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게임시장의 미래를 보려거든 한국을 보라’
전세계에서 게임·엔터테인트·컴퓨터 분야 450여개 기업들이 2000여 종을 출품한 가운데 세계최대 게임 엑스포행사인 ‘E3(Eletronic Entertainment Expo)2005’가 18일(현지시각) 미국 로스엔젤레스(LA)의 LA컨벤션센터에서 사흘 일정으로 개막됐다. 이번 행사는 특히 개막전부터 마이크로소프트(MS)의 차세대 게임기 ‘X박스360’ 발표와 온라인게임의 국경없는 경쟁 점화라는 두가지 이슈가 로 부상하면서 예년에 없던 열기를 내뿜고 있다.
MS에 맞선 소니진영도 지난해말 출시된 PSP로 휴대형 게임기 열풍을 주도하기 위해 협력사들과 함께 전용 게임을 대대적으로 선보인데 이어 플레이스테이션 차기 버전도 구체화하는 등 빅뱅을 준비하고 나섰다.
일렉트로닉아츠(EA), 비벤디유니버셜, 액티비전, 남코, 코나미 등도 그동안 베일에 가려있던 전략 작품을 일제히 공개하며 플랫폼 홀더들의 주도권 경쟁에 못지 않은 피말리는 싸움에 돌입했다. 인텔, AMD, NVIDIA, ATI, 퀄컴, 노키아, 로지텍 등도 그래픽·비디오 처리 성능에 혁신을 가한 최신 하드웨어 제품들을 출품했다. 이번 E3 출품작은 신작과 플랫폼을 통털어 2000여종에 달한다.
비디오게임 플랫폼의 온라인화 가속, 전세계 온라인게임 이용 인구의 급증이라는 환경 변화의 한 복판에서 열리는 E3인 만큼 한국 업체와 게임에 전세계 이목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한국기업들도 이번 E3에 대거 참가했다. 이미 세계적인 기업이 된 엔씨소프트와 웹젠이 대형 독립 부스를 통해 참가한 것을 비롯해 제이씨엔터테인먼트, 씨알스페이스, 게임빌, 엔텔리젼트 등 19개 온라인·모바일게임 업체들이 공동관으로 참가, 한국게임의 우수성을 전세계에 과시한다.
한국 1위이자, 세계 온라인게임 1위기업 엔씨소프트(대표 김택진)는 이번 E3를 통해 한차원 높은 글로벌 게임업체로서의 위상을 내외에 재확인시킨다는 전략이다. 엔씨소프트는 이번 행사에서 ‘시티오브히어로’의 차기버전인 ‘시티오브빌런’을 비롯해 리처드 게리엇이 개발중인 ‘타뷸라라사’ 등 전략작을 선보였다. 또 E3가 개막되기 전부터 ‘이시대 주목받는 작품’으로 선정된 바 있는 ‘오토어썰트’도 공개된다.
엔씨소프트는 지난달 오픈한 ‘길드워’의 개발주역인 아레나넷을 비롯해 엔씨오스틴의 게리엇 형제 등 그 이름만으로도 전세계 게이머를 흥분케 만드는 개발자들은 E3 무대로 불러내 자사 브랜드와 이미지를 업그레이드시킨다는 계획이다.
웹젠의 전략도 만만치 않다. 주 행사장인 LA컨벤션센터 사우스홀에 초대형 독립 부스를 마련한 통큰 행보부터가 이번 행사에서 보여줄 웹젠의 자신감을 상징하고 있다.
웹젠(대표 김남진)은 차기작인 ‘썬’과 초특급 블록버스터 1인칭슈팅(FPS)게임인 ‘헉슬리’를 비롯해 세계적 거장 데이비드 존스와 공동개발중인 ‘APB’를 출품했다. 웹젠은 이 세 작품을 통해 2001년 ‘뮤’ 이후 뚜렷한 개발작이 없어 ‘세월만 죽였다’는 주변의 비아냥을 한꺼번에 날려버리겠다는 각오다.
웹젠은 실제 ‘썬’의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 제작을 위해 ‘반지의 제왕’의 음악감독 하워드 쇼에게 지휘봉을 맡기는 등 상품적 완성도에도 심혈을 기울여 왔다. ‘헉슬리’는 PC온라인 플랫폼 외에 FPS게임에 대한 인기가 높은 북미 취향에 맡게 일찍이 차세대게임기 ‘X박스360’ 플랫폼용으로도 개발을 선언하는 등 시장의 주목을 한몸에 받고 있다.
