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유통 재편 `회오리`](2)매장 대형화 그 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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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0년부터 치열하게 진행돼온 전자 유통점 간 매장 크기 늘리기 경쟁으로 인해 현재 대다수의 매장은 평균 150평 이상으로 확대됐다. 90년대 말까지 평균 20∼30평 내외에 그쳤던 전자 매장의 크기가 4∼5년 사이에 5배 가량 커진 것이다.

 대형화를 주도한 것은 대표적인 전자전문점인 하이마트. 하이마트는 2001년까지만 해도 300평 미만 점포가 전체의 95%였으나 지난해 전체 매장의 절반 이상이 300평을 넘어섰으며, 500평 이상 점포도 10%에 달한다. 강남 고급상권을 본격 공략하기 위해 2003년 말에는 국내 최대 규모인 1000평의 압구정점을 오픈했다.

 이후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직영점인 리빙프라자, 하이프라자 등이 대형화에 가세하면서 크기 경쟁이 시작됐다. 삼성 리빙프라자는 전체 240개점이 평균 150평이며 LG 하이프라자는 전체 175개점의 평균 크기가 180평에 달한다. 표 참조

 수년간 지속되던 전자 유통매장의 대형화는 올 들어 소강 상태를 보이고 있다. 이제는 브랜드 다양화와 수익확대 등으로 초점이 전환되고 있다.

 ◇대형화는 300평이 상한선=유통에서 고객을 많이 유치하려면 매장이 클수록 유리하다. 그러나 정보가전 유통시장에서 지난해까지 이어졌던 매장 대형화가 이제 한계점에 도달했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단일 브랜드만을 판매하는 정보가전 업체 직영점들의 현실적인 매장 확대 상한선을 300평대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국내영업사업부 유병훈 부장은 “집객 효과를 노린다면 할인점과 같이 1000평 이상은 돼야 하지만 브랜드가 많지 않은 국내 정보가전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전자 유통점의 매장 크기 확대는 이미 끝난 상태”라고 말했다.

 하이마트와 같은 혼매 업체들의 매장도 400평을 넘어설 경우 별다른 효과가 없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하이마트와 전자랜드의 경우 진열된 전체 제품의 60∼75%가 삼성전자와 LG전자, 대우일렉트로닉스 등 3개 정보가전 업체 제품. 브랜드가 한정적이라 더는 진열할 제품이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외산 브랜드나 중견기업 제품이 대거 유입되지 않는 이상 매장 크기를 무한정 늘릴 이유가 없다. 하이마트는 2001년 국내외 거래 업체수가 140개였지만 지난해 말 280개로 2배 가량 확대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외산 가전사들이 가격경쟁력 약화로 급격히 시장에서 빠져나가면서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태다.

 ◇시장 세분화와 수익성 확대 고민=매장 확대가 어려운 또 다른 이유는 상권의 충돌이다. 가전 유통업체들은 전국의 시장 권역을 180∼200여개로 나누고 있으며 웬 만한 상권에는 대형 유통점이 모두 들어섰다. 결국 매장 크기를 더 늘릴 경우 같은 매장끼리 고객을 빼앗는, ‘아군끼리 싸우는’ 사태가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유통 업계가 내놓은 현실적인 대안은 효율적인 시장 분화와 수익성 확대다. 매년 상권에 따라 분화와 통합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전체적인 효과를 거두기는 쉽지 않다. 자연스럽게 수익성 확대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으며 그 방안으로 제시된 것이 매장 내에 또 다른 업종을 입주시켜 시너지를 노리는 ‘숍 인 숍’. 리빙프라자가 커피전문점 ‘스타벅스’를, 하이프라자는 ‘총각네야채가게’를 입주시키는 등 1∼2개 매장에서 실험적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하이마트도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뚜렷한 성공 요인이 없어 전면 확대가 어려운 것이 걸림돌이다. 규모의 경쟁이 끝난 정보가전 유통업계는 이 같은 수익성 확대 방안에서 경쟁이 판가름날 것으로 전망된다.

  서동규기자@전자신문, dks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