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고도성장을 기록했던 국내 부품업계가 주춤거리고 있다.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주요 부품업체의 매출은 답보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고 영업이익은 대부분 급감했다.
이는 휴대폰 등 세트 제품의 성장이 둔해지면서 기대만큼 수요가 늘지 않았고 공급 가격 인하 압력에 의해 수익성이 악화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올해 하반기에는 본격적인 조정국면에 들어가 경쟁력에 의해 부품업체 간 명암이 갈릴 전망이다.
◇부품업계 ‘춘래불사춘’=16일 국내 18개 주요 부품업체의 올해 1분기 실적을 분석한 결과, 작년 동기 대비 매출이 줄어든 업체가 6개로 33%에 달했다. 반면 같은 조사 대상 업체의 작년 1분기 매출이 2003년 1분기 매출보다 감소한 사례는 하나도 없었다.
국내 최대 부품업체인 삼성전기의 매출이 작년 1분기 6843억원에서 올해 1분기 5323억원으로 22.2%나 감소, 매출 하락 비율이 가장 높았으며 백라이트유닛(BLU) 시장 선도 업체인 우영의 매출이 17.2% 줄어들어 그 뒤를 이었다.
또 매년 괄목할 만한 성장을 거듭했던 유일전자가 처음으로 매출이 줄어들었다. 이 밖에 KH바텍, 디에스엘시디, 모아텍 등도 매출 감소를 면치 못했다.
수익성 면에서는 하락세가 더욱 뚜렷하다. 영업이익이 감소한 업체는 18개 중 13개나 됐다. 2004년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률이 줄어든 업체는 3개에 불과했다.
삼성전기와 성호전자는 적자로 전환됐으며 KH바텍, 모아텍, 우영, 유일전자, 태산엘시디 등은 영업이익이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특히 영업이익률은 2개 업체를 제외하고 모두 감소, 부품업계의 수익성 악화를 단적으로 나타냈다.
◇수요 감소에 단가 하락 이중고=부품업계의 실적 악화는 국내 세트업체의 성장세가 한풀 꺾이면서 수요가 예상보다 늘어나지 않은 데다 설상가상으로 수익성을 보전하기 위한 세트업체의 단가 인하 압력이 한층 거세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부품업계의 이중고는 작년 하반기 본격화되기 시작해 올해 1분기에 그 여파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작년 4분기에 주요 대형 세트업체들은 부품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일괄 공급 가격 인하를 통보한 바 있다.
모 부품업체 대표는 “휴대폰과 디스플레이로 대표되는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의 호황으로 2003년 하반기와 2004년 상반기에 국내 부품업계가 호황을 맞았지만 작년 하반기부터 일부 분야를 제외하고는 성장이 둔화되거나 뒷걸음하는 양상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2005년은 부품업계의 조정국면=전문가들은 올해가 국내 부품업계의 조정 국면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세트업체가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펴면서 부품 협력업체를 소수 정예로 재편하는 상황에서 기술 및 가격 경쟁력을 갖고 있는 업체는 오히려 성장의 기반을 만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삼성전자에 휴대폰 케이스를 안정적으로 공급한 피앤텔이나 기존 사업 이외에 사업 영역 다각화에 성공한 인탑스와 선양디엔티, 부가가치가 높은 기판에 주력한 심텍 등은 전반적인 부품업계의 약세 속에서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늘어나는 성과를 거뒀다.
메리츠증권의 관계자는 “올해 부품업계의 가장 뚜렷한 경향은 알곡과 쭉정이가 가려지는 조정국면”이라며 “배터리 보호회로나 카메라모듈 등의 분야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실적 호조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장동준기자@전자신문, djj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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