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과 외국계 금융기관들이 잇따라 낸드플래시 거품론을 제기하면서 이 시장의 전망을 놓고 때 아닌 논쟁이 일고 있다. 낸드플래시의 선두주자인 삼성전자는 연초부터 지속적으로 강조해 온 ‘가격 인하를 통한 시장 창출’이란 입장을 거듭 강조하면서, 거품론에 대한 정면반박에 나섰다. 국내 반도체 유통업계와 전문가들도 “이미 다 예상된 가격 하락에 왜 새삼 호들갑을 떠는 지 모르겠다”며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삼성전자는 참고자료를 배포, “(가격인하로)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면서 낸드 플래시는 내년까지도 공급이 계속 부족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창규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도 “4기가 이상의 고밀도 제품은 7월 이후 오히려 가격이 반등할 것”이라고 밝혔다.
◇외국계 낸드 거품론=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AWSJ)은 메릴린치의 최근 보고서를 인용, ‘낸드 플래시의 ‘비정상적인 고수익’이 곧 끝날 것’이라고 보도, 논쟁을 촉발했다. 메릴린치는 수요 급감으로 낸드 가격이 비용절감 속도보다도 더 빠르게 하락하고, 2006년에는 52%까지 떨어질 것(당초 예상은 38%)이라는 전망을 내 놓았다. 도이치뱅크도 6월 낸드플래시 계약 가격이 전달대비 10% 하락한 13.60달러로 올 들어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며 올해 연간 기준 15%의 초과공급이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 거품설 정면반박=삼성전자의 입장은 한마디로 ‘호황은 계속된다’ 다. 8일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이웅무 삼성전자 메모리 마케팅팀 상무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모바일폰용 등의 저장용 반도체 수요가 기대치를 웃돌면서 낸드 플래시 공급부족 현상은 예상보다 길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 상무는 “낸드 플래시의 경우 올해 매 분기별로 수요가 공급을 앞지르게 될 것이며 가격 하락폭도 당초 예상보다 낮은 40% 정도일 것”이라고 강조, 올해 내내 공급 부족이 지속될 것이라는 삼성전자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시장 상황은 삼성전자나 경쟁업체에게나 좋다”며 “4, 5월만 하더라도 상당한 공급부족으로 주문량의 75∼80% 정도밖에 소화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반도체유통가에서는 최근 낸드플래시를 주문량의 70-80%만을 확보하고 있으며, 삼성전자 측 물량 확보를 위해 ‘전쟁’을 벌이고 있다.
◇낸드플래시 가격 예견된 수준=황창규사장은 지난해부터 꾸준히 인터뷰 및 강연에서 낸드 시장파이 확대를 위한 가격인하 정책을 표명해 왔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올 초 “시장 수요를 촉발한다는 정책적 측면에서 4, 8, 16기가 등 고용량 제품을 중심으로 가격을 적극적으로 내리겠다”며 “당초 올해 42-43% 가격을 인하할 예정이었으나 고용량화 일정이 앞당겨지면서 인하폭이 50% 이상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가격 인하폭은 수요확대와 비용절감으로 충분히 상쇄하고도 남는다는 게 삼성전자의 입장이다. 하이닉스측도 낸드 가격의 하락은 (삼성전자에 의해) 예견된 수준을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최근 D램 가격 폭락으로 주요 반도체업체들이 D램 라인을 낸드 플래시용으로 전환하는 등 낸드 생산량을 크게 늘리고 있어 낸드 부문도 공급과잉에 처하게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일부에서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격 인하가 이미 예고돼온 가운데 가격 하락만 놓고 호황 종식을 거론하는 것은 단편적 논리”라며 “가격 인하에 따른 시장 확대 및 낸드의 노어 대체 가속화, 업체들의 원가 절감 등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전했다.
심규호기자@전자신문, khs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