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간 특허분쟁이 디스플레이에 이어 2차전지 분야로 확대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고 있다.
이미 등록된 특허는 대부분 일본 업체 것인 데다 출원된 특허도 압도적으로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차전지 분야는 디스플레이에 비해 국내 업체의 특허 확보 수준이 일본 업체보다 훨씬 뒤떨어져 일방적인 공세에 시달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차전지 특허 일본이 ‘독식’=13일 전자부품연구원이 발표한 ‘2차전지 특허분석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2차전지 관련 특허 현황은 매우 열악하다. 삼성SDI와 LG화학이 2500만셀 이상의 2차전지 생산설비를 갖춰 산업 규모는 일본에 이어 세계 2위를 확보했지만 대표적인 기술 자산인 특허는 그에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2차전지 국제 특허 출원 10대 기업 중 마쓰시타나 산요 등 일본 기업이 절반을 차지하고 있지만 국내 기업은 삼성 하나다. 더욱이 2차전지 산업에 미치는 영향력이 클 것으로 보이는 주요 특허 41개 중 26개를 일본 기업이 독식하고 있다.
산요는 세계 최대 2차전지 업체답게 국제 특허 출원은 2위며, 주요 특허 보유 순위는 단연 1위를 달리고 있다. 특히 일본 업체는 아사히카세이, 토넨, 후지필름 등 소재 업체가 많은 특허를 갖고 있어 원천 기술에 강점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허 분쟁은 멈춰 있는 시한폭탄=일본 2차전지 업체들이 국내 업체를 대상으로 이렇다 할 특허 소송을 제기한 사례는 아직 없지만 이는 잠시 멈춰 있는 시한폭탄에 다름 아니다.
전자부품연구원 관계자는 “일본 업체들은 크로스 라이선스를 목적으로 서로 중복된 특허를 갖고 있기 때문에 특허 소송을 내기 어렵다”며 “특허권 주장의 불똥은 상대적으로 특허 확보가 떨어지는 우리나라로 튈 전망이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들어 국내 2차전지 업체들이 일본 업체가 거의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는 소재 분야에 진출하면서 이러한 위험은 점점 커지고 있다. 특히 삼성SDI와 LG화학, SK 등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국내 2차전지 관련 업체가 대부분 중소기업인 점을 감안하면 특허 분쟁으로 인한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
◇대안은 틈새 공략=이처럼 2차전지 특허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처럼 위험하기 때문에 적극적인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
전자부품연구원은 앞으로 예상되는 특허 분쟁에 대비하기 위해 △존속 기간이 끝난 특허 조사 및 특허 출원 △특허별 권리범위 한정 가능성 조사 △기존 특허와 중복되지 않는 우회 특허 추진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업계의 특허 분쟁 대비도 발빠르게 이어지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2차전지 업체인 LG화학도 특허경영을 선언, 흩어져 있던 특허 관련 조직을 CTO 직속으로 통합하고 인력을 2배 이상 늘릴 방침이다. 삼성SDI 역시 2차전지 관련 특허 분쟁에 대비해 포괄적인 조사 작업에 착수했다.
장동준기자@전자신문, djj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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