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나 휴대폰으로 대표되는 메이드 인 코리아 전자 제품의 명성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이들 제품에 들어가는 부품 국산화율도 급격히 높아지고 있어 부가가치를 올리는 데 일조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일부 핵심 부품은 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어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하고 있다.
5일 전자부품연구원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PDP 부품 국산화 비율은 지난 2001년 34.8%에서 작년 말에는 81.8%로 크게 향상됐다. LCD 역시 같은 기간 31.2%에서 60%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으며 휴대폰도 CDMA 방식의 경우 39.3%에서 50%로, GSM 방식은 48.8%에서 66.9%로 높아졌다.
하지만 외형적인 부품 국산화율 개선과 달리 정작 고부가 핵심 부품은 여전히 국산화의 가닥이 잡히지 않고 있다.
◇분야별로 수천억원 이상 수입 의존=핵심 부품을 독점하고 있는 외국 부품·소재 업체들은 연간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을 벌어들이고 있으며 수익성 측면에서도 최대 50% 이상을 내고 있다.
LCD의 핵심 소재인 액정은 독일 머크와 일본 지소가 국내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시장 점유율이 70% 이상인 머크는 액정으로만 작년에 2900억원을 벌어들였다. 이는 2003년 1240억원에서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또 다른 LCD의 핵심 부품인 프리즘시트는 더욱 심각하다. 프리즘시트는 3M이 거의 독점하고 있는데 작년에만 약 7000억원을 국내에서 거둬들인 것으로 보인다. 3M은 프리즘시트로 2002년과 2003년에도 각각 3500억원과 5000억원 가량의 매출을 올렸다.
PDP 부품·소재 중에는 전극 형성에 필요한 실버페이스트가 심각하다. 이 제품은 미국 듀폰이 시장을 주도하는 가운데 노리다케 등 일본 업체들이 일부 시장을 잠식한 상태다. 작년에 실버페이스트 수입액은 1000억원 내외로 추산되며 이 가운데 700억원 정도를 듀폰이 차지했다.
휴대폰은 CDMA 방식의 MSM칩을 100% 퀄컴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배터리용 소재와 수정 부품 역시 문제가 심각하다. 수정부품은 주파수를 발진하는 필수부품이다. TV나 셋톱박스 등의 전자제품이나 무선 기지국에 사용되는 수정부품은 국산화가 이뤄졌지만 휴대폰에 들어가는 초소형 수정 부품은 95% 정도가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 소재인 양극 및 음극 활물질도 100%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양극 활물질은 다나카화학연구소, 음극 활물질은 오사카가스케미컬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데 수입액은 작년에 1000억원을 돌파하고 올해는 125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선택과 집중 전략이 중요=이처럼 상당수의 핵심 부품·소재를 100%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제품 개발에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외국 업체는 이미 10년 이상 축적된 노하우가 있지만 국내 업체는 이제 걸음마 단계다. 일례로 실버페이스트는 제일모직과 대주전자재료가 작년 개발에 착수해 올 하반기에 시제품을 내놓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전망은 불투명하다. 액정의 경우 동진쎄미캠이 2003년 말부터 산자부의 지원을 받아 개발하고 있지만 2008년에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동진쎄미캠 최진욱 액정개발담당 부장은 “액정과 같은 소재는 수십 종의 재료를 개발하고 조성비에 맞춰 혼합하는 작업의 연속”이라며 “비율에 따라 경우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그때마다 품질이 달라지기 때문에 적어도 5년 이상의 꾸준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프리즘시트처럼 특허 때문에 국산화를 이뤄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프리즘시트는 몇몆 대기업과 벤처기업이 국산화에 도전, 일부 성과도 냈지만 3M의 원천 특허 때문에 눈치를 보고 있는 실정이다.
부품 업계 한 관계자는 “모든 부품이나 소재를 국산화한다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원가 비중이 높고 국산화에 따른 반사 이익이 큰 핵심 부품·소재는 놓치지 말아야 한다”며 “정부에서도 무작정 많은 사업을 벌이기보다는 핵심 부품과 소재에 집중해 국산화에 필요한 시간을 줄일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품·소재팀>
원가비중 높은 제품 집중 등 대책마련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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