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이, 국내 투자 행태 논란

 IMF 이후 해외 자본이 국내에 투자해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도 세금 한푼 내지 않은 행태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하이디스를 인수한 중국 비오이(경동방)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사실상 국내 투자는 더 집행하지 않는 상황에서 기술을 인수받아 중국에 차세대 LCD 생산라인을 건립중인 데다 국내 차입금에 대해서는 다시 국내에서 돈을 빌려 갚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국내 기업들의 중국 진출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봐야 한다는 반론도 제기하고 있다.

 ◇중국은 투자확대, 한국은 그대로=비오이는 지난 2003년 1월 하이디스를 인수한 후 곧바로 차세대 생산라인(법인명 비오이오티)을 중국에 짓겠다고 발표했다. 베이징 지역에 클러스터 형태로 건설되는 비오이오티는 5세대 이상 라인 3개가 연차적으로 들어서며, 투자금액만도 대략 4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오이오티는 비오이하이디스의 전폭적인 기술 지원을 바탕으로 올해 초부터 LCD를 생산중이다.

 그러나 비오이는 하이디스 인수 후 국내에는 전혀 투자를 하지 않고 있다. 그 결과 비오이하이디스는 지난 2003년 8000억원의 매출과 1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나 시장 상황이 악화된 지난해에는 7112억원의 매출과 362억원의 영업적자, 116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국내·대만 LCD 기업 가운데에서는 유일하게 적자를 낸 것이다. 이는 최소 5세대 이상의 생산라인을 보유한 경쟁업체와 달리 3.5세대 이하의 소형 라인을 보유해 규모의 경제에서 크게 뒤처져 시장악화기에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국내 차기 투자 신중히=비오이하이디스는 앞으로 중소형 사업으로 방향을 전환할 계획이지만 이 시장 역시 일본 기업들이 미리 선점하고 있는 데다 삼성전자, LG필립스LCD, AUO 등 대형 LCD 업체도 시장을 강화하고 있어 성공 여부는 미지수다. 또한 비오이오티와 비오이하이디스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SBU라는 가상조직으로 마케팅·영업·개발 등을 공동 진행, 사실상 비오이하이디스가 비오이오티의 제품을 판매 대행하는 데도 전혀 판매수수료를 받지 못하는 구조도 문제로 지적됐다.

 비오이하이디스의 한 관계자는 “비오이하이디스와 비오이오티는 비오이가 최대 지분을 보유한 형제 회사”라며 “판매수수료는 받고 있지 않지만 비오이오티의 물량을 합쳐 판매함으로써 시너지효과를 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최고경영진 간에는 국내에 대한 차기 투자가 신중히 검토되고 있는데 비오이오티를 건립하면서 국내 기업들이 3000억원 가량의 장비와 부품을 판매했고 앞으로도 지속적인 매출이 이뤄지는 긍정적인 측면도 감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 핵심 기업 매각시 견제장치 있어야=하이닉스 등 앞으로도 국내 기업의 매각은 지속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특히 중국 기업들은 기술 획득 차원에서 국내 제조기업을 매입하는 데 큰 관심을 보이고 있어 국내 기업에 대한 입질이 앞으로도 강화될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금융 측면에서 보면 핵심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라도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기업에 매각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며 “이럴 경우 비오이 사례에서 보듯이 산업적인 면에서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큰만큼 국내 기간산업에 대해서는 견제 장치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산업자원부는 ‘국가 핵심기술’로 지정된 품목을 생산하는 기업의 해외 매각시 정부의 허가나 수리를 얻어야 하는 첨단기술유출방지법을 국회에 상정했지만 아직까지 법안이 통과되지 못한 상태다.

유형준기자@전자신문, hjy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