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베스트 +244]제2부:사례연구⑫초고속인터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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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 인터넷 강국이다.외국에 한번 다녀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인터넷 때문에 짜증낸 기억이 있을 것이다. 또 이구동성으로 “한국만큼 인터넷이 훌륭한 나라도 없다”는 말에 공감했을 것이다.

지난 3월말 현재 국내 초고속인터넷 가입자는 1208만6836가구다. 전체 가구의 80%가 넘는다. 인터넷이 전국 곳곳으로 확산된지 7년만의 성과다. 산간지역과 오지에도 인터넷이 깔려 있다. 초고속인터넷장비, 온라인게임, PC방, 게임방 등 파생된 산업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초고속인터넷이 창출한 부가가치는 수치로 환산하기 어려울 정도다.

또 정치·경제·사회적으로도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따지고 보면 현 정부가 탄생할 수 있었던 것도 초고속인터넷의 역할이 컸다. 그렇다면 세계 최고의 초고속인터넷의 성공 비결은 뭘까.

 

1. ‘빨리 빨리’ 문화가 ‘원동력’=초고속인터넷은 한국인의 기질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느린 것을 참지 못하는 국민성은 초고속인터넷의 속도 경쟁을 촉발했다. 초고속인터넷업체들은 가입자 확보를 위해 속도 경쟁에 돌입할 수밖에 없었다. TV속 초고속인터넷 광고가 천편일률적으로 속도감을 스릴감 있게 표현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지난 99년 비대칭디지털가입자회선(ADSL)으로 출발한 초고속인터넷은 2002년 고속디지털가입자회선(VDSL)을 거쳐 현재 광가입자망(FTTH) 상용화에 접어들었다. 1.5Mbps의 전송속도는 어느새 100Mbps로 진화했다. 진화속도 또한 한국이 가장 빨랐다. 구리선은 광케이블로 바뀌었다.

초고속인터넷의 속도 혁명은 가입자들의 입을 귀에 걸리게 만들었다. 최고 사양의 시스템을 갖춘 PC방에서나 가능했던 일들이 가정에서 손쉽게 이뤄졌다. KT 관계자는 “식당에 앉자마자 ‘빨리 빨리’를 외치는 국민성은 인터넷 성장의 원동력이 됐다”며 “인터넷의 속도 혁명은 사실상 한국이 주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평가했다.

하나로통신 관계자는 “초기 고객들의 불만 사항의 대부분이 ‘속도가 느리다’는 것이었다”며 “속도경쟁에서 밀린 업체는 살아남을 수 없는 환경이 만들어졌다”고 회고했다.

2. 가입자 폭발적 증가= 가입자 수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우리나라의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수는 2002년 10월 말을 기준으로 1000만명을 돌파했다. 지난 1998년에 두루넷이 국내 최초로 케이블모뎀 서비스를 시작한 후 불과 4년만에 이뤄진 성과였다.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일이다.

지난 1902년 국내에 처음으로 등장한 유선전화가 1000만 회선을 돌파하는 데에는 무려 86년이 걸렸다. 그런데 초고속인터넷이 1000만명을 넘어서는 데에는 4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인구의 60%가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 살고 있는 한국 특유의 밀집된 주거문화를 초고속인터넷 폭발의 일등 공신으로 꼽았다. 소비자들이 아파트에 모여 살기 때문에 사업자들은 적은 투자비용으로 많은 회선의 초고속망을 설치할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나라의 초고속인터넷 보급성과에 대해 파이낸셜타임스·월스트리트저널 등 세계 유수 언론은 ‘기적’이라는 말로 놀라움을 표현했다. 특히 OECD는 우리나라를 초고속인터넷 보급 1위 국가로 발표하고 회원국에 벤치마킹 대상으로 추천하는 등 전세계에서 한국을 주목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당시“초고속인터넷 1000만 가입자 돌파는 우리 국민의 진취적인 역동성과 뜨거운 열정이 만들어낸 놀라운 성과”라며 “이는 21세기 지식정보시대에 선진 정보통신국으로 우뚝 서는 귀중한 발판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평가했다.

3. U코리아 기반 조성=전국을 네트워크망으로 연결한 초고속인터넷은 발달한 무선통신과 함께 U코리아(유비쿼터스 한국)의 기반을 조성했다. 전가구의 80%에 연결된 초고속인터넷과 전국민의 80% 이상이 보유한 휴대전화를 결합,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게 정보의 교환과 통신·방송이 가능한 인프라가 조성한 것이다.

특히 초고속인터넷은 정보의 양과 전송속도에서 모바일을 능가한다. 이동성의 제한도 무선랜 등을 통해 해결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앞선 유비쿼터스 강국을 만들려는 한국 정부의 야심도 발달한 초고속인터넷이 있었기 가능하다.

우리나라는 현재 전국에서 초고속인터넷 인프라를 활용해 U시티를 건설중이며, 주무부처인 정보통신부는 ‘IT839’ 전략을 통해 생산과 수출을 증대할 계획이다.

