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단계에선 선진국의 기술정책을 벤치마킹하는 것이 효율적이지만, 일정한 수준에 올라 선진국과 대등한 경쟁단계에 들어갈 경우에는 독자적인 정책 모델이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기술정책 분야에서 유일하게 정보통신부의 IT연구센터(ITRC)로 선정돼 오는 10일 개소를 앞두고 있는 한국정보통신대(ICU) 기술혁신정책센터(CTIP)의 정재용 센터장(43). 그는 “그동안 우리나라가 현실적으로 기술분야든 인력분야든 양 중심의 공급 지향 정책을 펼칠 수 밖에 없었다”며 “그러나 앞으로 펼쳐질 퓨전 트렌드에 적응하기 위해선 새로운 기술혁신 정책을 시스템적으로 설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센터장은 “미래 기술의 추세를 분석하고 대응전략을 짜는 일이야말로 기업의 시장 진입을 지원하는 첫 걸음”이라며 “기술 상용화의 길을 제도적으로 제시하는게 센터의 핵심 임무”라고 말했다.
그는 “산업마다 기술혁신의 양상이 다르기 때문에 특허 전략도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며 “전략을 찾아내면 당연히 기술 상용화의 길도 보이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정 센터장이 정책 연구에 실시간 개념을 도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연구가 정책을 따라오지 못하거나 정책이 연구를 따라오지 못한다면 상용화의 길이 당연히 험난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정 센터장의 지론이다.
“우리나라의 IT비전은 그동안 ‘머리’ 없이 ‘몸체’만으로 진행된 점이 의외로 많았습니다. 미국 등 선진국을 열심히는 쫓아가기는 했지만 조타수 역할을 할 기술개발 정책의 궁극적인 목표나 대상이 없었기 때문에 결국에는 갈팡질팡할 수밖에 없었지요.”
정 센터장은 그래서 밑그림을 크게 그리고 있다. 서울대나 고려대의 정책분야의 내로라하는 전문가는 물론 영국의 옥스퍼드, 미국의 UC버클리,콜롬비아대 등에 근무하는 해외의 기술혁신 분야 석학 7∼8명을 포함해 미래학자와 엔지니어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20여명을 참여시켰다.
융합형으로 가고 있는 기술의 발전 방향을 제때 읽어내기 위해서는 학제간 융합이 필수라는 판단 때문이다. 정 센터장은 “학제간 연구의 시발점으로 봐도 좋다”며 “정부의 획일적인 정책에서 차별화한 산업연구정책으로 나아갈 수 있는 실마리는 만들어진 셈”이라고 말했다.
“올해부터 오는 2009년까지 12억원의 예산을 들여 한국의 미래 IT기술 비전과 기술혁신 정책 솔루션을 도출할 계획입니다. 정책 사례가 많이 모이면 향후 아시아 국가의 기술 컨설팅도 가능할 것입니다.”
대전=박희범기자@전자신문, hb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