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 제조업체 지상파DMB 중계망 구축 나서나

지상파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이 안착하는 데 걸림돌인 중계망 구축에 삼성전자·LG전자 등 단말기 제조업체들이 나설지에 대해 업계의 이목이 쏠렸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기태 삼성전자 사장과 박문화 LG전자 사장은 지난달 27일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 성유보 방송위원회 상임위원 등이 참석한 조찬에서 지상파 DMB 음영지역 해소를 위한 중계망 구축 지원 문제를 집중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성 위원은 “이날 지상파 DMB 중계망 구축에 삼성전자, LG전자 등 제조업체가 참여하는 부분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며 “두 회사는 참여 여부에 대해 즉답을 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정연주 KBS 사장, 최문순 MBC 사장, 안국정 SBS 사장 등 지상파 방송사 사장을 포함해 10여명이 참석했다.

 ◇지상파 사업자, ‘불감청 고소원’=KBS·MBC·SBS· YTN DMB·KMMB·한국DMB 등 6개 지상파 DMB 사업자는 내심 제조업체가 나서서 산적돼 있는 문제 해결을 도와주기를 기대했다.

 지상파DMB특별위원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제조사에 중계망 구축 지원이나 참여를 요청하지는 않았다”며 “지상파DMB가 활성화되면 사실상 가장 큰 수혜자는 제조사”라고 강조했다.

 지상파 DMB 사업자는 그러나 방송 송신을 위한 시설 구축을 위해 TV 수신기 제조업체가 지원한 전례가 없고, 또 책임을 전가하려 한다고 비난할 수 있음을 의식, 공식적인 참여 및 지원 요청을 자제해 왔다.

 ◇삼성·LG전자, ‘부정적’=삼성전자와 LG전자는 중계망 구축 참여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삼성의 정보통신 고위 관계자는 “중계망 구축은 방송사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디지털미디어총괄 관계자는 “중계망 장비 개발을 지원한다면 모를까 중계망 구축은 다른 문제”라고 언급했다. LG전자 관계자도 “중계망 구축 참여를 검토한 바 없다”고 설명했다.

 업계 일각에선 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이 지상파 DMB용 수신제한시스템(CAS) 개발에 나섰으며, 향후 지상파 DMB가 CAS를 도입할 경우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총괄로선 ‘TV’ 시장인 지상파 DMB 주도권을 정보통신총괄로 넘겨 줄 개연성을 경계한다. 디지털미디어총괄이 중계망 구축을 지원할 경우 이런 시나리오에서 벗어날 수 있다.

 ◇전망=지상파 DMB가 중계망 구축 문제로 한 발도 전진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를 타개할 여러 변수 중 하나로 ‘제조사 카드’가 부각된 측면이 강하다.

 지상파DMB특위는 최근 망식별 기능을 도입하면서 KTF, LG텔레콤 등 이동통신 사업자들이 중계망 구축 참여를 결정할 것으로 기대했다. 망식별 기능을 통해 후발 이통사가 SK텔레콤을 견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후발 이통사는 ‘지상파 DMB에서 이통사의 비즈니스 모델 확보’를 전제로 내건 상황이다.

 지상파 DMB 사업자는 △부분 유료화를 통한 이통사 비즈니스 모델 확보 △자체 자금을 동원한 중계망 구축 △지하 음영지역 내 수신 포기 등 세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지상파 DMB 사업자로선 삼성전자·LG전자 등 제조사의 중계망 구축 지원을 또 하나의 선택 사항으로 두고 싶어한다.

 업계 전문가는 “정통부와 방송위가 지상파 DMB 활성화를 위해 적극적인 후방 지원을 하지 않는 한 지상파 DMB 사업자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호철기자@전자신문, hcs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