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파는 생체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일본 미쓰비시화학 안전과학연구소)
“유전자가 발현한 원인이 전자파 때문인지 더 연구해 봐야 한다.”(서울대 유전자이식연구소)
전자파가 인체에 유해하다며 일방적으로 설치한 이동전화 기지국을 철거해 달라는 민원이 잇따르는 가운데 3세대 이동통신 시장의 리더로 주목받고 있는 일본과 우리나라가 전자파 유해성에 대해 상반된 연구 결과를 내놓아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NTT도코모·KDDI·보다폰·츠카셀룰러 등 일본 이동통신 4개사는 최근 ‘이동전화 기지국 전자파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공동 연구를 진행한 결과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중간 결과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러나 이는 관련 연구를 진행한 우리나라 서울대 유전자이식연구소의 “노인·어린이에게서 유전자 발현 가능성 높다”는 결과와 상반돼 주목된다.
특히 양국 연구팀은 이 같은 결과를 각각 내달 19일 아일랜드에서 열리는 생체전자기학회(Bioelectromagnetics)에 발표할 예정이어서 전자파 유해성 논쟁에 다시 불을 붙일 전망이다.
◇일본 연구진, ‘인체 영향 없다’=일본 이동통신 4개사가 지난 2002년 11월부터 미쓰비시화학 안전과학연구소와 공동 연구를 통해 내놓은 결과는 기지국 전자파가 당초 우려와 달리 △세포 증식률 △세포 주기 △세포 생사의 수 △세포핵 중 DNA 쇠사슬 절단 △세포 증식 과정에서 유전자 기능 및 종류 변화 등에서 생체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실험은 WCDMA 기지국의 기술 조건보다 10배나 강도가 높은 전파를 유전형질이 다른 인간세포 4종에 나흘간 투과, 배양해 얻은 결과로 인간 유전자 세포 4만개 중 공통되는 2만여개가 대상이 됐다. 또 2세에 주로 유전되는 젊은 세포를 대상으로 해 신뢰도를 높였다는 게 연구소 측 설명이다.
◇한국 연구진, ‘유전자 발현 우려’=그러나 이 같은 일본 측 연구 결과에 대해 우리나라 연구진의 생각은 크게 다르다.
서울대 유전자이식연구소의 서정선 교수팀은 “세포 배양 결과만으로는 생체에 어떤 실제적인 영향을 주는지 알 수 없다”면서 “전자파가 유전자 발현에 영향을 줬다는 그간의 연구 결과를 내달 같은 학회에서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 교수팀은 정부의 국책연구과제로 휴대폰 전자파의 인체 영향을 연구중이며, 지난 2003년부터 2년 동안 살아 있는 쥐 수백 마리에게 CDMA 방식의 휴대폰 전자파를 투사한 결과, 유전자 발현이 있었으며 그 원인이 전자파일 수도 있다고 최근 발표한 바 있다.
◇전망=이 같은 양국 연구진의 상반된 주장은 내달 동일한 국제학회에 발표돼 논쟁의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학계에서는 우리나라와 일본의 이통 가입자가 최근 10년 내 단기간에 급증한 데다 3세대 기술인 WCDMA와 cdma2000 1x EVDO를 적용해 방사율이 큰 고주파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주목하고 있다. 그만큼 우리나라와 일본의 사례 연구가 좀 더 세밀하게 진행돼야 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전자파가 인간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확고한 증거를 아직 찾지 못했지만 각국이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전자파와 인체의 상관관계를 밝히고 이를 보고하도록 의무화했다.
서 교수는 “IT강국으로서 위상을 확실히 정립하기 위해서는 한두 번의 연구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장기 연구를 통해 역기능 대책도 도출해낼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지연기자@전자신문, jyj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