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지 않을까요?’
최근 엔씨소프트와 넥슨의 피말리는 지존싸움을 두고 중소 게임업체들의 우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MMORPG의 최강자인 엔씨가 캐주얼게임으로, 캐주얼게임의 최강자인 넥슨이 MMORPG로 무차별 공세를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수 메이저 업체만 살아남을 것이라는 전망도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할 대목이 있다. 엔씨와 넥슨의 영역확대가 과연 중소업체들을 ‘사지(死地)’로 모는 주요인인가하는 점이다. 공룡들의 무차별 공세는 분명 중소업체들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러나 중소업체들의 위기를 메이저업체의 영역 확대로 돌리는 것은 아전인수에 가깝다. 엔씨와 넥슨이 시장을 확대하기 전 이미 우리 게임시장은 ‘부익부 빈익빈’ 구조로 재편됐기 때문이다.
일례로 3D 온라인게임을 만들려면 아무리 못잡아도 20∼30억원은 있어야 한다. 마케팅 비용도 10억원을 넘기기 일쑤다. 그 정도를 들이지 않으면 까다로워진 소비자들의 눈을 사로잡기는 불가능하다. 이미 시장은 자본이 지배하는 매커니즘이다.
그렇다고 중소업체들의 위기를 간과하자는 것은 아니다. 이 문제는 정부나 메이저업체들의 정책적 배려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다만 엔씨와 넥슨의 지존대결을 중소업체 위기론으로 보려는 업계의 편협된 시각은 한번 생각해볼 문제다.
지존대결 관전 포인트를 한번 바꿔보자. 스포츠 경기처럼 말이다. 기자는 엔씨나 넥슨이 박찬호나 박세리같은 ‘슈퍼스타’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찬호와 박세리는 발군의 실력보다 우리 스포츠계에 자신감을 심어준 주인공들이다. 박찬호가 메이저리그 10승투수에 오르고, 박세리가 LPGA에서 우승하지 않았다면 국내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와 LPGA에 잇따라 노크할 수 있었을까.
엔씨와 넥슨이 EA나 블리자드처럼 세계적인 업체가 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중요한 것은 박찬호나 박세리가 세계무대로 나가기전에는 국내에서 임선동이나 김미현과 같은 라이벌과 페어 플레이속에서 단련됐다는 사실이다. 게임판에서도 머지않아 박찬호와 박세리와 같은 스타기업을 보고 싶다.
<장지영기자 장지영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