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과 IT-SoC협회는 국내 시스템반도체산업의 체계적인 육성을 위한 방안을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시스템반도체 주역 성장할 우수기업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는게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번 설문 조사는 지난 5월23일부터 6월10일까지 3주간에 걸쳐 실시됐으며 IT-SoC협회 회원사 중, 전문적으로 반도체를 설계, 수익을 올리는 30개 업체를 대상으로 했다. 설문내용은 시스템 반도체 사업 여건 및 개선점에 중점을 뒀다. 설문 응답 업체의 요구에 따라 비공개로 진행됐으며 26개 업체가 설문에 응답했다.
◇자금·인력난에도 성공 가능성 확신=주요 시스템반도체 업체들은 자금과 인력 부문의 어려움은 있으나, 향후 수년 내에 사업 성공가능성이 큰 것으로 확신했다.
응답 업체 92%는 한국 시스템반도체 산업이 성공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특히 절반이 넘는 52%는 그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해, 메모리반도체 산업에 이어 시스템반도체 산업이 우리나라의 차세대 먹거리로 부상할 것임을 확신했다. 업체는 시스템반도체 선진국인 미국, 일본, 대만 등과 자사 주력 품목을 비교해봤을 때, 기술 격차는 1.17년 정도라고 응답해 국내 업체들이 체감하는 선진국과의 격차는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시스템반도체 업체들이 겪는 어려움은 자금난과 인력난. 여타 업종과 유사한 수준으로 응답 업체 35% 가량이 자금 조달이 가장 어려우며, 31%는 인력확보가 애로사항이라고 답했다. <그래프1>
업계의 13%는 ‘제품 판로 개척이 어렵다’고 말했으며, 연구개발, 파운드리 이용의 어려움을 얘기한 곳도 각각 11%와 8%로 조사됐다. 국내 업체의 영세성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특히 설계 제품 생산과정에서 필요한 파운드리 이용이 최근 반도체 산업 불황으로 인해 다소 쉬워졌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안정적인 생산 라인 확보가 중요하다는데 인식을 같이했다.
◇산업간 협력강화 필요=반도체 수요처인 시스템업체와의 관계가 개선돼야 국내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의견이 강하게 제시됐다. <그래프3>
현재 시스템업체와 협력이 얼마나 잘 이뤄지느냐는 질문에 50%가 ‘보통’, 35%가 잘 안 된다고 답했으며 ‘잘되는 편’이라는 응답은 15%에 불과해, 현재 국내 시스템업체와 반도체 업체간의 협업이 미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양측이 협력이 잘 안 되는 이유에 대해서는 전체의 42%가 시스템업체들이 국내 반도체 기업보다는 외국의 유명 업체들을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 앞서 지난해 10월 IT-SoC협회가 조사한 ‘상장 및 등록 시스템업체 대상 부품 수요조사’에서는 같은 질문에 대해 시스템반도체 업체들의 ‘높은 개발비용’, ‘개발된 기술의 시장성 부족’, ‘적합한 공동개발업체 부재’ 등을 이유로 꼽았다.
이는 시스템 업체와 반도체 업체간에 협력은 필요하지만 서로 상대방 때문에 일이 잘 안 된다고 대답한 것이어서 상호 간에 의사소통이 더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업체들은 국산 반도체의 채택을 높이기 위해서는 시스템업체와 반도체 업체간에 공동 연구 개발을 정부 및 협단체 등에서 지원해야한다는 의견이 60%로 나왔다. 또한, 국산 반도체 활용시 시스템업체에 세제 지원(29%)을 해줘 사용동기를 높이자는 주장과 시스템반도체 품질 인증 제도 등을 도입해 부품 경쟁력을 강화하자는 견해(11%)도 나왔다. <그래프4>
특히 지난해 10월 IT-SoC협회가 조사한 ‘상장 및 등록 시스템업체 대상 부품 수요조사’에서 시스템 업체들도 ‘공동 개발의 필요성’에 대해 72%가 필요하다고 대답해, 이를 위한 제도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삼성전자와 매그너칩 등 시스템반도체 분야 대기업과는 ‘제품의 공동개발·공동마케팅’(48%)을 할 필요가 있으며 ‘기술·IP 라이선스’(44%)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는 현재 용역발주·수주의 관계를 넘어 대기업과 중소 벤처기업 간의 동반자적 관계가 바람직하다는 견해로 해석된다.
◇절반 이상이 국내 파운드리 사용=국내 주요 시스템반도체 업체들의 과반인 63%가 삼성전자, 매그나칩, 동부아남반도체 등 국내 파운드리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만과 중국의 파운드리 전문업체의 영업이 날로 강화되고는 있지만, 언어장벽 및 지역적인 문제 등으로 국내 파운드리를 선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업체들은 파운드리 선정할 때 ‘적정한 가격’을 가장 중요한 기준(36%)으로 꼽고 있으며 ‘공정의 안정성"(22%), ‘다양한 반도체 설계자산(IP) 보유’(19%) 등을 중요한 변수로 꼽았다.
