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비즈니스 재도약을 꿈꾼다](7)e비즈를 통한 대·중소기업 협력

 대우정밀은 지난 2001년 11월 10억여원의 예산을 투입, 협력사와 공급망관리(SCM)시스템을 구축했다. 40여개 협력사와의 수·발주 업무 전산화를 통해 경영혁신을 추진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10개월간 진행된 이 사업은 구축 완료 후 초반 기대 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실무자들의 협조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우정밀은 경영혁신에 있어 꼭 필요하다고 보고 협력사에 적극 활용을 종용했다. 결국 2∼3년이 지나면서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했고 현재는 매우 성공적이라는 평이다.

 대우정밀 조사결과에 따르면 SCM을 통해 협력업체들이 평균 7% 가량의 매출증대를 기록했다. 또 재고와 구매비용 감소가 각각 16%와 11% 이뤘으며 이를 통해 23%의 업무시간 단축 및 17%의 생산성 증가를 이룩했다는 분석이다.

 대우정밀 김충식 부품구매담당 부품품질팀 차장은 “처음 SCM을 구축한 이후 활용도가 높지 않았으나 시스템을 사용자 입장에 맞게 커스터마이징 작업을 하고 또한 교육을 병행한 결과 효과가 크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지금은 납기 준수가 이뤄짐에 따라 예측생산이 가능하게 됐으며 이를 통해 재고 감소 등 기대 이상의 순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자부심을 나타냈다.

 협력사들의 반응도 매우 긍정적이다. 조립업체인 한성전장 임윤덕 생산담당 이사는 “시스템 구축 후 정량적·정성적으로 상당한 효과를 보고 있다”며 “특히 인력의 효율적 배치를 통해 조직관리 효과가 크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대·중소협력, e비즈니스화를 통해 결실=전문가들은 전사자원관리(ERP)·SCM 등 기업정보화 시스템 구축의 결실이 기업간 협력을 통해 제대로 빛을 발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는 기업의 경영혁신이 내부와 외부적 요소가 모두 존재하는데 대개 내부의 경우 전사적으로 움직이면 성과를 거둘 수 있는 반면 외부의 경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정보화가 기업간 서로 이뤄질 경우 업무 프로세스상의 표준화 및 이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크게 발생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e비즈니스 인덱스를 4년째 조사하고 있는 조동성 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비즈니스라는 것이 대내적과 대외적 두가지가 있는데 대기업과 협력사가 e비즈니스화를 달성할 경우 거래가 투명해지고 건전해져 생산성이 향상되는 등의 효과가 발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대·중소 협력사업을 펼치고 있는 중진공의 박재문 정보화지원팀 과장도 “우리나라 중소기업 가운데 전체의 60% 이상이 대기업에 납품하고 있다”며 “대·중소 협력은 산업 경쟁력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지원 다각화 필요=노무현 대통령은 16일 청와대에서 개최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토론회’에서 대·중소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노 대통령뿐만 아니라 산·학 전문가들도 우리나라 경제가 2만달러 시대 진입을 위해서는 대·중소기업이 상생할 수 있는 문화가 조성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처럼 대·중소 협력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만큼 정부 차원에서도 보다 다양한 지원책이 요구된다. 특히 현재의 프로젝트 단위별 직접 지원 방식과 함께 세제 혜택, 사례 도출 지원 등 다양한 방안의 모색이 요망된다. 산업자원부는 대기업·중견기업 및 단체 등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ERP·SCM을 구축 및 활용할 경우 지원을 하고 있다.

 세제 혜택의 대표적인 방법은 지난 수년간 업계가 강력히 요구하고 있으며 산자부도 채택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전자상거래에 대한 부가가치세 감면방안’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밖에 표준화 및 사례 연구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도 요망된다. 전자산업진흥회 최상미 팀장은 “중소기업들이 e비즈니스화에 소극적인 이유로 구매사인 대기업의 표준화가 안됐다는 점을 든다”며 표준화 중요성을 지적했다.

 ◇기업도, 인식전환 필요=“지금이 e비즈니스 인프라 투자 최적기다.” 작년 말 서울에서 열린 ‘전자상거래 표준 세미나’ 참석차 방한한 스티븐 유 로제타넷아시아 부회장의 말이다. 그는 인텔·소니 등 세계 선두기업들은 매년 정보화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며 만약 e비즈니스 투자에 인색할 경우 글로벌 무한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국내기업 상당수는 정보화에 대한 인식이 매우 부족하다. 특히 중소기업 경우 자금적인 여력이 있을 때까지 투자를 미루고 있는 실정이다. IT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소기업은 둘째치고 대부분의 대기업들도 필요성은 깨닫고 있으나 막상 투자에는 소극적인 것이 현실”이라고 아쉬워했다.

