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비즈니스 재도약을 꿈꾼다](10.끝)결산 전문가좌담회

 (참석자)

김동훈 <한국전자거래협회 상근부회장>, 김성희 , 김종희 <한국전자거래진흥원장>, 이동근 <산업자원부 산업정책국장>, 유영민 , 한승일 <에이알 회장>, 홍성천 <파인디앤씨 사장> (가나다 순) ※사회:이재구 <전자신문 경제과학부장>

 전자신문은 한국전자거래진흥원·한국전자거래협회 등 e비즈니스 유관기관과 공동으로 지난 4월부터 진행해온 기획시리즈 ‘e비즈니스 재도약을 꿈꾼다’의 마지막 순서로 산·학·관 전문가들을 초청해 결산 좌담회를 마련했다. 지난 2일 서울 반포 팔레스호텔에서 열린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은 이제 기존의 단순한 인프라 구축에 기반해 뚜렷한 효과를 낳을 활용방안 논의에 초점을 둔 다양한 e비즈니스 발전 방안을 내놓았다. 이날 좌담회 내용을 요약한다.

 ◇사회(이재구 전자신문 경제과학부장)=불과 2∼3년 전만 해도 ‘e비즈니스=국가 경쟁력’이라는 공식이 통했으나 최근 들어서는 차세대성장동력산업·국가균형발전계획 등 주요 국정과제에서 e비즈니스가 밀려나는 상황이다. 이같은 현상의 원인을 분석하고 개선점을 찾기 위해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자 한다. 먼저 현장의 e비즈니스 도입 경험과 애로 등에 대한 목소리를 바탕으로 e비즈 활성화 방안 등을 들어보자.

 ◇한승일(에이알 회장)=중소기업의 e비즈니스화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업무 효율화가 필요하다. 우리 회사의 경우 업무일지의 전산화부터 시작해 전사적자원관리(ERP)시스템 구축까지 이르렀다. 초기 시행착오가 없지 않았지만 단계마다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면서 지속적으로 e비즈니스를 추진했다. 이에 더해 CEO의 마인드 전환도 필요하다. 정부가 뚜렷한 효과 제시를 통해 ‘e비즈니스는 기업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을 CEO에게 심어주면 중소기업의 e비즈니스화는 자연스레 이뤄질 것이다.

 ◇홍성천(파인디앤씨 사장)=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자금 지원을 받아 ERP를 도입했다. 제조업체에 필수적인 공정별 부품 재고 및 실시간 구매 현황 확인을 위해 ERP를 도입했으나 초기에는 준비부족으로 효과가 크지 않았다. 임원은 물론 현장 직원들도 e비즈니스에 대한 역량을 갖추지 못한 상태여서 1차 도입시도는 사실상 실패로 끝났다. 이후 전문인력을 충원하는 등 내부 인력을 강화해 다시 ERP를 가동한 지 5개월째며 이번에는 도입 효과가 긍정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규모가 적은 기업일수록 e비즈니스를 추진하기가 쉽지 않다. 정부 차원에서 업종·규모 등 각 산업형태별로 다양한 ERP시스템을 구축·공급한다면 중소기업 정보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김성희(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산업형태별 지원에 관해서는 IT유틸리티 환경 도래에 따른 ‘온디맨드’ 서비스가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라고 본다. 코스콤(구 증권전산)이 자체 전산역량을 갖추지 못한 중소형 증권사에 IT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좋은 예다. 현실적으로 모든 중소기업이 자체적으로 정보화전략을 수립하기는 힘든 만큼 정부 차원에서 온디맨드 서비스를 추진할 수 있는 중심체를 구성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

 ◇유영민(LG CNS 부사장)=기업간 거래과정의 e비즈니스화에는 기술 표준과 IT시스템 등 인프라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 시스템 구축 문제는 기업이 추진해야할 사안이기 때문에 쉽지 않지만 대기업이 1차 협력사들의 동참을 유도하고, 1차 협력사는 2차 협력사를 묶어간다면 실시간 업무프로세스 구축이 가능할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여러가지 지원이 필요하다. 수직뿐 아니라 횡적 클러스터를 구성해야 하며 표준화 작업에 업계가 동참해야 한다. 과거 e비즈니스 지원은 비용에 초점이 맞춰졌으나 중요한 것은 도입 이후의 실효성인 만큼 표준화·시스템 구축·클러스터 구성 등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사회=단순한 자금지원을 넘어서 기업이 실제로 e비즈니스를 통해 무엇인가를 얻을 수 있도록 유도해 나가도록 해야 한다는데 의견이 일치되고 있다. 그동안 e비즈니스 산업 육성을 위해 힘써온 정부와 유관기관의 향후 지원계획을 들어보고 방향성을 정립해 보자.

 ◇김동훈(한국전자거래협회 상근부회장)=10여년째 e비즈니스 지원사업을 벌여왔다. 이제 어느 정도 e비즈니스 인프라를 구축한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본다. 오는 2008∼2010년께는 B2B 인프라가 완전히 자리잡을 것으로 기대하며 이를 통해 RFID·유비쿼터스 환경 등도 구현될 것이다.

