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IT의 힘](하)값싼 인건비 성장 `견인차`

 대만 IT산업의 경쟁력은 어디에서 나올까. 우선 인건비가 저렴하다는 점이 꼽힌다. 이에 대해 HP의 그레이트차이나 글로벌 조달 임원인 카이 시아오는 “미국과 비교해 대만 인건비는 3분의 1수준”이라면서 “대만인이 소유하고 있는 중국 공장의 경우 조립라인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한 달 평균 인건비가 120달러밖에 안 된다”고 밝혔다.

 저비용뿐만 아니다. 정부의 강력하고도 효율적인 지원 정책과 기업가 정신이 시너지 효과를 낳은 점도 대만이 IT강국으로 부상한 주요 요인이다. 이는 신주단지 내에 있는 정부 산하 산업기술연구센터(ITRI:Industrial Techonoloy Research Institute)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전자·전기·통신·컴퓨터·광학·에너지·생명공학·나노 등 첨단 기술 연구를 담당하는 이곳은 현지 업체들과 긴밀히 협력, 대만 IT산업의 성장 엔진 역할을 하고 있다.

 4300여명의 우수한 엔지니어가 근무하고 있는 ITRI는 MIT·캘리포니아대·카네기멜론대 같은 미국 유명 이공대와도 탄탄한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대만을 대표하는 IT기업인 TSMC와 UMC가 모두 이곳에서 출발한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닌 셈이다.

 잘나가는 대만 IT업체들이지만 고민은 있다. 우선 그동안 성장 견인차였던 PC산업의 이익이 점차 박해지고 있다. 이는 PC 자체가 일상품이 되면서 비롯된 것이다. 이에 따라 아우스텍 같은 경우 매출이 꾸준히 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진이 작년에 6.4%를 기록하며 2001년(19%)보다 뚝 떨어졌다. 순익도 작년에 4억8400만달러에 그쳐 2001년보다 7% 감소했다.

 아우스텍뿐 아니라 콴타와 컴팔 같은 다른 간판 IT기업 역시 매출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이익은 점차 줄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중국을 거론하며 “대만이 반도체 분야에서 얼마나 더 경쟁력을 유지할지 의문스럽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같은 난관을 돌파하기 위해 대만 IT기업들은 우선 새로운 시장을 찾는 데 초점을 모으고 있다.

 컴팔의 레이 첸 사장은 “성장을 이끌 수 있는 새 제품을 찾아야 한다”면서 “TV, 휴대폰, 홈디지털미디어센터 등이 그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컴팔은 현재 연구개발비 증액과 함께 연구개발팀 수도 두 배로 늘렸다.

 콴타 역시 마찬가지다. MIT와 2000만달러에 달하는 파트너십을 맺은 이 회사는 MIT의 인공지능 기술을 디지털 기기에 접목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성장 지속의 또 다른 방안은 우수한 성능과 디자인을 갖춘 자체 브랜드의 제품을 갖는 것인데 이 분야에선 벤큐가 앞서가고 있다.

 평판TV와 MP3플레이어를 자체 브랜드로 내놓고 있는 컴팔은 지난 2001년부터 자체(인 하우스) 디자인 능력을 높이며 시장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방은주기자@전자신문, ejbang@

◆대만의 IT거물들

 ◇모리스 창(TSMC 회장)=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 TSMC의 창립자. 이 회사는 중국에 공장 설립 허가를 받은 대만 최초 업체이기도 하다. 상하이 근교에 1000명이 일하는 9억달러 공장을 갖고 있다.

 ◇테리 고우(혼하이 회장)=혼하이는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2를 만들고 있는 세계 2위의 전자제품 OEM업체다. 중국 광둥과 쿤산에 10만명이 일하는 공장을 두고 있으며 자동차 부품 등으로 사업다각화를 모색하고 있다.

 ◇배리 램(콴타 회장)=세계 최대 노트북PC 생산업체인 콴타의 창립자. 콴타는 컴퓨터 분야에서 이익이 줄자 휴대폰, 서버, LCD 패널, TV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중국에 2만명이 근무하는 4800만달러 규모의 공장이 있다.

 ◇YC 왕(포모사플라스틱스 회장)=80대 원로. 그의 가족은 스마트폰업체인 하이테크컴퓨터, 칩세트디자인업체 비아테크놀로지, 메모리칩업체 난야 테크놀로지 등도 소유하고 있다.

 ◇레이 첸(컴팔 사장)=델 등에 공급하는 PC를 만들고 있다. 첸은 PC 생산라인 대부분을 중국으로 이전했는데 쿤산 근처에 노트북PC 공장을 두고 있다.

 ◇조니 신(아수스텍 회장)=아수스텍은 애플의 ‘아이팟’을 만들고 있으며 최대 마더보드 업체다. 사업 다각화를 위해 자체 브랜드의 노트북PC와 스마트폰도 개발하고 있다.

 ◇KY 리(벤큐 회장 겸 CEO)=에이서에서 4년 전 분사한 회사로 자체 브랜드의 TV, 모니터, 휴대폰 등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로버트 차오(UMC 회장)=세계 2위 파운드리 업체. 대만의 많은 반도체 디자인 하우스가 UMC에서 분사했다.

 ◇차이 밍 카이(미디어텍 회장)=대만은 세계 팹리스 시장의 25%를 차지하고 있다. 이 중 미디어텍은 대만 최대 팹리스업체로 대만 시장의 25%를 점유하고 있다. 또 세계 최대 DVD칩 설계업체이기도 한데 LCD TV 등으로 사업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방은주기자@전자신문, ejb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