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프린터 시장을 잡아라’
캐드(CAD) 등으로 작업한 도면을 출력할 수 있는 대형 프린터 시장을 놓고 HP·엡손·캐논이 진검승부를 벼르고 있다. 특히 캐논과 엡손은 파격적인 가격대의 신제품을 경쟁적으로 출시하고 시장 주도업체인 ‘HP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
국내 대형 프린터 시장은 HP 70%, 엡손 20%, 캐논 8% 대로 사실상 HP가 독주해 왔다. 최근 들어 인쇄·출판·광고·설계 등 기존 수요에 지리정보·사진관 등을 중심으로 신규 수요가 몰리면서 시장이 크게 성장하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대형 프린터 시장이 지난해보다 10∼20%로 성장한 5500∼6000대 정도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캐논 제품을 독점 공급해 온 바이텍씨엔지(대표 이경수)는 최근 서울 잠실 롯데호텔에서 신제품 발표회를 열고 캐논의 최신 모델인 ‘W8400·6400’을 선보이고 공격 마케팅에 포문을 열었다. 전문 그래픽과 사진 출력 시장을 겨냥한 이 제품은 초미립 잉크 방울 사이즈로 2400x1200dpi의 고해상도 이미지를 구현해 주고 70년 이상 컬러를 유지할 수 있는 7색의 안료 잉크를 사용했다. 동급 제품과 비교해 성능은 엇비슷하면서 가격은 절반으로 낮췄다.
이경수 사장은 “이번에 선보인 제품은 캐논이 전세계 대형 프린터 시장 수위 달성을 위해 개발한 야심작”이라며 “이 제품을 주력으로 올해 20%대까지 점유율을 올려 놓겠다”라고 강조했다.
한국엡손(대표 대표 히라이데 슌지)은 ‘7색 울트라크롬 잉크’가 탑재된 고해상도의 대형 프린터 ‘엡손 스타일러스 프로 9600’과 ‘7600’을 출시했다. 이들 제품은 3가지 타입의 블랙 잉크를 선택적으로 사용해 용도에 따라 세분화된 그래픽 출력이 가능하다. 인쇄 속도도 매트 용지 A1 사이즈를 기준으로 9분 정도로 이전 모델에 비해 속도를 1.5배 정도 높였다.
백봉철 한국엡손 부장은 “스타일러스 프로 시리즈로 전문가급 그래픽 시장과 캐드 시장을 동시에 공략해 올해 시장 점유율을 2배 이상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맞서 한국HP(대표 최준근)는 기존 제품보다 인쇄 속도와 품질이 향상된 ‘HP디자인젯 4000 시리즈’를 새로 내놓았다. 이 제품은 프린터 노즐 수를 두 배로 늘려 기존 대형 프린터 두 대가 동시에 작업하는 효과를 발휘하며 정밀하고 빠른 인쇄속도가 요구되는 건축 설계·캐드 뿐 아니라 디자인 교정 등에 쓰일 수 있다.
한국HP 측은 “올해를 기점으로 지리 정보와 광고 전단 부문을 중심으로 대형 프린터 수요가 크게 늘 전망”이라며 “각 분야에 맞는 다양한 제품 라인업을 통해 시장 수성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