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기기의 급속한 확산으로 고기능·고집적 시스템반도체의 필요성이 대두하면서 ‘SiP(시스템 인 패키지)’가 뜨고 있다. 특히 SiP는 칩 설계 단계에서부터 패키징 형태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시스템 온 칩(SoC)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SiP는 별개의 칩으로 돼 있는 복수 회로를 하나의 패키지로 실장하는 소형화 기술로, SoC에 비해 데이터 전송속도 등은 떨어지지만 칩 설계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SoC화의 과도기적 형태’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디지털기기의 소형화·복합화가 급진전하면서 시스템업체들이 자사 제품 전략에 따라 차별화하는 수단으로 SiP를 활용하고 있다.
특히 SiP는 시스템반도체의 확산과 그 맥을 같이 한다. 다양한 기능을 한 개의 패키지에 구현하기 때문에 세트업체 입장에서는 복잡한 기능을 원 패키지 반도체로 소화할 수 있다.
국내외 관련업계는 SiP가 시스템 온 칩(SoC)의 과도기적인 제품이라는 접근 방식에서 탈피해 SiP용으로 최적화하는 전용 칩 개발도 서두르고 있어, 시스템반도체 활성화의 또 하나의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반도체연구조합 안두수 팀장은 “세트 및 반도체 업계에서는 이제 SiP 전용 칩세트 및 칩 개발이 하나의 상식처럼 돼 있다”며 “이는 SiP 채택 목적이 소형화를 넘어 고성능화 쪽으로 전환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 수년간 SiP가 힘을 발휘한 분야는 역시 휴대폰 응용 쪽이다. 대표적인 예로 칩 적층(Stacked Chip Scale Package)을 들 수 있다. 처음에는 S램과 플래시메모리를 함께 쌓아 하나의 패키지로 구현했지만, 점차 △디지털시그널프로세서(DSP)+S램+플래시메모리 △주문형반도체(ASIC)+메모리 △그래픽칩+메모리 등과 같은 여러 조합형태로 각 응용분야의 요구에 따라 발전해 왔다.
시스템반도체는 그 수명이 해당 시스템과 같이 한다. SiP는 시스템업체의 요구에 대한 대응이 즉각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어, 제품 사이클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모바일과 무선분야에서는 매우 적합한 모델로 평가된다.
또 SiP의 패키지 크기는 칩 적층의 경우 집적되는 칩 가운데 가장 큰 것보다 20% 정도 늘어나지만 ‘칩 대 패키지’의 면적 비율은 두 개의 칩을 쌓는 경우 170%, 세 개의 칩을 쌓는 경우 250%로 증가하기 때문에 비싼 보드의 면적을 획기적으로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
결국, SiP는 시스템반도체분야에서 요구하는 다양한 응용분야를 짧은 시간 내에 시장에 출시할 수 있게 해 주는 수단을 제공해 준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전용 복합칩인 멀티칩패키징(MCP)과 함께 시스템반도체 복합 칩인 SiP 개발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 휴대폰 시장을 겨냥해 모바일CPU와 모바일D램, 플래시메모리를 집적한 SiP를 개발한 상태로 용량 및 집적도 향상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또 지난해 말에는 3세대 휴대폰용으로 SiP형 스마트카드도 출시했다. 올해 초에는 300㎒ 모바일CPU와 MCP(1Gb 낸드플래시+256Mb SD램)를 하나의 패키지로 묶은 SiP(시스템 인 패키지)를 세계 최초로 출시하기도 했다. 메모리기술과 시스템반도체 기술을 모두 확보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차세대 모바일 기기의 핵심 분야로 주목받고 있는 SiP 분야에서 기술 개발을 가속화한다는 계획이다.
