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유통 재편 `회오리`](3)복병 PMP

 2000년대 들어 정보가전 유통업계의 목표는 ‘프리미엄’ 제품 판매를 확대하는 것이다. 국내 소비 행태가 대형화·고급화되면서 매장은 70∼80% 이상이 벽걸이형 PDP·LCD TV, 양문형 냉장고, 드럼세탁기 등과 같은 프리미엄 제품으로 채워졌다.

 그런데 1∼2년 전부터 매장 한쪽에 젊은층이 선호하는 MP3P·디지털카메라·PMP 등 휴대형 멀티미디어 기기들이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노트북PC, 복합기, 메모리카드 등 IT 제품도 별도 코너가 마련되고 있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소품’ 축에 들던 제품들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 제품들의 판매 비중이 전체의 10%에 육박하면서 유통가를 뒤흔드는 복병으로 떠오르고 있다.

 ◇올해가 경쟁 1라운드=IT제품의 경우 하이마트, 전자랜드 등이 자리를 잡은 가운데 삼성전자에 이어 LG전자가 올해 본격적으로 판매에 나서면서 경쟁이 시작됐다. 하이마트와 전자랜드 등은 2∼3년 가량 앞서 휴대형 멀티미디어 기기를 포함한 IT 제품을 판매중이다.

 하이마트는 지난 2001년부터 PC 판매에 들어갔으며 이듬해 DVD·홈시어터·디지털카메라·내비게이션 등 디지털기기를 취급하기 시작했다. 2003년부터는 디지털카메라·캠코더·MP3P 등은 별도 코너를 마련해 집중 판매하고 있다.

 용산에 뿌리를 둔 전자랜드는 3분의 1 가량이 IT 제품. 특히 MP3P·휴대폰·디지털카메라 등을 판매하는 별도 전문매장인 ‘마이전자랜드’ 10여곳을 운영하고 있다.

 MP3P·디지털캠코더 등 대부분의 정보기기를 생산하는 삼성전자는 대리점을 통해 판매해 왔으나 올 들어 역점 분야 중 하나로 ‘노트북PC’를 선정하고 집중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휴대폰 판매를 강화하기 위해 직영점에 별도 코너인 ‘애니콜 인 샵’을 열었다.

 LG전자는 지난해 말 LG IBM에서 PC사업 부문을 흡수한 이래 현재 400여개 직영점 하이프라자와 대리점에 15∼20평 규모의 IT 제품 판매 전문 부스인 ‘IT코너’를 설치했다.

 정창화 LG전자 한국마케팅부장은 “노트북PC를 전면에 내세우고 데스크톱PC와 디지털복합기 등 다양한 IT 제품을 포진시켜 젊은 소비자층 공략에 나서고 있는데 이를 통해 매출도 지난해 대비 15% 가량 늘릴 방침”이라고 말했다.

 ◇왜 부상하는가=유통업계가 휴대형 멀티미디어 기기에 집중적으로 관심을 쏟는 결정적인 이유는 비용절감을 위해서다.

 휴대형 기기는 막대한 물류비용이 들어가는 정보가전 제품에 비해 거의 비용이 ‘제로’에 가깝다. 예컨대 100만원대 디지털캠코더와 비슷한 가격인 냉장고 1대를 비교할 때 부피 차이는 100배에 가깝다. 이를 운반하는 비용도 엄청난 차이가 생긴다. 보관비·설치비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양 제품의 마진폭은 별 차이가 없다. 결과적으로 휴대형 멀티미디어 기기는 전체적으로 최소 5% 가량 비용이 절감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집객 유치 효과도 대단하다. 정보가전 매장의 주 고객층은 가전을 주로 구매하는 30대 중반부터 50대까지다. 지난 20여년간 동일 품목을 취급하면서 고객층이 굳어진 상태.

 이를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이 바로 휴대형 멀티미디어 기기다. 게다가 인터넷 쇼핑몰로 집중되고 있는 온라인족을 오프라인 매장으로 끌어내는 효과도 있다. 대표적으로 MP3P의 경우 오프라인 판매 비중이 삼성전자는 40%, LG전자는 80%에 이른다.

 최정용 전자랜드 팀장은 “정보가전 매장이 다양한 멀티미디어 제품을 전시하면서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 젊은층을 끌어들이는 효과가 커지고 있다”며 “이는 기존 고객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고객에 ‘플러스 알파’가 되는 것으로 앞으로 유통업계의 최대 경쟁력은 멀티미디어 제품의 판매 능력에 따라 좌우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전망했다.

서동규기자@전자신문, dks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