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의 목적’은 선수들의 작업 이야기이다. 마음에 드는 이성에게 접근해서 상대의 심리를 파악한 뒤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의 미끼를 던지고 끝내는 목적을 달성하는 고수들의 화려한 개인기가 펼쳐진다. 그것들은 책이나 영화 속에 존재하는 멋들어진 모습이 아니라, 저자거리에서 무수히 많은 남녀들이 실전에서 부딪치는 모습들이다.
‘연애의 목적’이 작업하는 선수들을 다룬 다른 영화들과 차별성을 갖는 지점은 그것들이 포장되지 않고 솔직하게 표현되어 있다는 것이다. 선수들은 영화 속의 대사 한 마디 한 마디가 가슴을 찌를 것이다. 그만큼 솔직하다. 모든 위선적인 껍질을 벗어던지고, 남녀가 밀고 당기는 줄다리기를 시작하는 이유는 오직 같이 자기 위해서라는 것을 뻔뻔스럽게 드러낸다.
교사 이유림(박해일 분)은 자신의 반에 배정된 교생 최홍(강혜정 분)를 보고 추근대기 시작한다. 그 접근방법은 같은 파트너십을 강조하면서 술 한 잔 더하자고 거부할 수 없는 명분을 만든다거나, 편하게 자라고 여자를 눕혀 놓고는 잠깐 옆에 누워 봐도 되냐고 묻는 뻔뻔함까지 다양하다.
최홍과 자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이유림을 보면 저절로 웃음이 나온다. 상대가 원하는 것을 서로 다 아는 상태에서 명분쌓기용으로 사용해온 방법들까지 등장한다. 누구나 자신의 서툰 연애시절이 떠올려질 것이다.
이렇게 ‘연애의 목적’ 속에는 우리가 너무나 잘 아는 상투적 접근부터, 바지를 벗기자 악착같이 거부하는 여자에게 딱 5초만 넣고 있자고 애원하는 남자의 욕망을 드러내는 것까지, 남녀 사이에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일들이 솔직하게 묘사되어 있다.
이유림에게는 6년 동안 사귄, 그래서 가족 같은 애인이 있다. 남녀가 자신의 애인을 가족 같다고 표현한다면 이미 그들 사이에는 짜릿한 연애 감정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대신, 최홍은 새 여자다. 처음부터 그가 헌 여자 버리고 새 여자에게 가겠다는 것은 아니다. 그냥 좋으니까 한 번 자자는 것뿐이다.
자신에게 자꾸 추근대는 이유림에게, 이러면 여자친구한테 미안하지 않냐고 최홍이 묻자, 이유림은 뻔뻔스럽게 대답한다. 결혼하자는 게 아니라 연애만 하자는 것이라고. 좋고 끌리는 사람들끼리 만나서, 아무 계산 없이 즐거운 시간을 쌓는 게 연애라고 그는 당당하게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고 연애의 목적을 정의한다.
‘연애의 목적’이 재미를 주는 것은 그런 솔직함 때문이다. 어느 영화에서도 보기 힘든, 모텔 앞 골목에서 망설이는 여자를 온갖 감언이설로 설득하는 남자의 말을 엿듣는 것 같은 솔직한 까발림이, 이 영화에는 있다. 자신과 자자고 조르는 남자에게 여자들이 반드시 묻는 말, ‘나 사랑해요’라는 질문에 이유림은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좋아해요. 사랑하는 거보다 좋아하는 게 더 커요. 사랑하는 건 그냥 사랑하는 건데 좋아하는 건 같이 있고 싶고, 보면 막 좋고 그런 거예요. 좋아하는 게 더 좋은 거예요.”
한재림 감독은 오직 두 남녀배우에만 시선을 집중한다. 두 명의 배우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부드러운 이미지의 박해일은 환골탈태한 연기를 보여준다. 양아치 같은 가벼운 말투, 쉴새없이 움직이는 눈동자,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그가 펼쳐내는 수는 그렇게 고수의 것은 아니다.
귀엽기까지 하다. ‘연애의 목적’은 겉모습 뒤에 잠복해 있는 상처까지 다루고 있지만, 진짜 이 영화의 재미는 후반부의 드라마틱한 전개보다는 중반까지의 밀고 당기는 심리전에 있다. 그렇다고 진실한 사랑의 위대함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영화 평론가·인하대 겸임교수 s2jazz@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