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터가 ‘제철’을 만났다. 가정에서 홈시어터 용도로 프로젝트를 구입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주요 유통점에 따르면 최근 홈 엔터테인먼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가정에서 영화·게임·스포츠 중계·고선명 디지털(HD) 방송을 즐기기 위해 프로젝터 구입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사무기기의 하나 정도였던 프로젝터가 안방의 멀티미디어 영상 장비로 화려하게 변신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한 해에만 홈 시장을 겨냥해 선보인 프로젝터는 대략 60여 개 모델. 그 만큼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게다가 프로젝터의 기술 안정화는 가격 하락을 부추겨 이제 프로젝터는 ‘고가품’이라는 인식이 바뀌고 있다. 프로젝터 가격은 2∼3년 전에 비해 절반 이상 하락해 100만 원 대까지 추락했으며 연말 경에는 100만 원 이하 제품도 출시될 전망이다.
박동진 신도휴스템 사장은 “이전까지만 해도 프로젝터는 비즈니스 현장에서 발표를 위한 장비 정도로 인식됐지만 지금은 뛰어난 화질과 대화면이라는 강점으로 오히려 일반 소비자 문의가 더 많다”라며 “판매 수량도 올해 들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다른 디스플레이와 비교해 프로젝터의 가장 큰 강점은 대화면이다. 화면 크기가 무려 100인치에 달한다. 대형 디스플레이를 구현하는 LCD·PDP도 최대 80인치까지 선보였지만 아직 일반인이 접하기에는 가격 부담이 크다. 또 프로젝터와 짝을 이루는 스크린은 디지털 신호를 아날로그로 변환해 주는 매개체다. 사람의 눈도 아날로그와 같은 개념이기에 스크린을 통해 전달되는 프로젝터 영상은 영화가 담고 있는 분위기를 그대로 전달해 준다.
◇시장 전망과 트렌드=프로젝터 보급 규모는 지난 2001년 이 후 연100%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국내 시장은 지난 해 기준으로 약 10만대로 신도휴스템· 한국엡손·한국HP 등이 주도하며 10여 개 브랜드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토종업체로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그나마 ‘국산 기술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제품은 사무실을 겨냥한 고성능 기반 설치형 제품에서 점차 작고 가벼운 포터블 제품 위주로 바뀌는 추세다. 과거 투박하고 무거웠던 고가의 프로젝터는 가정에서도 손쉽게 이동하고 설치할 수 있도록 소형화· 간편화되고 있으며 혼수용품으로도 크게 수요가 늘고 있다. 특히 홈 프로젝터를 이용하는 수요는 아직은 시작 단계지만 시장이 성숙하면 엄청난 수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HP 최인녕 이사는 “프로젝터가 고가의 마니아층 위주 제품이라는 인식에서 탈피해 일반 소비자도 간편하게 다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유용한 제품이라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다” 며 “홈 시장 규모는 지난 해 1만대 정도로 아직은 기업과 공공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매년 배 이상 씩 성장해 오는 2008년 경에는 기업용 시장과 맞먹는 규모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주요 업체 ‘바람 몰이’=한국엡손은 신혼 부부를 겨냥해 엡손 프로젝터 알리기에 주력하고 있다. 엡손은 가정용 시장을 겨냥해 내놓은 주력 모델의 가격을 최고 80만 원까지 떨어뜨렸으며 추가 할인도 검토 중이다. 시장 수위업체의 하나인 신도휴스템도 150만 원 이하 LCD프로젝터를 이 달 안에 선보이고 홈 시장 선점을 벼르고 있다. 한국HP도 대대적인 디지털 프로젝터 프로모션을 통해 브랜드 알리기에 나서고 있다.
중위권 업체의 점유율 다툼도 치열하다. 소니코리아· 샤프전자· 유환미디어· 한국쓰리엠 등은 올해 가장 성장할 품목으로 ‘디지털 프로젝터’를 꼽고 대대적인 프로모션을 준비하는 등 전열을 새로 정비하고 있다. 이 밖에 토종 브랜드인 삼성과 LG전자도 홈 시장을 겨냥해 신제품을 내 놓고 ‘토종의 매운 맛’을 보여 주기 위한 잰걸음을 시작했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
◆ `LCD 아성`에 `DLP 맹공`…기술경쟁 점입가경
프로젝터 시장에도 기술 경쟁이 뜨겁게 달아 오르고 있다. 프로젝터는 적용 기술에 따라 크게 LCD· CRT· DLP 타입으로 나뉘는데 각 방식마다 나름의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그동안 프로젝터 시장을 주도했던 건 LCD방식이었다. 흔히 액정 프로젝터로 불리는 ‘LCD’는 액체와 고체의 중간 상태인 액정의 전기광학적 성질을 응용해 램프에서 발생한 빛을 LCD패널을 통해 렌즈로 확대해 스크린에 이미지가 맺히는 원리다. LCD 방식은 화질 면에서 3관 방식의 CRT 프로젝터에 미치지 못하지만 밝기· 설치· 유지 면에서 장점이 있다.
LCD에 ‘강력한 도전자’로 떠오른 진영이 바로 DLP 프로젝터다. DLP는 수십 만 개의 미세구동거울이 집적된 DMD(Digital Micro mirror Device) 반도체 칩을 이용해 완전 디지털 방식의 화상을 투사하는 방식이다. 아날로그 방식의 LCD에 비해 빛의 이용 효율이 높아 동일한 밝기에서 투사되는 화질과 색 재현성에서 앞선다. 원천 기술업체인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사가 칩 가격을 크게 낮추면서 홈 프로젝터를 중심으로 보급이 크게 늘고 있다.
가장 선명한 화질을 제공하는 CRT 프로젝터는 TV수상기에 쓰이는 전자 진공관을 이용해 해상도가 높고, 선명한 색을 구현한다. VCR· PC 등 외부기기에서 입력한 영상 신호를 브라운관에서 증폭하고 이를 투사 렌즈를 통해 스크린에 쏘는 방식으로 PRT 프로젝터, 혹은 빔 프로젝터라고 부른다. LCD 프로젝터 이전에 주로 사용됐다.
프로젝터 시장은 ‘LCD 아성’에 DLP 진영이 ‘맹공’을 퍼붓는 형국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명함’도 못 내밀던 DLP가 가격을 앞세워 점유율을 높여 가고 있는 것. 한국HP·옵티마·샤프전자 등 DLP 진영은 점유율 확대를 목표로 마케팅을 크게 강화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에 한국엡손·신도휴스템·소니코리아 등 LCD 진영 업체도 시장을 뺏기지 않기 위해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등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DLP 방식 프로젝터 도입이 크게 늘어 전체의 10∼20% 수준에서 앞으로 3∼4년 안에 40% 수준까지 올라갈 것으로 내다 보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프로젝터 시장 자체가 늘어날 뿐 점유율 면에서는 여전히 LCD가 압도적으로 높을 것으로 관측이다.
두 진영은 모두 새 시장으로 떠오른 ‘홈 프로젝터’분야를 겨냥하고 있어 이 시장에서 승자와 패자의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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