 내년부터는 협업모델 구축에 힘쓸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예산 지원 등 정부 차원의 협조를 기대하며 기업과 e비즈니스 유관기관들과의 관계를 강화할 수 있는 제도장치 마련이 필요하다.

 ◇김종희(한국전자거래진흥원장)=온디맨드 서비스 필요성에 동감한다. e비즈니스는 생물과 같아서 스스로 옷을 바꿔입으며 성장해나간다. 이러한 관점에서 진흥원은 대중소 기업간 e비즈니스 협업모델을 구상 중이다. 현재 외부 전문기관에 위탁해 연구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e비즈니스 인프라 차원에서도 이르면 올 하반기나 내년 중에 새로운 방안이 나올 것이다.

 앞서 지적된 것처럼 중소기업이 e비즈니스를 통해 실질적인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e비즈니스를 실제 사업과 접목시킬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다. 관련 학자들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방향을 제시할 계획이다.

 ◇이동근(산업자원부 산업정책국장)=우리나라의 e비즈니스 거래규모는 지난 2000∼2003년에는 매년 30∼40%씩 늘어오다 지난 해에는 10% 수준으로 성장세가 한풀 꺾였다. 어찌보면 침체기로 생각할 수 있지만 이는 그만큼 시장이 성숙했다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산자부의 e비즈니스 정책 방향은 △e비즈니스 업종 육성 △e비즈니스를 통한 타 산업 경쟁력 강화 △e비즈니스를 통한 신규 산업 창출 등이다. 그동안 산자부는 중소기업 ERP 보급 위주로 지원사업을 벌였지만 앞으로는 중소기업 인프라 구축보다는 기술개발 및 표준화에 집중할 계획이다.

 ◇김성희=이제 국내 e비즈니스 산업은 2단계 도약을 위해 새로운 복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을 맞았다. 인프라 구축에 연연하지 말고 비즈니스 차원에서 활용방안을 찾는 것이 급선무다. 현재 중소기업 경영자들의 고민은 e비즈니스 인프라를 가지고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다.

 새로운 비즈니스에 관해 중소기업 경영자들이 함께 고민하는 장을 만드는 것은 중요한 e비즈니스 지원방안이 될 것이다.

 ◇이동근=산자부 역시 새로운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 디지털디바이드 문제의 경우도 컴퓨터 몇 대 보급하는 것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닌 만큼 지역별 클러스터 조성을 통해 풀어나가겠다. 더불어 e비즈니스업계의 고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비즈니스 창출을 위해 힘쓸 방침이다.

 ◇사회=기존 e비즈니스 인프라를 기반으로 제2의 도약을 이루기 위해서는 신규 비즈니스 발굴하고 중소기업 현장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오늘 좌담회를 산·관·학이 고민을 공유하면서 방향성을 정립할 때 향후 e비즈 재도약이 가능함을 다시 확인하게 됐다.

 정리=이호준기자@전자신문, newlevel@

◆주제발표=‘우리나라 e비즈니스 추진을 위한 과제’

 김성희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 seekim@kgsm.kaist.ac.kr

 

 국내 e비즈니스 산업은 각 계의 지속적인 노력과 지원 아래 빠른 속도로 발전해왔다. 하지만 우리는 이에 안주하지 말고 몇 가지 문제점을 짚어봐야 한다.

 우선 과연 그간의 e비즈니스가 기업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진행됐는가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기존 e비즈니스는 오프라인 기업의 토대 위에서 온라인 기업이 살아가야 한다는 시각이 지배했다. 이에 따라 모든 e비즈니스는 온라인화를 위한 기술 중심으로 전개됐고 이는 기업간에도 ‘디지털디바이드’ 현상을 야기했다. e비즈니스가 기업간 격차를 줄여줄 것으로 기대됐지만 정반대의 현상을 가져온 셈이다.

 따라서 e비즈니스가 과연 중소기업이 규모의 경제를 헤쳐나갈 수 있도록 도움을 줬는지, 중소기업에 실제적으로 어떠한 선물을 안겨 주었는지에 대해 반문해야 한다.

 둘째로 e비즈니스 산업 육성 과정에서 각 영역간 경계가 허물어졌는 가를 묻고 싶다. 정부가 기업 지원을 통해 e비즈니스산업 육성에 나섰지만 이것으로 끝날 문제는 아니다. ‘코피티션(Copetition)’을 강조하지만 여전히 협력(Cooperation)과 경쟁(Competition)은 따로 존재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e비즈니스 산업 구도를 단순한 공급망 구조에서 부가가치를 생성할 수 있는 가치사슬 구조로 바꿔 코피티션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 ‘클러스터’가 바로 이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일례로 미디어 클러스터를 들어보자. 중소제조업체들은 오로지 제조에만 역량을 기울이지만 상품은 미디어와 합쳐지지 않으면 성공하기 힘들다. 정부와 공공기관이 나서서 이들을 결합하는 클러스터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e비즈니스의 재도약을 위해서는 신뢰 구축이 필수적이다. 시장 주체들이 새롭게 구성된 B2B 환경에도 안심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상호간 신뢰가 마련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