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키아, 마쓰시타, 컴팔 등 해외 대형 IT기업들이 유럽연합(EU)의 유해물질사용제한지침(RoHS)보다 강화된 유해물질 제거 혹은 감축 계획안을 국내 부품업체들에 요구해 비상이 걸렸다.
특히 이 같은 움직임은 EU의 RoHS 업그레이드를 예고하는 것이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노키아는 국내 부품 협력업체들을 대상으로 RoHS에 규정된 6대 유해물질 외에 PVC, 기타 난연제 등에 대한 성분 분석 자료와 향후 감축 계획을 오는 12월까지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세계 최대 가전업체인 마쓰시타 역시 최근 PVC에 대한 성분 분석과 감축 계획을 제출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PVC는 일부 전자제품 케이스나 전선에 사용되며, 브로민계 난연제 외에 기타 난연제도 전자제품에 일부 적용되고 있는 소재다.
또 전세계 노트북PC 생산의 20%를 차지하고 있는 대만의 컴팔도 최근 PVC와 기타 난연제에 대한 규제 지침을 국내 부품업체에 통보한 상태다.
노키아의 경우 삼성그룹 전자 계열사가 공급하는 부품 규모만 해도 반도체, LCD, 전지 등 총 7조원에 이르며 마쓰시타 역시 국내 업체로부터 수조원대를 구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컴팔은 LCD, 메모리, 광 저장장치 등의 일부를 국내 업체로부터 조달한다.
그러나 국내 기업들의 경우 삼성SDI가 최근 6대 유해물질을 제거해 RoHS 규정을 만족시켰을 뿐 대부분은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단계라 파장이 예상된다. 대형 거래처들의 요구에 응하려면 해당 부품은 물론이고 2차 부품·소재를 일일이 성분 분석한 후 효율적인 대체재를 찾아야 하는 등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RoHS 규정이 발효되기 전부터 이들 기업이 더 강화된 유해물질 규제 계획을 요구한 것은 EU 차원에서 2007년 말께 RoHS 클래스 1보다 까다로운 클래스 2의 규제 정책이 발효될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석우 산자부 기술표준원 연구관은 “노키아, 소니, 마쓰시타 등 대형 IT기업들이 다른 기업과 차별화를 꾀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지만 앞으로도 유해물질 규제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돼 국내 기업들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U는 내년 7월 납(Pb), 수은(Hg), 카드뮴(Cd), 6가 크로뮴, 브로민계 난연제 물질 2종(PBB 및 PBDE) 등 총 6종의 물질이 포함된 전기·전자제품에 대해 판매를 금지하는 RoHS 클래스 1을 발효시킬 예정이다. RoHS 클래스 2에는 6대 유해물질 외에 PVC가 포함돼 있으며, 클래스 3은 총 29개의 물질을 규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유형준기자@전자신문, hjy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