또 디지털가전의 진화 방향이 각종 통신기능 부가 및 영상처리 등에 따른 데이터 처리량 증가 등으로 발전하면서 LG전자도 자체 설계한 칩을 외주하는 형태로 SiP 개발을 가속하고 있다. 앰코코리아·ASE코리아·네패스 등 국내 후공정 전문업체들도 SiP 분야에 대한 세트 및 반도체 업계의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첨단 패지킹의 하나로 SiP 사업 강화에 나서고 있다.
일본의 샤프·도비사·오옴 등 반도체업체도 휴대폰·오디오용 시스템반도체 개발에 SiP를 활용하는 한편 표준화도 진행하고 있어 당분간 SiP를 둘러싼 세계 주요 반도체·시스템 업계의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SiP에는 정부도 나서고 있다. SiP가 차세대 휴대기기용 반도체 패키징의 대세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판단 아래, 응용기술·기반기술 표준화·개발 방법론 구축 등을 추진하고 있는 것. 이를 통해 대·중소기업 간 협력 기반을 조성하고, SiP 기술 상용기반 조성을 통해 시스템반도체 활성화를 동시에 도모한다는 전략이다. 정보통신부는 이를 위해 올해부터 4개년 계획으로 기술개발분야에 초점을 맞춘 ‘고성능 극소형 SiP 기술개발 사업’을 추진하며, 산업자원부도 SiP 재료산업 육성 및 유관산업 활성화를 위한 기반 조성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조중휘 차세대반도체성장동력사업단장은 “시스템반도체산업의 육성을 위해서는 반도체설계업체·파운드리업체, 그리고 점차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패키지업체가 3박자를 이뤄야 한다”며 “특히 SiP는 설계 단계에서부터 완제품 출하단계에까지 모든 공정이 철저히 계산돼야 하기 때문에 시스템반도체 제조의 새로운 영역을 창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패키징 산업 발전 패턴
반도체 패키지는 세트산업의 변천사를 반영하면서 발전을 거듭해왔다.
1950년대에는 2개 내지 10개의 핀들을 조그마한 원형 회로기판의 주위에 박아놓고 칩을 올린 다음 원통형 금속을 씌운 패키지인 ‘메탈 캔(metal can)’이 주를 이뤘다.
1960년대에 들어서는 페어차일드가 16개의 핀을 가진 J-K 플립 플롭칩을 내놓았고 1967년 전형적인 연산 로직 유닛 집적회로(IC)는 36핀이 필요했다. 이때 직사각형의 긴 두 측면에 핀을 나오게 하는 듀얼인라인패키지(DIP)의 출현기를 맞았다. 그러나 반도체가 점차 복잡해지면서 DIP가 수용 가능한 핀수도 포화 상태에 이르렀고, 몸체의 바닥면 전체에 핀을 배열하는 PGA(Pin Grid Array)가 등장한다. 70년대 중반에는 핀 구멍을 내지 않고 보드 표면에 직접 납땜하는 표면실장기술이 도입된다.
이후 더 많은 핀을 수용하기 위해 패키지의 4면에 모두 표면실장하는 쿼드플랫패키지(QFP)가 등장한다. 80년대에는 핀과 핀 사이의 거리인 피치를 작게 하는 기술발전에 힘입어 DIP나 PGA와 같은 핀 수를 가지면서도 표면실장 면적을 줄이는 칩캐리어(chip carrier) 패키지가 도입됐다.
패키지 기술의 비약적인 도약은 90년대부터다. 세라믹이나 리드프레임 기판에서 플라스틱 기판으로 전환된데다 최대 수용 핀수가 획기적으로 발전했기 때문이다. 기판이 세라믹에서 플라스틱으로, 그리고 긴 다리 모양의 핀이 솔더볼로 바뀌었다.
이후에는 PBGA 기본구조를 기반으로 테이프 기판이 도입되기도 하고 신호선 라우팅의 복잡성에 따라 기판의 금속층이 2층, 4층, 6층 등이 탑재됐으며 플립칩 와이어본딩 등도 등장한다. 한마디로 기능의 다양화, 응용분야의 다양화에 따른 시장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플라스틱이나 플렉스 기판을 이용한 칩스케일패키지(CSP)가 전성기를 맞은 것이다.
