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DMB특위, 망식별 부호 도입 왜?

지상파DMB특위의 망식별 기능 도입 결정은 SK텔레콤을 비롯한 이동통신사업자에게 지상파 DMB에 대해 명확한 입장 정리를 요구하는 측면이 강하다. 지상파 DMB 6개 사업자들은 경쟁매체인 위성 DMB가 본 방송에 나선 가운데 아직 서비스를 위한 중계망 구축과 유통망 확보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위기감에 싸여 있는 상황이다.

 지상파 방송사의 한 관계자는 “7월 지상파 3사의 본 방송이라는 일정이 잡혀 있지만 단순 재송신일 뿐”이라며 “올 연말쯤 돼야 6개 사업자가 지상파 DMB란 새로운 방송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정과 명분=지상파DMB특위는 송신소와 방송보조국(TVR)에서 내보내는 방송신호는 모든 종류의 지상파 DMB 단말기에서 받아볼 수 있되, 음영지역 해소를 위한 중계망의 송출신호는 구축에 참여한 이통사만 CDMA망을 통해 해독코드를 받아 수신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이를테면 지하철에서 지상파 DMB폰이 중계망 신호를 받으려면 해당 휴대폰의 이동통신사업자가 중계망 구축에 참여해야 한다. 단, 이는 지상파 DMB폰에만 해당하며 지상파 DMB 전용단말기는 적용되지 않는다.

 조순용 지상파DMB특위 위원장은 “지상파 DMB는 지금까지 TV수신이 문제가 되지 않았던 음영지역으로 서비스 영역을 확장하는 게 중요하다”며 “음영지역의 수신이 대부분 휴대폰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통사가 (중계망 구축에) 참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유료화와 중계망 논의 분리=김윤섭 지상파DMB특위 사무국장은 “그간 KTF·LG텔레콤 등과 중계망 구축을 논의할 때마다 (이통사가 요구하는) 유료화를 함께 거론해 사업 진행이 힘들었다”며 “유료화는 정책 사안이며 지상파 DMB 사업자가 정할 수 없기 때문에 두 문제를 분리한다”고 말했다. 지상파DMB특위는 망식별 기능 도입이란 카드만으로도 KTF와 LG텔레콤을 중계망 구축에 참여시킬 수 있다고 판단한 셈이다.

 지상파DMB특위의 한 위원은 “망식별 기능을 도입함으로써 초기에 KTF·LG텔레콤이 참여하고 SK텔레콤이 불참할 경우 두 이통사로선 SK텔레콤을 견제할 수 있다”며 “SK텔레콤이 나중에 무임승차하려 해도 진입 장벽이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통사에 통할까=지상파DMB특위가 원하는 시나리오는 이번 결정으로 SK텔레콤을 중계망 구축에 참여시키는 것. SK텔레콤으로선 불참하면 지상파DMB시장에서 KTF와 LG텔레콤에 비해 상당히 불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에 대한 전제조건이 KTF나 LG텔레콤의 적극적인 참여라는 점. 만약 3개 이통사가 모두 참여를 거부할 경우 지상파 DMB 6개 사업자는 지하철 등 음영지역에서 지상파 DMB 수신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몰릴 수 있다. 더욱이 지상파 DMB폰을 유통시켜 줄 채널마저 확보하지 못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

 박원진 KTF 상무는 “(중계망)투자는 유통에 대한 이통사의 마진, 이를테면 티유미디어에게서 받는 정도를 확보해야 참여할 수 있다”며 “지상파DMB특위와 이런 부분에 대해 협의중”이라고 말했다. LG텔레콤도 KTF와 같은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상파DMB특위의 바람처럼 이통 3사가 선뜻 중계망 투자에 나설지는 여전히 미지수인 셈.

 업계 한 전문가는 “결국 지상파 DMB는 비즈니스모델 부재라는 덫에 빠져 있다”며 “수익을 얻을 수 없는 사업에 이동통신사업자가 쉽게 투자를 결정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업계에선 이번 망식별부호 도입을 유료화로 가기 위한 전단계로 해석하기도 한다. 지상파DMB특위가 부인하고 있지만 이미 물밑에서 유료화 관철을 위한 논의를 진행시키고 있다는 시각이다. 이통사의 한 고위관계자는 “(방송사들과) 지상파 DMB를 제대로 안착시키기 위해 노력중”이라고 말했다.

성호철기자@전자신문, hcs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