니 지나치게 소요 예산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에 위원회는 대체안을 긴급 도출, 현재 절충 작업이 한창이다.
◇얼마나 소요되나=중앙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유지담)와 대우정보시스템이 이달 말 최종 완료를 목표로 현재 막바지 작업이 한창인 ‘정보화전략계획(ISP)’에 따르면, 정부의 계획대로 2008년 국회의원 선거부터 전자투표기 등을 통한 전자선거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2000억원 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분석된다.
대당 가격이 120만원 가량인 ‘전자투표기’의 경우 전국에 6만3000대가 공급돼야 한다는 게 ISP상의 계산이다. 대당 100만원이 웃도는 ‘선거인명부 조회단말기’ 역시 4만대가 필요하다. 특히 통합선거인명부 DB를 조회하려면 별도 전용망을 확보해야 하는데, 여기에 소요되는 예산만 500억원이 넘는다. 이 밖에도 전국 1만5000개 투표구에 별도의 IT 요원이 파견돼야 하는 점도 부담이다.
◇대체안 필요성 제기=문제는 현재 선관위가 구상하고 있는 전자선거에 들어가는 이들 예산의 대부분이 2012년 ‘인터넷선거’로 전환시 무용지물이 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1000억원대의 구입비가 소요되는 전자투표기나 조회단말기는 2008년 총선 때 쓰인 뒤 당장 4년 후면 용도폐기된다. 500억원을 주고 확보한 전용망 역시 인터넷선거가 실시되면 별다른 쓰임새가 없다.
선관위 관계자는 “현재 계획하고 있는 전자선거 모델이 오는 2012년 시행 예정인 인터넷선거로 들어가기 전 ‘과도기적 단계’라고는 하나, 비용 부담이 너무 커 대우정보시스템 측에 대체안 마련을 지시했다”며 “국민적 공감대나 정치적 합의가 없는 상태에서 곧바로 인터넷선거로 가기에는 부담이 있지만 최대한 이상적인 절충안을 도출하겠다”고 말했다.
◇대체안의 주요 골자=지난 26일 서울 선거연수원에서 열린 ‘ISP 수립 최종 공청회’에서 선관위와 대우정보시스템이 내놓은 대체안의 핵심은 이른바 ‘매몰비용(sunk cost)’의 최소화다.
이날 발표된 대체안에 따르면 현행 투표소를 70% 가량 줄여 전자투표기의 절대 필요 물량을 줄이겠다는 것이 선관위의 방안이다.
대신 투표 기간을 기존 당일에서 5일까지 늘려 전자투표에 따른 각종 부하를 줄이고, 휴일인 투표일 당일에는 전국 5000여 읍·면·동과 주요 역·터미널·관광지 등에 전자투표기를 설치해 타 지역에서의 투표도 가능케 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선거인명부 확인은 전용망이 아닌 기존 ‘행정망’을 활용하면 500억∼1000억원의 네트워크 비용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대체안의 총 소요비용은 약 600억원. 원안 대비 3배 이상의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선관위의 계산이다.
이성룡 선관위 선거과장은 “대체안 적용 여부는 전자선거 시스템의 전반적인 상황을 검토해 결정할 것”이라며 “최종안은 내달 중순께나 돼야 윤곽이 잡힐 것”이라고 설명했다.
류경동기자@전자신문, ninan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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