현재의 반도체시장은 무선시장이 주도하고 있다. 휴대폰과 PDA 등이 주축이 된 무선시장의 경쟁은 미세전자기계시스템(MEMS)을 도입하려는 시도를 낳았다. MEMS는 칩상에 기계적인 작동을 할 수 있는 소자들을 구현하는 디바이스로 패키징은 보통 채우는 물질이 없는 캐버티 구조를 갖는다. 이 패키징 기술은 시스템인패키지(SiP)와도 맞물려있는데 향후 5년간은 광통신부문에서 칩상에 웨이브 가이드를 구현하는 시도에 힘입어 그 가치를 풍미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터뷰-이춘흥 앰코코리아 기술연구소장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시스템 온 칩(SoC)냐 시스템 인 패키지(SiP)냐 하며 마치 경쟁적인 시각의 대상으로 부상하던 SiP가 이제는 SoC의 동반자적인 관계를 정립하고 있습니다.”
앰코코리아 기술연구소 이춘흥소장은 SiP가 알게 모르게 휴대기기나 무선기기에 접목되면서 시스템반도체 분야의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휴대폰의 경우 카메라·MP3·GPS·FM라디오 등의 멀티미디어 다기능화가 추진되면서 이를 담기 위한 소형화 노력이 중요해 지고 있습니다. 많은 기술적 노력과 비용을 투입한다면 SoC 형태로 가능하겠지만, 세트업계의 저비용 요구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을 고려할 때 SiP는 그 대안이 되고 있습니다.”
이 소장은 SoC가 기술적으로 SiP를 능가하는 것임에는 틀림없지만 디자인·라이브러리·장비·웨이퍼팹 공정기술·어셈블리·테스트를 모두 통합해야 하고 금속 층의 개수·유전물질·선폭에 대한 요구사항이 각 기능별로 다르기 때문에 효율이라는 측면에서는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하나의 방안으로 SiP가 제시되고 있고 현재로서는 상당히 효율적인 수단이라고 말했다.
“SiP를 필두로 패키징의 개념이 바뀌고 있습니다. 이제 패키징은 과거와 같이 단순히 옷을 입히는 작업이 아니라 최종 제품의 디자인까지도 고려해야 하는 수준까지 올라서 있습니다. 이 같은 변화는 반도체가 세트의 기능을 결정짓는 절대적인 요소로 떠오르는 것과 관련이 있으며, 특히 시스템반도체의 역할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패키징은 패키지만을 구현하는 첫 레벨 패키징과 이 패키지를 보드 상에 실장 하는 두 번째 레벨 패키징으로 구별된다. 과거에는 두 번째 패키징은 보통 아웃소싱하는 것이 주류였으나, 이제는 패키징 회사에서 시스템업체와 공동으로 두 번째 레벨 패키징을 담당한다.
“앰코코리아는 이 같은 추세 변화에 대응해 많은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으며, 국내 반도체업체들과의 협력을 대폭 강화하고 있습니다.”
최근 수년간 국내 팹리스 반도체설계업체들의 성장이 이어지면서 시스템반도체용 패키지의 중요성도 함께 커지고 있다. 정부까지 나서 반도체설계·파운드리·패키징 업체간 3박자 협력을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실 국내 벤처들이 디지털 반도체분야를 넘어 RF분야에서까지 경쟁력을 갖춰가고 있습니다. RF분야나 무선분야에 관련된 제품 개발은 반도체설계업체와 패키징업체간에 실시간 교류가 필요합니다. 다양한 모의실험을 거치지 않고는 제품 완성이 불가능하기 때문이지요. 시장예측을 근거로, 국내 팹리스업계의 차세대 제품 개발에 적극 협력해 나갈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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