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가 발표한 ‘발명진흥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정부와 과학기술계의 신경전이 팽팽하다.
지난달 말 나온 법률 개정안은 직무 발명 보상 기준을 사용자와 종업원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며, 지난 3일부터 22일까지 20일간 입법예고중이다.
과학기술계에서는 이 안에 대해 “정확한 발명 보상 기준이 개정안에서 빠져 있고 발명 사실을 기업에 신고해야 하는 의무 조항이 추가돼 현장 과학기술인 권익을 오히려 침해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반면 정부는 “종업원의 권익을 기존 법률에 비해 오히려 적극적으로 보호해 줄 뿐만 아니라 기업과 종업원이 상생할 수 있는 법안이 될 것”이라며 과기계의 반발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과학기술계 반발 확산=한국과학기술인연합은 최근 ‘발명진흥법 개정안을 전면 재검토하라’는 제하의 성명을 발표하고, 개정안 시행 보류 및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 단체는 발명진흥법 개정안이 기존 법에 명시된 ‘정당한 보상의 기준을 대통령령으로 정해야 하는 규정’ ‘자유 발명으로 간주된 규정’ 등을 삭제함으로써 앞으로 기술을 발명한 기업 종업원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사라지게 됐다고 주장했다.
박상욱 한국과학기술인연합 운영위원은 “개정안은 이공계 기피 현상을 없애기 위해 과학기술인들의 처우 개선 및 기술개발 활성화 등을 내세운 정부 방침과 다르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고영주 과기노조 위원장은 “발명진흥법에 대한 면밀한 검토 작업을 진행해 과기노조의 입장을 정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허전문가인 고영회 대한변리사회 이사는 “발명자 권익을 보호하는 가장 기본 수단인 발명 보상기준이 개정안에서 빠져 있고 발명 사실을 기업에 신고해야 하는 의무 조항이 추가되는 등 법안이 발명자인 종업원보다는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지적했다.
◇특허청, 더 나빠질 수 없다=특허청은 과학기술계의 이러한 반발을 어느 정도 예상했다는 분위기다. 개정안 내용을 상세히 들여다보면 적어도 현재의 법보다 나빠질 수 없는 데도 불구하고 일부에서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논란의 핵심인 ‘정당한 보상 기준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돼 있는 규정’을 삭제한 이유에 대해서는 이번 개정안에서 보상액과 보상 형태를 사용자와 종업원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법으로 명문화한만큼 굳이 대통령령으로 정할 필요까지 없었다며 반박하고 나섰다.
특히 문제가 된 ‘최저 발명 보상 기준’에 대해서는 “이 기준을 정했던 유일한 국가인 독일마저 최근 잘못을 인정하고 법 개정을 서두르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번 개정안에 반영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허청 산업지원정책과장은 “개정안에서는 사용자가 출원권을 종업원에게 승계 후 4개월 내 출원하지 않더라도 종업원이 향후 출원시 받게 될 이익까지 고려해 보상하도록 규정을 보강했다”고 설명했다.
◇17일 공청회 ‘분수령’=정부가 오는 17일 한국지식재산센터에서 개최하는 ‘발명진흥법 개정 공청회’에서 양측 간 치열한 공방이 이어질 전망이다.
특허청 관계자는 “과학기술계 등 각계 각층의 입장을 충분히 수렴할 방침”이라며 “이번 개정안에 반발이 심할 경우 일부 조항에 대해서는 현행 법 체계로 갈 수 있도록 검토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이번 개정안이 마무리될 경우 내년 초 임시국회를 거쳐 이르면 내년 하반기에 제도 시행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대전=신선미·조윤아기자@smshin, foran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