◆기고:대중소 기업간 협업 e비즈니스 추진 방안-김태경 전자상거래연구조합 이사장 

 4%대 저속성장이 지속하고 있는 한국경제의 돌파구를 산업 조직의 체질개선을 통한 총체적 경쟁력 창출에서 찿아야 한다면, 이의 전략은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협업을 기반으로 한 e비즈니스 확산 추진에 있다. 이는 급변하는 시장흐름에 민첩, 유연하게 대응하면서 변혁 경영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실시간기업(RTE) 등 e비즈니스가 핵심 수단이기 때문이다. 또한 국내외 시장에서의 경쟁구도가 과거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완제품 생산자끼리의 경쟁에서 이제는 완제품 생산자와 이의 협력관계에 있는 중소업체가 함께 패키지화된 공급자 집단간의 경쟁으로 진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협업 e비즈니스를 바탕으로 대·중소기업간 전략적 파트너 관계를 강화하면서 동반 성장을 모색하는 상생협력이 경제의 활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의 대표적인 협업 e비즈니스 추진 사례로는 삼성전자의 글로벌 삼성 비즈니스 네트워크(GSBN), LG전자 SCM 고도화 작업, 동부구룹 RTE추진 사업, 효성의 ISP버전 3.0 추진 등 일부 대기업 위주로 추진되고 있다. 반면 중견·중소기업 그리고 모든 업종에 걸쳐 확산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새로운 경제 활력 충전을 위해서는 협업 e비즈니스가 강력히 추진되어야 한다. 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변화와 혁신의 중심에 e비즈니스가 위치하고 있음을 최고경영층이 깊이 인식해야 한다. 종업원 입장에서는 관련 시스템을 구축한다든지,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일이 버거운 작업일 뿐 아니라 B2C 전자상거래와는 달리 활용 이득이 직접 개개인에 와 닿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먼저 시스템 구축에 앞서 조직과 프로세스 변화를 추진하고 회사내 데이터 정확도를 제고시켜야 하며, 도입 후에는 반드시 변화관리와 지속적인 평가시스템을 운영하되, 단기적 성과에 너무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

 대·중소기업간 협업 운영 측면에서는 거래 대상 업종 및 기업 간의 IT환경과 제품정보 체계 차이로 표준화 내지는 호환성 확보에 어려움이 큰 실정이다. 따라서 전 산업계에 걸처 제품 코드체계, 문서 양식, 업무 프로세스 등에 관한 표준화 작업은 절실하다. 상생의 차원에서 대기업은 낙후된 중소 협력업체에 대해 교육프로그램과 인프라 구축을 지원해 주고 각자의 제품 정보, 기술력, 사업 계획 등 기업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협업 e비즈니스로 연계, 발전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한시적으로라도 중소기업에 대하여 전자상거래를 통한 구매 및 판매금액의 0.2%에 해당하는 금액을 부가가치세액에서 공제토록 하고, 2003년 이전까지 시행된 바 있는 중소기업 IT자산 투자 준비금 손금 산입 및 투자세액 공제제도의 시행 등 업그레이드된 정책적 지원 인식도 절실하다.

 tkkim@hyosung.com

◆협력 사례

 대·중소기업의 협력은 e비즈니스 분야에도 빼놓을 수 없는 화두다. 흔히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를 자전거의 앞바퀴와 뒷바퀴의 관계에 비유한다. 자전거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앞서 굴러가는 앞바퀴(대기업)뿐 아니라 따라가는 뒷바퀴(중소기업)도 함께 굴러가야 한다는 이치다.

 LG전자(대표 김쌍수 http://www.lge.com)는 “협력회사가 최고의 경쟁력을 갖춰야 LG전자도 최고의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김쌍수 부회장의 지론에 따라 다양한 협력사 프로그램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 2002년부터 추진중인 본사와 협력업체를 하나로 묶는 ‘머신 투 머신(M2M) 통합’ 프로젝트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프로젝트는 협력업체가 전사자원관리(ERP)를 구축하고 이를 본사와 연결한 것으로 M2M시스템 구축을 통해 본사의 주문 생산계획 입고정보 등이 협력회사 ERP로 전송되고 협력회사도 생산 가능 규모·재고·실적정보 등을 실시간으로 본사로 전송할 수 있게 된다.

 즉, 모기업의 생산정보를 협력회사의 생산계획 편성단계에서 쉽게 적용할 수 있도록 정보를 엮어 줌으로써 생산 변경에 따른 리드타임과 재고손실 등을 최소화하고 최고 효율의 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30여개사에 M2M시스템을 구축했고 앞으로 200여개의 주요 협력사 중 원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이 프로그램을 적용해 협력업체의 체질 개선을 꾀하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는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는 중견기업·계열사·해외기업 등으로 M2M 통합의 범위를 확대함으로써 모든 협력업체에 대한 글로벌 생산계획·구매·실행 등의 협업환경을 완성한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대표 윤종용 http://www.sec.co.kr)도 협력회사의 지원·육성을 위해 오는 2008년까지 4년간 총 1조원 규모를 지원키로 하는 등 협력사의 경쟁력 제고를 통해 삼성전자의 경쟁력을 배가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2월에는 350여 협력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Samsung Suppliers’ Day 2005’ 행사를 개최하는 등 협력업체와의 상생 경영을 통한 동반 성장을 강조하고 있다.

 윤종용 부회장은 “초일류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수레바퀴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협력사의 도움이 필요하다”며 “협력사와 동반성장해 나가기 위해서는 협력사의 혁신활동 배가와 IT인프라 구축, 중장기 R&D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올해에는 협력사를 대상으로 정보화 실태조사를 전개해 정보화가 잘된 협력업체에는 부품 조달시 가산점을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