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3]E3에도 한류열풍 거셌다

세계 최대 게임전시회 ‘E3 2005’에는 한류열풍이 거셌다.

엔씨소프트, 웹젠 등 한국을 대표하는 게임업체들이 초대형 독립부스로 세계 메이저업체와 당당히 겨루면서 ‘온라인게임 강국’으로서 한국의 주가가 한껏 올라갔다.

한국공동관도 처음으로 메이저 게임업체들이 자리잡은 LA 컨벤션센터 사우스홀에 입성하면서 달라진 위상을 실감케 했다.

전시장을 찾은 한국 게임업체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어제의 조연배우가 주연배우가 된 것 같다”며 감격스러워했다.

이번 E3 한류열풍의 진원지는 뭐니뭐니해도 엔씨소프트와 웹젠. 이들은 EA, MS 등 세계 메이저 게임업체들이 전시부스를 마련한 주전시관 사우스홀에 대형 부스를 마련하고 관람객의 발길을 잡았다. 이들이 출품한 게임들은 한국뿐 아니라 북미 등 세계시장을 겨냥한 게임들이라 더욱 관심을 모았다.

 

 # 엔씨소프트·웹젠 비밀병기 발표

우선 사우스홀 입구쪽에 자리잡은 엔씨소프트는 최근 출시한 ‘길드워’를 비롯, ‘시티오브빌런’ ‘타뷸라라사’ ‘오토어썰트’ 등 신작 게임을 대거 선보이며 관람객들을 끌어모았다.

특히 북미시장에 엔씨소프트의 이름을 알린 화제작 ‘시티오브히어로’의 후속작 ‘시티오브빌런’과 엔씨오스틴의 리차드 게리엇이 개발중인 ‘타뷸라라사’ 등의 시연코너에는 구름관중이 몰려 전시회 내내 북새통을 이루기도 했다.

엔씨소프트는 이와함께 비밀병기로 준비해온 로봇액션게임 ‘엑스틸’도 이번 E3에서 공개하고 북미와 한국에 먼저 공개한 ‘길드워’를 유럽, 남미, 대양주 시장에도 잇따라 출시할 것이라며 명실상부한 글로벌 비즈니스를 천명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은 “쉴새없이 밀려드는 해외 언론의 인터뷰 요청으로 전시장 구경도 제대로 못했다”며 즐거운 비명을 지르기도 했다.

# 콘솔 게임기 시장에도 도전

나스닥 상장기업인 웹젠도 ‘썬’ ‘헉슬리’ ‘위키’ ‘APB’ 등 기대작들을 한꺼번에 출품, 북미시장 공략을 본격화했다.

특히 온라인게임 ‘뮤’ 후속작으로 기대를 모아온 ‘썬’은 노말패밍 기법을 이용해 갑옷 등의 아이템 하나하나까지 세밀하게 묘사된 그래픽이 눈길을 사로잡았고 하워드 쇼가 제작한 OST도 처음 공개돼 열광적인 반응을 얻었다.

세계적인 거장 데이빗 존스의 첫번째 온라인게임 ‘APB’도 퍼블리셔인 웹젠을 통해 처음 북미시장에 공개돼 호평을 받았다. ‘APB’는 ‘E3쇼데일리’는 물론 로이터, AP 등 해외 언론이 대서특필하기도 했다.

웹젠은 이번 E3에서 MMOFPS 장르인 ‘헉슬리’를 PC뿐 아니라 MS의 차세대 게임기 X박스360 버전으로도 개발할 것을 공식화해 콘솔게임시장 진출도 기정 사실화했다.

또 판타그램은 이번 E3에 전시부스를 마련하지는 않았지만 ‘킹덤언더파이어-더크루세이더즈’ 후속작 ‘킹덤언더파이어-히어로즈’를 한국업체로는 처음으로 X박스360 타이틀로 시연해 눈길을 끌었다. 판타그램은 이에 앞서 새로운 콘솔게임 ‘N3’를 ‘세가 렐리 챔피언쉽’ 개발자인 미즈구치 테츠야와 공동으로 개발한다고 밝혀 세계 게임업계에 화제를 불러모았다.

엔씨소프트 김 사장도 ‘리니지3’를 포함해 향후 개발하는 온라인게임을 콘솔버전과 동시에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혀 이번 E3를 계기로 국내업체들의 콘솔게임시장 진출이 급류를 탈 전망이다.

한편 엔텔리전트, E3넷, 이니엄 등의 중견업체들이 자리잡은 한국공동관도 올해부터 부전시관인 켄시아홀이 아닌 주전시관인 사우스홀로 옮기면서 많은 관람객의 발길을 붙잡는데 성공했다. ○…웹젠의 이색 마케팅이 기대이상의 효과를 거두자 관계자들이 희색만면. 이 회사는 푸드코트 테이블에 ‘썬’ ‘헉슬리’ ‘APB’ ‘뮤’ ‘리키’ ‘파르페스테이션’ 등 6개 게임의 로고와 이미지 광고를 실시, 상당수의 관람객들에게 자연스럽게 노출되는 효과를 얻었다고. “광고물에 부스 번호까지 적어 놓아 큰 효과를 보았다”며 ““밥을 먹은 관람객들은 웹젠의 광고물을 볼 수밖에 없었을 것”이 이 회사의 한 관계자의 전언.

 

 ○…이번 행사에서 일본의 체감형 게임기가 관람객들로부터 많은 인기를 모아 눈길. 코나미는 댄스댄스 레볼루션을 내놓았는데 관람객들이 몰려들어 직접 체험하느라 부수 주변이 극심한 혼잡을 빚기도. 이밖에 닌텐도의 ‘동키콩가’와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아이토이’ 등의 부스 역시 직접 체험을 원하는 관람객들이 오랜시간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을 연출.

 ○…이번 행사에서 X박스360, 플레이스테이션3, 게임보이어드밴스 마이크로 등 차세대 콘솔 게임기가 일제히 모습을 드러냄에 따라 각국의 미디어들이 열띤 취재경쟁을 벌이기도. 일부 기자들 사이에서는 관람객들보다 기자의 수가 더 많은 것 아니냐는 농담이 오가기도. 개막 첫날 미디어 등록부스는 많은 미디어 관계자들이 몰린데다 정전사태까지 겹쳐 몇백 미터씩 줄이 늘어서 2~3시간 이상 줄을 서기도. 기다리다 지친 한국의 기자들은 이에 대해 외국사람들은 인내심이 대단하다고 한마디씩.

 ○…한국관에서 선보인 성인용 게임 ‘쓰리필’ 시연대에서 한때 적나라한 체위장면까지 묘사한 동영상이 나갔으나 곧 다른 동영상으로 교체돼 눈길. ‘쓰리필’ 개발사인 씨엠넷에 따르면 한국에서 수위별로 동영상을 다운받아 두고 이를 선별해 내보내는 과정에서 실수로 가장 야한 장면이 나간 것. 하지만 곧 이를 본 일부 관람객이 E3 주최측에 동영상 철수를 요구하는 민원을 제기했고 E3측은 이를 다시 한국관을 마련한 한국게임산업개발원측에 요청, 씨엠넷에서 자진해서 동영상을 철수 시켰다고.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이번 행사가 성인만을 대상으로 하고 또 미국이 성인물에 대해 관대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각 개인의 의사를 존중하기 때문에 공공장소에서 성인물을 함부로 틀수는 없는 일”이라고 해명.

 

<황도연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