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업무 혁신에 사법부도 더 이상 예외일 수는 없다.”
대법원 정보화담당관을 맡고 있는 백강진 판사(37)의 생각이다. 백 판사의 이런 생각에는 재판이라는 것도 궁극적으로는 대국민 서비스의 하나라는 기본 인식이 전제한다. 한 예로 활성화돼 있는 ‘특허넷’과 특허 소송 절차가 전혀 별개로 처리되고 있는 모순을 들 수 있다.
“정부 업무가 대국민 서비스 차원에서 새롭게 정립되는 마당에 ‘성역화돼 있는’ 법원을 고집할 순 없다”는 백 판사의 생각은 이런 면에서 결코 급진적이지 않다.
“물론 사회가 시스템적으로 자동화된다 해도 오히려 재판 그 자체는 ‘절차중심’일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습니다. 다소 보수적이라 할지라도 꼼꼼한 절차를 통해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는 잘못을 예방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백 판사는 이 같은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선 법원, 그리고 그 중심에 서 있는 법관 스스로 변화가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최근 법원 내에 불고 있는 변화 움직임은 예사롭지 않다.
시범 형태이지만 법관들이 업무 자동화에 동참하고 있는 것이나 전자법원 구현을 위한 다양한 IT인프라 정비 작업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법관 업무를 표준화하기 위해 판결작성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비롯해 △가장 낮은 수준의 소송부터 우선 적용할 수 있는 ‘전자독촉시스템’ 구축 △법관 고유 권한인 형량을 산정하는 것조차 이를 보편타당한 기준으로 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한 데이터웨어하우스 기반의 ‘양형DB시스템’ 구축 △법원 내부의 행정업무를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지식관리시스템 구축 등 굵직한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다.
또 오는 2007년 새로 설립되는 ‘사법전산정보센터’를 계기로 등기·호적 전산망이 통합되는 등 물리적인 인프라도 정비될 예정이다. 이 정도면 ‘오는 2010년 전체 소송을 전자적으로 처리한다’는 법원의 중장기 전략을 구현하는 데 올해가 전환점이 될 것이란 예상을 충분히 할 수 있다.
백 판사는 올해 2년 임기로 정보화담당관 역할을 새로 맡게 됐다. “IT를 전공한 판사가 없는 조건이니 ‘등 떠밀려’ 맡는 자리”라고 말하지만 그만큼 적극성과 자발성이 전제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백 판사는 올해 추진할 크고 작은 일을 91가지나 마련했다.
백 판사는 “검찰과 공조해 통합형사사법시스템을 구축하고 전자법정을 인정하는 법률이 만들어지는 등 객관적인 현실이 바뀌고 있다”며 “전자법원 구현은 곧 사법부 개혁으로 이어지고 대국민 서비스에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혜선기자@전자신문, shinh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