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화상상봉` 신호음 울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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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5 남북한 이산가족 영상 상봉은 어떻게 이뤄질까.’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경쟁적으로 준비하기’로 합의한 ‘이산가족 영상 상봉’의 구체적 방법을 모색하기 위한 정부 당국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통일부는 20일 KT·삼성전자 등 관련 업체의 기술전문가들을 불러 남북 이산가족 영상 상봉을 실현하기 위한 네트워크와 영상회의시스템 등 인프라에 대해 점검하고 다양한 기술적 방법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영상전화를 통한 방법에 큰 기술적 걸림돌이 없는 것으로 분석했다. 영상전화는 휴대폰으로도 가능할 만큼 기술적으로 어렵지 않고 이미 북한에는 평양-개성, 평양-금강산 간 전용회선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북측에서 금강산이나 개성지역에 영상면회소를 설치하겠다고 하면, 추가로 전용회선을 매설할 필요는 없다. 반면 선로 상태가 안 좋아 영상 상봉에 애로가 있을 경우에는 위성으로 전송,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북측이 금강산이나 개성지역에 영상회의·전화를 갖춘 ‘영상면회소’를 별도로 설치할 경우, 영상 질을 높이기 위해 남측에서 선로나 장비를 일시적으로 제공하는 방안도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얼마나 많은 이산가족이 상봉 기회를 갖도록 하며, 이때 어느 정도까지 영상의 질을 지원하느냐에 따라 준비 정도는 달라진다는 것이다.

 통일부 이산가족과 담당자는 “매년 두세 차례 직접 대면으로는 이산가족들에게 고른 상봉의 기회를 주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대부분 고령이어서 움직이기 어려운 분도 많다”면서 “많은 가족이 만날 수 있도록 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방법을 모색중”이라고 설명했다.

 상봉 가족 수를 최대한 늘릴 수 있는 방법을 택하겠다는 취지다.

 고경빈 통일부 사회문화교류국장은 “7∼8가지 방법을 놓고 고려중이나 (북측과) 추가적인 논의를 해봐야 할 것”이라면서도 “남북이 합의한 장소에 스튜디오와 카메라를 설치해 이산가족들이 직접 모니터를 보며 대화하는 방식도 생각할 수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되도록이면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결국 실시간으로, 많은 이산 가족이, 높은 영상화질로 상봉하기 위한 시스템과 네트워크 구성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통신 전문가들은 기존 전용회선을 이용한 LAN 방식의 영상전화나 영상채팅 수준이면 기존 대학이나 연구소에 깔려 있는 인프라를 활용해 면회소를 해당 기관에 설치하면 된다고 보고 있다. 카메라가 설치된 컴퓨터 앞에 앉아 말이나 문자를 주고받을 수 있는 시스템만 갖추면 되는 것. 이 방식은 추가적인 투자 비용이 적고 여러 지역에서 활용할 수 있지만 인터넷 회선을 외부와 연결하지 않는 북한으로서는 위험 부담이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효과적이고 장기적 관점에서는 광케이블을 연결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KT 측은 “개성공단이나 주요 도시에 광케이블을 연결해 안정적인 인프라를 구축해 놓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TV수준의 영상화질을 보장하고 많은 이산가족이 접속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네트워크 인프라 고도화가 필요하다는 제안이다.

 이 외에도 이동식 영상면회소를 각 지역을 돌며 운영하거나 장기적 관점에서 이산가족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해 별도의 서버를 두고 자유롭게 접속하도록 하는 방법도 제시됐다.

 업계 한 전문가는 “이번 기회를 통해 북한의 IT인프라와 기술 고도화를 지원하고 이산가족뿐만 아니라 남북 당국자 간 회의로도 확대해 IT가 남북한을 연결하는 촉매제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지연·손재권기자@전자신문, jyjung·gj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