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규에 묶인 벤처 신기술

‘신기술이 먼저인가, 법규가 먼저인가’

 대덕밸리 벤처기업이 신기술 개발에 성공하고도 정부의 법규에 묶여 자칫 시장에서 사장될 위기에 놓여 있다.

 한국과학기술원 신기술창업지원단에 위치한 건국산업(대표 박진하)은 신제품 비교 광고를 둘러싸고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와 1년여 넘게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이 회사가 지난 2003년 과학기술부로부터 신기술(KT)인증 마크까지 획득한 폭발방지기술을 이용해 만든 ‘터지지 않는 휴대용 가스 레인지’ 신제품을 국내외 경쟁사 제품과 동일하게 폭발 실험을 한 후 그 결과를 판매회사인 홍진테크 홈페이지에 공개하면서 불거졌다.

 하지만, 경쟁사들이 건국산업의 이러한 광고가 공정거래법의 비교광고금지 조항을 위반했다며 공정위에 제소했고 건국산업이 공정위의 결과에 이의신청을 다시 제기하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해 8월 당시 건국산업의 폭발 실험 방법과 실험 장치가 정부의 안전성 검사 기준에 규정돼 있지 않은데다 실제 사용 환경에 비해 지나치게 가혹하게 진행됐고, 이로 인해 경쟁 사업자의 실적을 실제보다 현격하게 비방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부당광고 행위 금지 시정 경고 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건국산업은 자사의 폭발실험 방법이 전혀 문제될 게 없다며 공정위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박진하 사장은 “새로운 신기술에 대한 실험방법이 정부의 검사 기준에 없는 것은 당연하다”며 “철판 위에 가스레인지를 올려놓고 열을 가해 제품 폭발 여부를 체크했던 실험방법에는 문제가 없다”고 공정위의 조치에 불만을 터뜨렸다.

 이상지 대덕밸리벤처연합회 마케팅위원장은 “벤처기업의 기술과 제품이 아무리 우수해도 소비자들에게 우수성을 제대로 알리지못해 마케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기술의 발전을 따라가지 못하는 법과 규정 때문에 발목이 잡히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당시 홍진테크에 게재된 광고는 결과적으로 경쟁 사업자의 실적을 비방하는 광고라 경고 조치를 취하게 됐다”며 “오는 6월 중순 소위원회를 소집해 최종적으로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신선미기자@전자신문, smsh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