현재 국내 업체들이 사용하는 웨이퍼는 대부분 8인치를 사용하고 있으며, 62%가 0.18㎛ 공정을 17%는 0.13㎛ 공정 등 첨단 미세 공정을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0.18㎛이 39%, 0.13㎛가 4%에 불과했던 것과는 큰 차이를 나타내는 것이며, 지난해 35%에 이르렀던 0.25㎛은 일 년 새 4%로 급락했다. <그래프5>
IT-SoC협회 이민영 팀장은 “국내 시스템 반도체 업체들이 휴대기기용 반도체에 집중되면서, 경박단소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미세 공정으로 설계 전환을 빠르게 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전용 파운드리 요구 많아=국내 파운드리 서비스에 대한 이용 비율이 과반을 차지했지만 설계업체들은 현재의 서비스 수준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전용 라인 확보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래프6>
시스템반도체 설계 업체들만을 위한 전용 파운드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48%로 1위로 나타났으며 파운드리 업체의 라인을 임대하거나 일정량을 확보해야한다는 의견(8%)을 포함하면 전용 생산라인에 대한 필요가 56%에 이르렀다.
전용 파운드리 설립이 많은 자금과 시간이 들어간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장에는 업체들의 시제품 생산을 위한 ‘멀티웨이퍼프로젝트(MPW)’ 및 ‘싱글런’ 등의 서비스가 확대되야 한다는 의견도 높은 비중(44%)을 나타냈다. 시제품 제작 지원 사업이 강화될 경우, 54%가 적극적으로 활용하겠으며 나머지 46%가 활용할 의사가 있음을 내비쳤다.
◇우수 인력 확보 어려워=이번에 조사에 응한 국내 시스템반도체 업체들에서 박사다 0.6명, 석사가 3.8명 정도인 것으로 나타나 석·박사급 인력 수급에 애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업체들은 현재 인력을 지인들의 소개를 통해 확보하는 경우가 31%로 많았으며 공모를 통한다는 응답은 26% 산학협력을 통한다는 의견은 17%로 나타났다. 이는 반도체 설계 인력의 절대적인 숫자부족으로 인력 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해 대부분 개인적인 관계를 통해서 우수 인재를 채용한다는 것이다.
업체들은 인력 충원에서 어려움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을 시스템반도체 전문 인력에 부족(52%)인 꼽았다. 그리고 그나마 유능한 인력들도 ‘대기업을 선호’(39%)해 벤처 기업 입장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우수 인력을 스카우트하는데 있어 임금이 비싸, 선뜻 채용하지 못한다는 의견도 6%로 나왔다. <그래프7>
이에 대한 대안으로 해외 인력 채용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강하게 대두됐다. 해외 인력 수입에 대해서는 61%가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반대는 12%에 불과했다. 선호하는 해외지역으로 인도가 35%로 선두였으며 중국(27%), 러시아(19%) 등 BRICs 국가의 인력을 활용하고 싶다는 응답이 많았다.
◇반도체설계자산(IP) 거래 활성화 필요=국내 시스템반도체 업체들은 IP를 대부분 자체 개발(52%)하거나 파운드리의 IP를 활용(31%)하는 것으로 응답해, IP 거래자 활발하지 않았다. 이는 국내 IP 시장에서 활용가치가 높은 IP가 많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업체들이 많이 활용하는 IP로는 ‘아날로그 및 RF’가 24%였으며 ‘프로세서 및 마이크로컨트롤러’가 19%인 것으로 집계됐으며 향후 활용하고자하는 IP로도 이들이 각각 23%, 22%로 조사됐다.
IP 산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58%가 핵심 IP 개발 지원이 가장 중요하다고 답했으며, 국내 개발 구입에 적극 나서야한다는 의견도 21%를 차지했다. IP 거래 활성화를 위해서는 유통을 위한 법제도 정비 이전에 쓸만한 IP 개발이 우선시 돼야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래프8>
◇정부 정책 대체로 만족=5점 만점 기준으로 업체들의 정부 정책에 대한 평가를 물은 결과 시스템반도체 붐 조성과 연구개발기원에 대해서는 3.66점과 3.15점을 줘, 보통 이상의 평가를 내렸다. 그러나 인력 양성이나 마케팅 지원은 각각 2.65점과 2.62점으로 불만족스럽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래프9>
업체들은 정부의 지원 사업이 대형 국책 과제 추진(8%) 보다는 중소 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한다는 의견이 92%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는 그동안의 정부 연구개발과제들이 상당부분 연구소와 대기업 중심으로 이뤄져 중소기업에는 실질적으로 참여기회가 적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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