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혁신본부(본부장 임상규)의 국가 연구개발 종합 기획·조정력이 올초 ‘양전자 단층촬영기 주관부처를 놓고 갈팡질팡한데 이어 또 다시 실험대에 올랐다.
저공해 액화석유가스(LPG)버스 실용화를 둘러싸고 주관 사업부처인 환경부와 협조부처인 산업자원부가 이견을 보이면서 첨예한 대립양상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30일 “지난 2003년 한국기계연구원을 비롯한 11개 산·학 연구기관이 산업자원부, LG가스, SK가스 등의 지원을 받아 개발한 저공해 LPG버스가 ‘대형 국가연구개발 실용화사업’ 후보 과제였으나 환경부 연기 요청으로 올 하반기에나 타탕성 조사를 벌이게 됐다”고 전했다.
그는 “환경부가 저공해 버스 관련 시행규칙에 압축천연가스(CNG)버스 조항만을 등재해놓아 LPG버스 실용화 추진에 어려움이 많다”며 “과기혁신본부를 통해 △부처 간 이견 조정 △관련 법령체제 보완을 시도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환경부는 지난 2000년부터 CNG버스 지원정책을 추진, 4월 말 현재 6800여대를 보급했고, 올해 말까지 보급대수를 8900여대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또 지난 2월 싱가포르와 CNG 기술·정책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를 교환하고 오는 2008년부터 2025년까지 모두 3200억원어치를 수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처럼 CNG버스를 역점사업으로 추진하는 가운데 LPG버스까지 담보해내기 어렵다는 게 환경부 측 입장이다.
산자부는 국내 박사급 연구원 30여명이 4년여간 노력한 끝에 국제 경쟁력을 갖춘 LPG버스를 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 정책 미비(관련 법규)로 실용화할 수 없는 상황을 개탄한다. 특히 CNG버스가 충전소 설치가 어려워 보급실적이 저조한 반면 LPG버스는 이미 전국에 1200개 이상 충전소가 확보돼 있어 오히려 실용화에 적합하다는 주장을 펼친다. 또한 일본에서 LPG버스 시험운행에 성공하고 일본교통연구소 성능시험까지 통과하면서 일본·중국·칠레 등지로부터 문의가 쇄도하는 등 수출 가능성이 크다는 게 산자부 측 설명이다.
과기혁신본부는 환경·산자부가 자체적으로 이견을 조율하기 어렵다고 보고 ‘LPG버스 대 CNG버스 기능 및 실용화 조건 우·열’을 가리기 위한 심층분석조사를 검토하기로 했다. 또 CNG버스에 경직된 관련 법령체제의 보완 여부를 타진하기로 했다.
LPG버스 개발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정부(산자부) 지원을 바탕으로 LPG버스를 개발했는데, 정부(환경부)가 실용화를 가로막는다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라며 “정부 행정이 보다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은용기자@전자신문, eylee@
사진: 국내 기술로 개발한 저공해 LPG버스가 실용화 딜레마에 빠졌다. 사진은 시험운행을 성공적으로 마친 LPG버스(왼쪽)와 이미 6800여대가 보급됐으나 충전소 실치·확대에 어려움을 겪는 CNG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