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산업개발원 위상 어떻게 바뀌나

문화부가 CT를 무기로 새로운 판짜기에 나서면서 그동안 게임기술개발을 주도해 왔던 한국게임산업개발원(원장 우종식)의 향후 위상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개발원이 게임연구소를 문화콘텐츠진흥원으로 이관함에 따라 게임기술 관련 업무에서 완전히 손을 뗐기 때문이다.

 

 개발원 내의 게임연구소는 매년 개발원 전체 예산의 10%가 넘는 20억원 규모의 예산으로 게임엔진 개발 및 통합플랫폼 개발, 품질평가 서비스, 연구용역 사업 등 게임기술 개발 지원업무를 맡아왔다. 이에 따라 게임산업개발원의 위상과 역할은 대폭 축소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 기술 관련 업무 손떼고 게임문화에 주력

게임산업개발원은 지난 2월에 세웠던 올해 사업계획 가운데 기술연구 부문을 삭제하고 앞으로는 게임문화와 마케팅 및 정책개발 등의 업무에 주력키로 했다.

개발원이 기술부문 대신 선택한 카드는 게임문화 진흥 사업이다. 이에 개발원은 지난 2월 사업계획을 발표하면서 올해를 게임문회진흥의 원년의 해로 만들겠다고 선포한 바 있다. 올해 전략적으로 추진할 주요 사업 가운데도 ‘게임문화 인식제고 및 e스포츠 활성화’가 1순위로 잡혀 있다. 내용은 게임의 문화적·산업적 발전을 위한 환경을 조성하고 건전한 게임이용 문화를 확산한다는 것. 특히 e스포츠 활성화를 통해 게임을 건전한 여가문화로 정착시켜 나간다는 내용이 눈에 띈다.

개발원은 이밖에 게임콘텐츠 창작역량강화, 국제교류협력 및 수출활성화, 게임산업지원 인프라 강화, 게임산업 핵심인력양성, 정책연구 및 법제도개선, 개발원운영지원 등을 올해의 사업 과제로 추진중이다.

# 게임연구소 이전 배경

문화부가 게임산업개발원에 있던 게임연구소를 문화콘텐츠진흥원으로 이관한 것은 게임기술을 문화기술(CT)로 묶어서 크게 가자는 취지에서 이루어졌다. 게임뿐 아니라 방송과 영상 기술도 추후 함께 묶어 큰 그림을 그리자는 것. 문화콘텐츠진흥원에 설립된 CT전략센터를 향후 CT연구소로 확대, 발전시킨다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문화부가 이같은 결단을 내리게 된 배경에는 게임산업개발원에서 추진해온 3D엔진 개발 및 통합플랫폼 개발 사업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가 크게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최근 문화부에 ‘기관주의’를 주는 것으로 마무리 되기는 했지만 1차 감사에서 해당 인사에 대한 ‘징계요구’가 내려지면서 문화부로서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기 때문에 게임연구소 소장 시절 이 사업을 추진한 우종식 개발원장에 대한 문책성 조치가 아니었느냐는 내용이다. 이는 게임연구소 이관이 감사원의 최종 감사결과가 나오기 훨씬 이전인 지난 2월 1일에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힘이 실린다.

사실 게임연구소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서는 문화부 내에서도 오래전부터 논란이 있어 왔다. 게임기술 개발 사업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예산과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개발원에서 진행하는 데 대한 실효성 문제 때문이었다.

이에 대해 개발원의 한 관계자는 “전후 사정이야 어찌됐건 물의를 빚은 것이 사실인 데다 평소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이었던 터라 개발원으로서는 문화부가 좀 더 큰 그림을 그리겠다는 취지에서 보내온 요구를 수용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이었다”고 전했다.문화부의 아킬레스건이었던 통합플랫폼 개발 사업은 게임연구소가 콘텐츠진흥원으로 넘어가면서 사실상 폐기처분 되는 운명을 맞게 됐다.

문화콘텐츠진흥원의 설기환 본부장은 “내달 30일 완료되는 2차 사업을 끝으로 통합플랫폼 사업은 더이상 진행하지 않고 폐기처분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로써 지난 2년 가까운 기간 동안 약 15억원 정도의 예산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진 통합플랫폼은 세상에 나오지 못하고 사라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통합플랫폼 개발 사업은 게임산업개발원 우종식 원장이 게임연구소 소장 시절에 제안, 공모사업으로 진행산 과제로 PC·모바일·온라인 등 다양한 플랫폼의 게임을 개발하는데 기본적이면서도 공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게임개발 솔루션을 만들자는 것이 취지였다.

이에 대해 우종식 원장은 “통합플랫폼 개발 사업은 정통부에서 그만두라고 요구하며 이의를 제기해 올해로 끝난다”며 자신의 손을 떠난 것에 대한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또 “게임연구소 소장이 함께 콘텐츠진흥원으로 갔으니 직접 마무리할 것”이라며 “이후로는 개발한 솔루션을 ETRI에 넘기거나 민간 자율형으로 운영하는 선에서 마무리되지 않겠느냐”고 예상했다.

우 원장 입장에서는 자신이 깊이 관여한 사업인 데다 그동안 이 사업을 추진해온 홍대기 연구소장이 문화콘텐츠진흥원의 CT전략센터 전략팀장으로 갔으니 어떤 형태로든 결과물이 빛을 보지 않겠느냐는 기대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게임연구소에 있던 직원들 모두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정신이 없는 상황인데다 문화콘텐츠진흥원에서는 통합플랫폼 개발 사업을 더이상 진행할 의지가 전혀 없다는 입장이라 이같은 우 원장의 기대가 얼마나 반영될지는 미지수다.

<김순기기자 김순기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