한국게임산업개발원의 한국 공동관으로 참가하는 중견 온라인·모바일게임업체의 면면과 출품작 구성도 쟁쟁하다.
제이씨엔터테인먼트(대표 김양신)는 한국에서 선풍을 일으키고 있는 온라인 길거리농구게임 ‘프리스타일’로 농구의 본고장인 북미시장을 직접 노크한다. 박진감 넘치는 플레이와 고감도 동작 구현으로 비디오 농구게임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현지시장에 일대 파란을 몰고 올 조짐이다.
탄탄한 개발력으로 정평이 나있는 KOG스튜디오(대표 이종원)도 고감도 액션레이싱게임 ‘그랜드체이스’를 출품했다. 한국의 온라인게임 개발능력이 북미,유럽인들이 좋아하는 레이싱 장르와 맞물려져 어떤 효과를 낼지 기대가 되고 있다.
전통의 인기 게임들도 신시장 개척이라는 깃발을 들고 E3에 속속 모습을 드러냈다. 멀게는 2∼3년전 이미 국내에서 선보여 지금은 이름 조차 잠잠해진 게임들의 해외시장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한 것이다. 미리내엔터테인먼트(대표 정재성)의 ‘칸’이나 케이디앤스마텍(대표 허건행)의 ‘천상의 문’이 대표적이다.
무협물이나 댄스와 같은 독특한 장르의 도전도 눈길을 끈다. 씨알스페이스(대표 최원제)는 북미·유럽에 생소한 무협게임 ‘디오’를 출품한다. 이진공작(대표 조국영)은 X박스용 댄스게임인 ‘X탱고’로 지난해에 이어 또 한번 대규모 해외 수출을 노린다.
온라인게임과 함께 최강국으로 올라선 모바일게임 부문에서도 히트작들이 대거 선을 보였다.
게임빌(대표 송병준)은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모바일 야구게임 ‘베이스볼2005 CBS스포츠라인’을 출품했다. TV중계를 보는 듯한 실사풍의 게임 플레이가 압권이다. 최근 소프트뱅크로부터 투자를 유치한 엔텔리젼트(대표 권준모)도 한국 네트워크 대전형 모바일게임의 신기원을 연 ‘삼국지무한대전’의 속편 ‘삼국지무한대전2’를 선보였다.
이밖애 한국에서 100만 다운로드르 기록한 이쓰리넷(대표 성영숙)의 ‘동전쌓기’도 인기몰이에 나섰다.
로스앤젤레스=이진호기자@전자신문, jholee@
◆E3 2005 핵심 관전포인트
◇차세대 게임기 흥행 승자는?= 지난 16일(현지시각) 이미 대규모 식전 콘퍼런스를 통해 기선 제압세에 나선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차세대 게임기 전쟁이 E3 기간 동안 누가 전세계로부터 더 많은 인기와 관심을 끄느냐로 또한번 격돌한다. 이번 승자가 이후 출시될 차세대 게임기 대전에서도 승리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엔씨소프트, ‘리니지3’ 발표하나?= 엔씨소프트가 품속에 고이 간직해온 ‘리니지3’ 전략을 공개 발표할 지 주목된다. 특히 이 게임은 이전 1,2편의 PC온라인 버전과 달리 ‘X박스360’ 플랫폼용으로 만들어질지 초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블리자드, ‘스타크래프트2’ 내놓나?= 한국 게임이용자에게 가장 큰 관심사이기도 하다. 특히 국내 게임업체들에게는 지난해 ‘월드오브워크래프트(WOW)’ 이후 또하나의 가공할 충격탄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온라인버전으로 나온다면 ‘스타크래프트’의 절대적 기반과 맞물려 충격은 더 커질 수 있다.
◇넥슨,그라비티가 주도하는 세계적기업 M&A의 탄생?= 국내에서의 초특급 성장세를 누리고 있는 넥슨이나, 전세계 24개국 진출과 나스닥 상장으로 기세를 얻은 그라비티나 가장 시급한 것이 해외 유수의 개발사를 자기 몸체로 끌어오는 것이다. 이번 E3 무대가 이들이 세계 게임 흐름을 뒤집어 놓을 만한 합작 또는 인수모델을 내놓는 장이 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