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노트북·데스크톱 등 PC 생산라인의 해외 이전이 가속되고 있다.
삼성전자·LG전자·삼보컴퓨터 등 국내 대형 PC업체는 지난 2002년부터 생산라인을 중국 등 해외 공장으로 이전한 지 불과 3년 만에 업체당 평균 국내 생산 규모가 절반 이상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 레노버의 IBM PC부문 인수 등 전세계 PC업계의 구조 조정에 따른 생산 물량 감소, 중국과 대만의 생산 기지 급부상으로 생산 면에서 국내 업체의 경쟁력은 갈수록 위축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삼성전자는 2일 노트북PC 생산기지 중국 이전 작업을 마무리해 국내에서 노트북PC 생산을 완전히 중단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지난달부터 수원 공장에서 더는 노트북PC를 생산하지 않고 있으며 중국 쑤저우 공장으로 일원화했다. 수원 공장에는 노트북PC 부문과 관련해 연구개발(R&D)·마케팅·상품 기획 기능만 남게 됐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3부터 노트북PC 중국 이전 작업을 진행하면서 수원 공장의 연간 생산량은 2002년 48만3000대에서 2003년 45만1000대에 이어 지난해 12만8000대 등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삼성은 이미 데스크톱PC도 국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으로 생산하고 있어 이번 노트북PC 국내 생산 완전 철수로 PC부문의 국내 생산 라인은 없어지게 됐다.
삼성전자 측은 “PC는 생산공정이 대부분 조립 과정이어서 해외 생산으로 품질상 문제될 것은 전혀 없으며 내부 설계 등은 이미 특허 출원으로 보호돼 있다”면서 “원가 경쟁력 강화에 따른 이익률 제고로 R&D 여력이 커져 전체적으로 오히려 경쟁력을 갖게 된다”고 전했다.
LG전자도 노트북PC와 데스크톱PC, PDA 등 국내 PC 생산라인을 중국 쿤산 공장으로 이전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LG는 이를 위해 쿤산의 생산 규모를 200만대까지 확충키로 했다. 특히 HP 등 일부 글로벌 PC업체에 주문자개발제조(ODM)방식으로 공급하는 PDA도 단계적으로 중국 공장으로 모두 이전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는 경기도 평택에 자체 PC 공장을 두고 있으며 생산량이 2002년 78만대 수준에서 2003년 192만대로 늘어났으나 지난해 전년의 절반 수준인 108만대로 떨어졌다. 특히 올해에는 지난해까지 생산하던 IBM 물량이 크게 줄면서 생산 실적은 더욱 하락할 전망이다. 상대적으로 기술력을 원하는 노트북PC도 지난해 중국 쿤산에서 30만대, 국내에서 55만대 정도로 아직 국내 생산 비중이 높았으나 갈수록 중국의 비중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2단계 구조 조정 작업을 진행하는 삼보컴퓨터도 국내 PC시장 침체와 OEM·ODM 등 외주 물량의 감소로 국내 생산 공장은 명맥만 유지하는 실정이다. 경기도 안산에 생산 라인을 갖고 있는 삼보는 지난 2002년 524만대에 달하던 안산 공장의 PC 생산 규모가 2003년 88만대 수준으로 떨어진 데 이어 지난해에는 69만대로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삼보는 에버라텍 등 주력 제품으로 밀고 있는 모델의 경우 이미 중국과 대만 ODM으로 모두 전환한 상태다.
삼보컴퓨터 측은 “전세계 PC 생산의 90%가 중국과 대만에서 이뤄질 정도로 주요 PC 메이커의 생산 기지가 중국 등으로 급격하게 집중되는 추세”라며 “국내의 높은 인건비 등을 고려할 때 국내도 예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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