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장 진출을 선언한 세계적인 프린터 업체 렉스마크는 9일 조선호텔에서 제품 발표회와 함께 이색 행사를 열었다. 프린터 업체와 다소 어울리지 않는 경주용 차량인 ‘챔프 카’를 행사장 전면에 전시한 것. 경주용 차만큼 렉스마크 프린터의 인쇄 속도가 빠르다는 이미지를 심어 주겠다는 의도에서 기획됐다.
이 회사는 이번 행사를 위해 경주용 차량을 호주에서 긴급 공수할 정도로 심혈을 기울였다. 렉스마크는 이 행사를 시작으로 국내에 20여종의 레이저 프린터 신제품을 선보이고 공격 마케팅에 나설 계획이다.
후발 레이저 프린터 업체가 ‘브랜드 알리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프로모션과 이벤트를 포함한 다양한 마케팅 기법을 총동원하고 있다. 이는 세계적인 명성에 비해 국내에서의 인지도가 낮은 데다 HP·삼성·엡손 등 선발 업체의 ‘브랜드 아성’이 워낙 탄탄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품질과 기능·가격 모든 면이 비슷하지만 낮은 인지도가 최대 약점이라는 판단에서다.
◇브랜드가 ‘승부처’=9일 법인을 설립한 렉스마크는 HP에 이어 세계 시장 점유율이 2위지만 국내에서는 생소한 브랜드다. 한국렉스마크 측은 우선 소비자 인지도를 높이는 데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후지제록스프린터스도 올 초부터 프린터 업체로 ‘제록스’를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제록스가 복사기의 대명사로 알려지면서 프린팅 사업이 상대적으로 위축됐다는 판단에서다. 제록스프린터스는 제록스그룹에서 프린팅 사업이 분리돼 설립됐으며 국내 컬러 레이저 분야에서는 삼성전자·한국HP에 이어 3위를 달릴 정도로 선전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제록스=복사기’라는 이미지가 강한 게 사실이다.
이 회사 황유천 사장은 “가격 할인, 보상 판매와 같은 고객 중심의 행사뿐 아니라 프린터 전문 기업의 이미지를 위한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고민중”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지난달 조달과 공공 시장에 이어 일반 소비자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세계적인 프린터 업체 ‘오키’, 카메라 브랜드로 잘 알려진 ‘코니카미놀타’ 등도 국내에서 공격적인 사업을 위한 사전 작업 차원에서 브랜드를 기반으로 한 대대적인 홍보와 마케팅 프로모션을 준비하고 있다.
◇배경과 전망=세계적인 프린터 업체가 뒤늦었지만 국내 시장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한마디로 ‘시장’ 때문이다. 대부분의 아이템이 이미 성숙기에 진입한 IT 시장에서 프린터 분야는 아직도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프린터 시장이 ‘컬러’와 ‘복합기’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면서 대체 수요뿐 아니라 신규 수요까지 몰리는 상황이다. 지난해 레이저 프린터 시장은 46만대로 이 중 흑백이 42만8000대, 컬러 레이저가 3만대를 차지했다. 전체 레이저 시장은 2003년 대비 14% 성장세를 보인 가운데 흑백은 10% 성장한 반면 컬러 레이저는 무려 90% 가까이 성장했다. 복합기도 2003년을 기점으로 오는 2008년까지 매년 30% 이상씩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윤상태 한국렉스마크 사장은 “국내 프린터 시장은 세계적인 프린터 업체가 주목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이미 성능과 품질은 세계 시장에서 검증받았고 다소 취약한 부분인 소비자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프로모션을 준비중”이라고 말했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etnews.co.kr
사진; 프린터 전문기업인 렉스마크가 9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국내 진출 행사를 갖고 공식 출범했다. 자동차처럼 빠른 프린터를 컨셉트로 내건 렉스마크는 이날 행사에서 강렬한 붉은색 경주용 자동차를 배경으로 레이싱걸들이 프린터를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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