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게임 개발자로 평가받는 시드 마이어. 이 명인은 유일하게 자신의 이름을 게임 타이틀에 붙이는 사람이다. ‘시드 마이어의 무엇’이라는 식으로 항상 당당하게 자신의 명예를 걸고 작품을 개발한다. 그래서 그가 만든 게임들은 곧 명품이며 ‘재미있게 즐기는 유쾌한 놀이’라는 게임의 대전제를 뛰어넘어 문화 예술 작품으로서 한 단계 격상돼 있다.
시드 마이어가 만든 가장 대표적인 게임이 바로 ‘시드 마이어의 문명(이하 문명)’ 시리즈다. 이 작품은 유구한 인류 문명의 역사를 게임으로 간접 체험하도록 도와준다. 유저는 전세계의 수 많은 문명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 자신이 담당한 종족, 혹은 국가를 발전시켜 최종적으로 우주로 새로운 여행을 떠나는 것이 마지막이다. 이러한 ‘문명’ 특유의 게임성은 최신작 ‘문명 4’에서도 그대로 살아 숨쉰다.
시드 마이어의 게임들은 공통적인 특징이 있는데, 그래픽이 단순해 보인다는 것, 자극적인 재미보다는 교육적일 것, 100% 사실성에 근거한다는 것, 난이도가 매우 높다는 것 등이다.
‘문명 4’의 그래픽은 실사 뺨치는 요즘 추세에 뒤떨어진다. 전작에 비해 3D로 올라섰다는 것 외에는 큰 변화가 없다. 광원 효과나 그림자 효과, 알파 블렌딩, 실크 필터링 등 이러한 것과는 거리가 멀다. 오로지 내용으로만 승부를 본다. 또 문명이나 국가를 경영하는 것이지 전투와 전쟁을 통해 국가를 지키고 침략하는 개념이 아니다. 우수한 문명이 하부 문명을 흡수한다는 ‘자연의 법칙’을 충실히 따른다. 부수적으로 전쟁을 수행해야하지만 작은 부분일 뿐이다.
여기에 인류 문명과 역사를 모두 하나의 게임에 녹여 사실에 근거한 ‘흐름’을 따르게 한다. 그래서 난이도가 매우 높다. 만약 유저가 프랑스와 루이 14세를 선택했다면 그 시대에 걸맞는 권력과 국가적 지위를 이어받는다. 그 후부터는 오로지 유저의 선택이다.
타 국가들을 견제하고 세력을 확장시키기 위해서는 군사력뿐만 아니라 과학적 발명, 발견 등이 필수다. 재정을 적절하게 운영하지 않으면 민생은 도탄에 빠지고 국가는 가난을 면치 못한다.
또 불교, 기독교, 이슬람교 등 7가지 종교는 각각 통치에 혜택을 주며 종교의 전파는 유저에게 새로운 힘을 갖게 해 준다. 또 유저가 게으름을 조금이라도 피우면 타 국가의 도전을 받게 된다. 하나부터 백까지 유저의 클릭에 따라 국가와 문명의 생명이 달려있는 것이다. 액션이 강한 게임이 주류를 형성하고 시뮬레이션류의 작품들이 외면받고 있는 현상황이지만 올 11월에 해외에서 출시될 ‘문명 4’은 반드시 플레이해봐야 할 필수 게임이다.
<김성진기자 김성진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