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디스크 용량은 2배 단위로 증가한다.’
컴퓨터 하드디스크의 용량 증가에 대한 업계의 새로운 가설이다. 예컨대 현재의 주력제품 용량이 ‘2GB’라면 업그레이드를 할 때 소비자들은 3GB 대신 4GB 제품을 선택한다는 것. 권위 있는 시장연구기관이 만들어 낸 가설은 아니지만 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실제로 최근 추세를 보면 데스크톱PC용 하드디스크(3.5인치)는 이전 80GB에서 160GB로 2배 증가했다. 노트북PC용 하드디스크(2.5인치)도 40GB에서 80GB로 시장 트렌드가 변하고 있다. 당연히 중간 용량인 3.5인치 120GB과 2.5인치 60GB 제품 점유율은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용량별 점유율=벤치마크 사이트 브레인박스(대표 문태환)는 250개 인터넷 쇼핑몰을 대상으로 국내 하드디스크 소매시장 점유율을 매달 조사해 발표한다. 브레인박스가 지난달 말에 발표한 바에 따르면 80GB 하드디스크의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말부터 마이너스 성장을 거듭해 올 들어 50%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이 제품은 2004년까지 60% 이상의 점유율을 보였다.
반면 160GB 하드디스크의 점유율은 지난해 초 8%대에 불과했던 것이 꾸준히 늘어 5월 말 21%를 기록했다. 결국 줄어든 80GB의 점유율을 160GB가 가져간 셈이다. 중간 제품인 120GB 점유율은 월 평균 10%에서 변화가 없다.
이는 세계 시장 추세와도 맞아 떨어진다.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가 지난해 말 전세계 시장 점유율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80GB 시장 점유율은 30%대에서 큰 변화가 없다. 2004년 4분기에는 31%를 기록했다.
반면 같은 기간 160GB 하드디스크는 처음으로 10%를 넘어서 13%를 기록했다. 120GB는 오히려 9%대로 주저앉았다.
이와 함께 노트북PC용 2.5인치 하드디스크 시장도 40GB에서 80GB로 진화가 한창이다. 중간에 60GB가 있지만 판매가 지지부진하다. 다나와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40%대를 유지하던 2.5인치 40GB 하드디스크 점유율이 올 들어 급격히 하락하는 반면 80GB는 이 줄어든 수요를 흡수해 28%까지 점유율을 끌어올렸다. 60GB는 10% 점유율을 유지했다.
◇왜 2배씩 진화하나=업계 전문가들은 120GB와 60GB가 점유율을 확대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를 업그레이드 주기에서 찾았다. 소비자들은 2년마다 하드디스크를 업그레이드하며 이 주기가 끝나는 시점에서 현재 용량에 대한 불만이 극대화된다는 것. 따라서 어중간하게 늘어난 용량의 제품 보다는 아예 2배 용량의 제품을 선택한다는 분석이다.
가격 문제도 중간 용량 확대에 걸림돌이다. 현재 3.5인치 하드디스크의 경우 80GB와 160GB의 가격 차이는 2만원 정도에 불과하고 2.5인치도 5만원 정도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 사이에는 이왕 업그레이드할 바에는 2배 용량 제품을 고른다는 설명.
이 같은 소비자의 욕구를 국내 PC제조사들은 제품 개발에 반영한다. 노트북PC의 경우 가격 파괴가 이어지면서 저가형 제품에는 40GB를 장착하고 고가형에서는 80GB 하드디스크를 채택하고 있어 60GB 용량 하드디스크는 설자리를 점점 잃고 있다.
삼성전자가 판매하고 있는 노트북PC의 용량을 살펴보면 이 같은 추세는 여실히 드러난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삼성전자 노트북PC 중에서 40GB 용량은 1개 모델이다. 80GB 용량 제품은 7개 모델이 있지만 60GB 제품은 3개에 불과하다. 데스크톱PC도 120GB 제품은 3개 모델이지만 160GB 용량은 11개 모델에 달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고가 노트북PC를 구매하는 고객들의 경우 60GB보다 80GB 모델을 선호하고 있다”며 “업그레이드 고객들도 40GB에서 80GB로 제품 선택 중심이 이동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정훈기자@전자신문, existen@etnews.co.kr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하드디스크 용량별 국내 소매시장 점유율-2.5인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