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와 IT 협력 모델 정부가 나서라"

세계 IT서비스 시장에서 급부상하고 있는 인도에 대한 전략이 개별 기업은 물론이고 국가 차원에서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지난해 노무현 대통령의 인도 방문을 계기로 우리나라와 인도 정부 간 IT 협력이 합의됐음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이렇다 할 구체적인 후속 작업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 ‘대인도 전략’이 단발성 구호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왜 인도인가=“중국과 인도가 IT부문에서 협력하면 세계 IT표준을 이끄는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10일 조선호텔에서 열린 한국CIO포럼의 초청 강사로 나온 윌슨 탄 아시아대양주 정보산업기구 회장(머큐리인터랙티브 아태총괄 사장)은 인도가 중국을 등에 업고 전세계 IT 분야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란 견해를 밝혔다. 탄 회장은 “양국(인도와 중국)이 협력해 국제 무대에 나서는 순간 쓰나미 현상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비유까지 들며 양국의 협력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탄 회장의 이 같은 지적은 최근 중국과 인도가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이후 세계경제에 미칠 영향에 주목해 온 IT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미 공감대가 형성된 내용이다.

 ◇인도 IT프로세스 앞다퉈 벤치마킹=인도 IT에 대한 벤치마킹은 민간기업 차원에서는 이미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선진화된 프로세스를 도입하려는 시스템통합(SI) 업체들이 가장 적극적이다. 대부분의 SI기업은 인도 기업의 직간접적인 지원을 받아 CMMI(Capability Maturity Model Integration) 레벨 인증 획득과 ITIL(Information Technology Infrastructure Library) 기반의 IT서비스관리체제 도입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인도 3대 IT서비스 업체 중 하나인 새티암과 전략제휴를 맺은 동부정보기술은 최근 내부 프로세스 개선 및 대외 사업을 위해 새티암 본사로부터 전문인력을 5∼6명 지원받았으며, 타타그룹 소속 TCS와 제휴를 한 동양시스템즈도 인력 지원으로 양사 협력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이런 움직임은 최근 제조업체를 중심으로 인도 IT업체의 현지 아웃소싱 서비스(오프쇼어)를 이용하는 경향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아직은 소수지만 자동차 부품회사와 디지털방송 장비 관련 국내 기업들이 인도 IT서비스 기업으로부터 개발 아웃소싱 서비스를 받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이미 인도 현지에 삼성인디아와 LGSI(소프트인디아)를 각각 설립, 인도 현지의 개발인력을 활용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정부의 총체적 접근전략 수립 시급=민간 기업들이 나름대로 인도 전략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는 것과 달리 정부는 ‘인도와 협력한다’는 원론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양국 정부가 동의한 ‘IT 한-인도 비즈니스센터’ 설립이 대표적인 예다. 지금까지 올해 하반기 실태조사를 한다는 정도의 실무 논의가 몇 차례 이뤄졌을 뿐 이렇다 할 진전이 없다.

 실무를 추진하고 있는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측은 “지난해 현대모비스나 DHL코리아 등 일부 업체가 인도 인력 활용에 대해 관심을 보였을 뿐 구체적인 수요 조사를 진행하는 게 우선”이라고 밝혔지만, 예산조차 편성되지 않은 상태다.

 전문가들은 인도와의 협력은 각론이 더 중요한만큼 이제라도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일부 전문가는 정부가 대인도 전략을 큰 틀에서 재정립하고, 초기 협력모델을 분명하게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인도에 대한 벤치마킹은 정립된 개발 프로세스에서 움직이는 고급 인력 전체를 고려해야 하는 만큼 단순히 우수 인도 IT인력을 수급하는 게 중요한 전략은 절대 아닐 것”이라며 “인도 IT 서비스 업체의 경쟁력을 정확히 파악하고, 우리가 배울 것과 견제할 것을 구분하는 전략 수립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혜선기자@전자신문 shinh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