 4. 끊임없는 진화=하지만 초고속인터넷은 1200만 가입자를 정점으로 포화현상을 보이면서 위기를 맞았다. ‘황금어장’이 사라지면서 업체들은 고객뺏기 경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수익성이 악화됐다.

위기는 기회로 이어졌다. 휴대인터넷(와이브로)라는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했다. 와이브로는 이동하면서도 초고속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무선 휴대인터넷을 일컫는다. 현재 KT, SK텔레콤 등 초고속인터넷사업자와 이동전화사업자가 물밑 주도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최근 하나로통신이 사업권을 포기하면서 와이브로 위기설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KT를 중심으로 “계획대로 서비스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힌데 이어, 정부도 서비스 지원을 약속했다.

전문가들은 와이브로가 초고속인터넷 강국의 입지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초고속인터넷 1위 사업자인 KT는 최근 열린 와이브로 사업설명회에서 오는 2010년 와이브로 가입자수 311만명, 가입자 평균 매출 3만3000원, 당해 매출 1조2000억원 등 구체적 사업성 지표를 밝혔다.

유선전화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탄생했던 초고속인터넷이 이제 이동통신과 본격적인 경쟁을 선언한 것이다.

와이브로는 전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초고속인터넷 강국 한국이 처음으로 시도하기 때문이다. 모바일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업체인 사이베이스의 존 첸 회장은 최근 국내에 ‘모바일 비즈니스인텔리전스(BI) 센터’ 설립 계획을 발표하면서, “한국의 와이브로는 세계가 주목하는 아이템”이라며 “세계 최고 수준의 초고속인터넷과 이동통신 인프라를 보유한 한국은 사이베이스 사업의 테스트 베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익종기자@전자신문, ijkim@

◆기고

-KT 컨버전스사업단 초고속사업팀 강석 상무 kangseok@kt.co.kr

우리나라의 초고속인터넷 가입자가 1200만 시대에 접어들었다. 1999년 초고속인터넷 보급을 시작한 이래 6년 만에 이룬 쾌거다. 전화가 100년 가까이 걸린 것을 감안하면 그 전파 속도가 말 그대로 초고속이라고 할만큼 엄청난 스피드의 변화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초고속인터넷 보급율은 가구수 대비 78%로서 거의 모든 가정에 초고속인터넷 망이 구축되어 세계 1위의 IT 강국으로서의 이미지를 확고히 하고 있다. 이는 사회 전반에 걸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네티즌이라는 사이버상의 새로운 시민계층 등장에 토대가 되었으며 또한 다양한 인터넷 온라인 서비스는 우리 사회에 고용 창출 등 광범위한 경제적 효과를 유발하게 됐다.

하지만, 최근 초고속인터넷 시장 포화에 따른 성장 둔화는 IT산업의 핵심 성장 동인을 상실함으로써 통신사업자의 수익성 약화로 이어져 IT산업의 전반적인 한계를 표출시키고 있다.

이러한 초고속인터넷 시장 성장 둔화는 사업자간 M&A 가시화(하나로 두루넷 인수 등), 하나로의 초고속인터넷 사업 집중을 위한 와이브로 사업권 포기, 파워콤 소매업 진출 시도 등 초고속인터넷 사업자간 경쟁이 과열되는 양상을 보이면서 사업자간 불법 및 탈법 경쟁을 심화시켜 초고속인터넷 시장을 오히려 축소시키는 왜곡 현상을 유발하고 있다.

이것은 초고속인터넷을 활용한 다양한 신규 시장 진출을 제한하고 있는 법적 및 제도적인 규제에 따른 성장 잠재력이 억제되고 있는 측면도 없지 않아 있다.

향후 초고속인터넷 환경은 개인화된 편익성 위주의 삶 추구와 인터넷 중심으로 기기간 통합 환경, 즉 디지털 컨버전스 확산으로 초고속인터넷 인프라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형태의 음성과 데이터간의 결합은 물론 통신과 방송의 융합을 통한 컨버전스 시대로 발전하여 궁극적으로 유비쿼터스 환경의 구축을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초고속인터넷에 모빌리티를 가미한 유무선 통합(와아브로 혹은 와아파이)은 다양한 형태의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사용자 편익 증진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사업자들에게 새로운 사업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다양한 대용량의 영상정보를 양방향으로 이용하고자 하는 이용자의 욕구는 초고속인터넷에 기반한 통신과 방송의 컨버전스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통·방 융합 서비스의 성공 여부는 산업간 진입 불균형 해소와 네트워크 고도화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가능한 일일 것이다.

컨버전스 시대에 요구되는 고객 맞춤형 대용량의 멀티미디어 서비스(IP-TV, 영상전화, VOD 등)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가입자 망의 고도화 및 품질 보장을 위한 백본 망의 투자 등이 선결돼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초고속인터넷 시설의 IP화율은 50%이하로 가입자망의 올IP화를 위한 IP방식(FTTH, 유사 FTTH, IP-xDSL 등)에 대한 지속적인 설비 투자와 품질 보장을 위해 프리미엄망을 구축함으로써 유비쿼터스 시대에 초고속인터넷 망은 다시 한번 사회 인프라로서 핵심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