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세를 유지하던 하드디스크(HDD) 소매 가격이 급격히 무너지고 있다.
3.5인치 200GB 용량 제품은 출시 이후 처음으로 10만원 대가 무너지는 등 대용량 하드디스크 가격이 날개없이 추락하고 있다. 800MB 공CD가 350원 정도에 거래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200GB 하드디스크 1MB 당 판매 가격이 CD와 비슷한 수준인 0.5원 이하로 떨어진 셈이다.
9일 용산과 테크노마트 등에 따르면 하드디스크 소매가격이 지난 달에 비해 평균 20% 정도 하락했다. 이는 100GB 이상 대용량 제품에서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가격 비교 사이트 다나와 측은 “지난달 초 12만원 정도를 유지하던 3.5인치 삼성 200GB 하드디스크 가격이 한 달 사이에 2만원 가량이 떨어져 9일 현재 9만원∼10만원 초반 정도에 거래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시게이트도 마찬가지다. 200GB 용량 3.5인치는 지난 5월 중순까지 11만원대를 유지했지만 이번 주 소비자 가격이 9만원 대 중반 정도로 형성 중이다.
이 두 회사가 국내 소매시장의 7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하드디스크 가격 하락은 심각한 수준이다. 게다가 웨스턴디지털· 맥스터 등 경쟁사도 점유율 확대를 위해 경쟁적으로 가격을 내려 이런 분위기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가격 하락은 이 달부터 시작된 비수기 때문이다. PC 시장은 4월∼8월이 비수기이지만 올 초 미디어센터PC, 64비트 CPU 등 매수세를 이끌 만한 호재가 나오면서 5월 초까지 꾸준한 수요가 있었다. 하지만 신기술이 적용된 PC가 속도 향상 혹은 성능 개선 면에서 뛰어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당장 PC를 구입하거나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느냐는 분위기가 소비자 사이에 형성되고 있다. 이에 지난 달 중순부터 매수세가 가라 앉으면서 소매점이 일정 수준 판매량를 위해 가격을 급격하게 내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외산 하드디스크 총판의 한 관계자는 “5월 중순 이후 판매량이 급격히 떨어져 성수기에 절반 수준에 불과 하다”며 “점유율 확대를 원하는 공급사 정책과 맞물려 할 수없이 가격을 내리지만 손익 분기점이 위협 받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한정훈기자@전자신문, exis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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