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희의 포커살롱]매너 차이

게임 테이블에 70이 넘어 노익장을 과시하는 분들과 그의 손자 정도밖에 안돼 보이는 어린 청년, 그리고 여성들까지 한데 어울려 옆에서 보면 마치 모두 친구처럼 느껴질 만큼 서로 농담과 유머를 주고 받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곳. 라스베이거스 포커게임 테이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그들은 나이와 성별을 떠나 포커라는 같은 취미를 즐기고 있는 동료이고, 그 사이에서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문화에서는 이해하기 어렵지만 라스베이거스에서는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이 것뿐만 아니라 실제로 포커게임을 즐기는 매너에서도 우리와 많은 차이가 있으니, 참고 삼아 여러분들에게 알려드리고자 한다.

첫째, 한참 생각한 후 레이스를 해도 무방하다. 팟리미트(풀베팅)나 노리미트(언제든 자신의 모든 칩을 베팅할 수 있는 룰)룰에서는 아무리 장고를 하며 레이스를 해도 상관없고 아무도 문제 삼지 않는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리미트 베팅룰 게임에서는 장고 레이스를 하면 상대들이 싫어한다. 즉, 룰에서는 허용하지만 리미트게임에서 장고레이스를 보이는 행위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는 매너라는 뜻이다.

둘째, 게임 중 전화 통화는 어떤 경우에도 상대들이 몹시 싫어한다. 포커 테이블에 앉을 때는 반드시 휴대 전화를 무음으로 해 놓거나 아예 꺼 놓는 것이 좋다. 우리나라에서는 게임 중에 전화가 걸려오면 게임을 하다가도 전화를 받는 일이 흔하지만 라스베이거스에서는 전화를 받으려면 그 판에서 드롭한 후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서 받는 것이 일반적인 매너이다.(라스베이거스에서 포커를 할 때는 대부분 미리 전화를 끈다)

세째, 게임 중에 말을 걸며 상대의 표정으로 패를 읽는 것이 기술의 하나이다. 라스베이거스에서는 이것을 ‘텔스’ 라 표현하며 게임 테크닉 중 하나로 분류돼 텔스에 관한 전문 서적이 나올 정도다. 그러나 이 행동 역시 도가 지나치면 상대 선수들이 싫어하고, 실제로 대회에서 심한 행동을 하다가 경고를 받는 일이 발생한 적도 있다.

넷째, 게임중에 음식을 먹는 것, 잡지 신문 등을 보는 것은 금물이다. 이러한 행동은 라스베이거스에서는 절대 금물이다(물론 맥주나 위스키 한두잔, 음료수 정도는 상관없다). 하지만 LA 주변에서는 인정하는 곳도 있다. 특히 세계에서 가장 많은 포커 테이블이 열리는 곳으로 유명한 LA 인근 ‘커머스’ 카지노에서는 이러한 모든 행동이 허용된다.

다섯째, 게임 도중에 자신의 패를 계속 확인하는 행동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는(일류 플레이어들 사이의 게임에서) 자신이 좋은 패를 가지고 있을 경우, 게임 도중에 자신의 패를 다시 확인하는 것을 금기시하는 곳이 많다. 그래서 가끔은 자신의 패를 착각해 실수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초보자들이나 아마추어들 사이의 게임에서는 전혀 문제 삼지 않는 곳이 많다. 하지만 라스베이거스에서는 게임 도중에 자신의 패를 10번을 보든 20번을 보든 아무 상관없으니 참고하기 바란다.

어느 룰이 더 좋거나 나쁘다는 것을 주장하려는 것은 아니다. 각각의 나라마다 문화의 차이와 국민들의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라 생각해도 무방하다. 재미있는 사실은 라스베이거스뿐 아니라 포커를 즐기는 세계 모든 나라 중에서 우리나라 룰만이 독특한 부분이 유독 많다는 점이다.

<펀넷고문 leepro77@hanafo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