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신용보증기금(기술신보·이사장 박봉수)이 보증 재원인 정부의 출연금 축소 움직임과 벤처 전문 보증기관으로의 역할 재정립을 위해 보증금 회수에 나섰다.
이에 따라 지난해 ‘벤처대란설’까지 불러왔던 기술신보의 프라이머리채권담보부증권(P-CBO) 1년 연장분이 이달부터 만기가 도래하고 있는 가운데 기술신보가 연장분에 대해 100% 회수를 원칙으로 하고 있어 중소·벤처기업들이 다시 한번 자금난에 휘말릴 전망이다. 기술신보는 지난해 P-CBO 만기도래분 973개업체 2조3234억원 가운데 3분의 1 가량인 334개업체 6772억원에 대해 1년 연장한 바 있다.
◇실태= 기술신보가 올해 일반 보증 연장을 최소화하고 대신 기술 벤처기업에 대한 보증을 늘린다는 방침을 정한 가운데 지난해 P-CBO 만기 도래분에 대해 100% 회수에 나서면서 벤처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5월 P-CBO 만기 도래분 가운데 10여억원을 연장했던 A 제조업체의 자금담당 관계자는 “작년에 1년을 전제로 연장받았지만 중소벤처기업이 일시에 10억원이 넘는 자금을 어떻게 마련할 수 있느냐”며 “중소기업에 수십 년 있는 동안 이런적은 처음”이라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아울러 “중소기업 실태를 고려해 부분 연장을 해줘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상당수 업체들이 문을 닫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왜 회수에 박차 가하나= 기술신보의 재원 고갈 및 이에 따른 디폴트(보증채무 불이행) 우려가 가장 큰 요인으로 파악된다. 기술신보는 위험도가 높은 기술 벤처기업 위주의 보증으로 인해 부실이 크게 발생해 왔지만 그동안 정부의 출연금으로 보증업무를 계속 펼쳐올 수 있었다.
그러나 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의 한국 정부의 과다 보증 지적 등으로 인해 내년도 출연규모를 크게 축소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재무 건전성 확보를 위해 자금 회수에 적극 나서고 있다. 기술신보에 대한 정부의 출연금은 지난해 2690억원(추경 예산 포함시 6190억원), 올해 3000억원 이었으나 내년에는 올해보다 30% 가량 축소가 예상되고 있다. 본지 5월11일자 1면 참조
여기에 정부가 신용보증기금과 기술신보에 대해 2007년까지 혁신성과 평가 후 미흡할 경우 통합작업에 나서겠다고 밝힌 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관련 기관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보증에 있어 선택과 집중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를 달리 보면 보증공급을 줄이라는 것”이라며 “결국 보증기관 입장에서는 회수에 나설 수 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대안은 없나= 기술신보가 여러 정황상 회수에 나설 수밖에 없지만 잠재력 있는 우량 벤처기업들이 자금압박에 처하지 않도록 유동성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연구계의 한 관계자는 “기술신보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 만기를 연장한다고 해서 내년에 해결이 된다는 보장은 없다”며 “정부가 보증 축소의 방향을 잡은 만큼 진정 필요한 업체만을 선별해서 지원하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준배기자@전자신문, j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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