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怪·物·傳·說! 몬스터의 유래를 찾아서](10)오크

J.R.R 톨킨(이하 톨킨)이 창조한 생물 오크(Orc). 톨킨은 팬터지 세계를 구축하면서 하등생물 중 하나로 오크를 만들었다. 이 때의 오크는 결코 인간 종족의 수준에 도달하는 고등생물이 아니였다.

이 사실은 타 문학과 각종 게임에서도 마찬가지였는데 유독 블리자드만이 오크를 종족으로 분류하고 인간과 대등한 전투를 벌이는 강인한 세력으로 설정했다. 이 영향을 받은 국내 개발사들은 종종 오크를 종족의 하나로 내세우는 대범한 설정을 시도했는데 오크는 몬스터 일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오크의 기원에 대해 여러 가지 설이 있다는 말은 거짓이다. 오크는 톨킨이 ‘반지의 제왕’을 저술하면서 창조한 몬스터이기 때문이다. 오크가 떡갈나무(Ork)와 발음이 같고 철자도 유사하지만 아무런 관계도 없으며 유럽의 지방 방언이라는 설도 있지만 역시 근거는 없다.

고블린이나 트롤과 유사하게 생겼기 때문에 이들의 조상이나 혹은 먼 친척쯤되지 않냐는 소리도 있지만 그것도 아니다. 오로지 ‘반지의 제왕’에서 처음으로 등장했다. 오크는 엘프에서 파생된 생물이다.‘반지의 제왕’에서 절대신 에루가 세상을 창조하고 엘프를 만들었다. 그런데 멜코르라는 천사(?)가 창조신을 시기해 그가 만든 엘프를 갈갈이 찢어 흉축한 괴물로 만들었다(천사라고 해서 모두 착한 건 아닌가 보다). 그게 바로 오크다. 그래서 오크의 외모는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구역질 나는 모습이 되고 만 것이다.

오크는 여자들이 제일 싫어하는 대머리가 기본 옵션이며 겨드랑이에서는 생선 썩는 냄새가 솔솔 풍긴다. 코는 돼지처럼 벌려지고 찢어져 있으며 턱 밑을 겹겹히 감싸는 목살이 있다. 피부는 초록색으로 알려져 있으나 사실은 갈색이나 흰색이다. 흙탕물에서 몇 달은 뒹군 듯한 더러운 갈색과 흰색이다.

오크는 멜코르에 의해 만들어졌으나 멜코르가 시공간을 넘어 다른 차원의 세계로 날아간 후 사우론에게 복종한다. 본능적으로 악을 추종하기 때문에 오크는 언제나 선과 대립한다.

오크는 햇빛을 두려워 하고 어둠을 좋아한다. 몬스터임에도 불구하고 태고의 엘프 기억이 남아 있어 무리를 지어 생활한다. 하지만 단순히 무리를 짓는 것이 아니라 악의 세력을 중심으로 거대한 세력을 형성하는 것이다. 지능은 현저히 떨어지고 비열하며 몰려다니길 선호한다.

농사짓는 것은 꿈도 못 꾸고 사냥과 약탈을 통해 먹고 산다. 경우에 따라서는 사람을 습격해 먹기도 하는데 ‘반지의 제왕’에서는 마법사 사루만이 이들을 개조해 우르크 하이라는 새로운 오크 종족을 만들어내기도 했다.이런 오크를 블리자드는 색다르게 설정했다. 정통적인 팬터지 세계관을 답습하지 않고 독자적인 아제로스(Azeroth) 세계관을 만들어 오크를 인간과 대응한 종족으로 상승시켰다. 이는 보수적인 관점에서 보면 어이가 없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국내 한 개발사가 ‘도깨비를 하나의 종족으로 만들어 단군 세력과 대립한다’는 설정으로 게임을 만들면 납득하기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PC게임 ‘워크래프트’시리즈가 세계적으로 대성공을 거두면서 오크의 신분은 급상승했다.

또 최근에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서도 오크족이 등장하는데 이 작품은 호드 진영이 죄다 출신 성분이 의심스러운 종족으로 꽉 차 있다. 만드는 사람 마음이라고 하면 할 말은 없지만 비약된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블리자드 태생의 오크들은 초록색 피부에 건장한 체격, 우람한 몸매, 엄청난 힘과 멧돼지같은 송곳니가 특징이다. 이 오크의 외형은 다른 어디에서도 찾아 보기가 힘든데, 이를 처음 생각한 것은 블리자드 창립 멤버 중의 한 사람인 샘와이즈로 알려지고 있다.

아제로스의 오크들은 강인하다. 그들은 독자적인 부족을 세우고 지능을 갖췄으며 햇빛을 두려워하지 않고 마법까지 구사한다. 오크족은 자체적인 역사, 문화, 언어를 가지고 있어 인간과 대응한 수준으로 끌어 올려지게 된다. 언어가 있어 타 종족과 이성적인 교류도 가능한 존재다.

그런데 한 술 더 뜬 게임은 ‘리니지 2’다. 이 게임에서 오크의 묘사는 블리자드를 놀라게 했다. 인간이 봐도 반할만한 팔등신 선남선녀가 오크라니. 색깔만 블리자드를 본 따 초록색이지 몸매며 얼굴이며, 패션감각 등 완벽한 슈퍼 모델이다. ‘이렇게 해야만 유저들의 캐릭터 선택이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다’라는 논리로 덮기에는 좀 심했다.

오크는 결국 몬스터다. 아무리 게임의 재미를 위해서라지만 이러다가는 생쥐족, 바퀴벌레족도 등장하게 생겼다.

<김성진기자 김성진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