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종합미디어콘텐츠서비스그룹 KT’로 거듭날 수 있는 새로운 비전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KT를 잘 안다는 IT업계 한 원로의 제언이다. KT는 민영화 이후 그동안 새로운 수익모델 발굴과 장기 비전마련에 주력해왔다. 하지만 아직까지 만족할 만한 평가를 받지 못했다.
KT 내부에서 조차 지난해 8월 이용경 KT 사장이 민영화 2주년을 맞아 내놓은 중장기 사업 전략인 ‘미래비전 2010’을 두고도 ‘미완의 전략’이라 할 정도로 미진했다는 평가다. 이 사장 스스로가 “시간이 부족하다”며 연임을 주장하는 근거였던 이 전략은 ‘아직 완성되지 않은 상태’다. 지난 한해 동안 전략의 골격을 잡았다면 올해에는 하나 둘 구체적 실행 계획이 나와야 한다.
그러나 남중수 사장이 새 사장에 오르면 이 중장기 비전은 어떤 형태로든 손질이 가해질 수 밖에 없다는 게 지배적 관측이다. 그동안 KT 안팎에서는 ‘미래비전 2010’을 두고 ‘실체가 없다’는 비판을 해왔다.
연간 5000억원이나 신성장동력에 투입하겠다고 했지만 실제적으로 투자처가 명확하지 않았다는 것.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 것은 ‘와이브로’ 뿐이고 그나마 가시화된 것은 ‘u시티’ 전략을 기반으로 한 NI·SI 컨설팅 사업 정도. 나머지 유무선 통합포털이나 콘텐츠 배급·유통은 내부 이견 조율에 아직도 발목이 잡혀 있고 IPTV와 트리플플레이서비스(TPS)는 방송계의 반발에 제동이 걸렸다.
충분히 성장동력이 될 수 있는 부동산 사업 역시 홈네트워크와 연계해 빛을 발할 수 있었지만 안팎의 눈치만 보고 구체화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남사장에 새로운 ‘리더십’과 ‘미래 전략’을 요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민영 1기가 그 기반을 닦았다면 이제는 공격적으로 나가야 할 실행 무기들을 내놓을 때가 됐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남 사장이 우선적으로 그룹 콘텐츠·포털 사업에 대한 밑그림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한다.
새롭게 추진하고 있는 와이브로와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등 유·무선·디지털 플랫폼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IPTV·홈엔 등 통·방 융합 비즈니스에 대한 전략적 해법을 위해서는 공격적인 콘텐츠 사업을 추진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KTF 사장 시절 ‘도시락’ ‘핌’ ‘매직엔’ 등을 통해 엔터테인먼트사업에 대한 전략적 접근을 강조해왔고 소니·비방디그룹 모델을 쫓아가고 있는 SK텔레콤과의 전면전을 위해서는 대형 포털 및 영상업체 인수합병(M&A)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급감하는 유선시장 매출에 대한 대응 전략으로 유·무선·방송 결합과 트리플플레이서비스(TPS) 전략도 구체화시켜야 한다. SK텔레콤과 티유미디어의 협공, 하나로텔레콤과 두루넷 합병, 데이콤과 파워콤의 공조,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들의 공략에 대응하기 위한 대안들도 내놓아야 한다. 지상파DMB와 인터넷전화(VoIP) 등을 활용한 프리미엄 서비스가 우선적으로 고려될 수 있지만 이들에 대한 로드맵부터 다시 짜야 한다.
또 한가지 축은 유선 인프라의 극대화다. 시내전화와 초고속인터넷망을 중심으로 가정내 모든 IT·전자 서비스의 중심으로 KT가 통합하는 ‘u홈’전략을 보다 공격적으로 펼쳐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민영1기 경영진이 보편적 서비스 제공자로서 여론의 눈치만 보고 결국 ‘공익성 미비’라는 철퇴를 맞았다면, 민영2기는 공격적 투자와 병행하는 기존 자산의 재평가와 활용방안은 숨죽인 KT에 큰 활력을 불러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남 사장이 내정 소감으로 밝힌 ‘뉴KT비전’에 대내외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지연기자@전자신문, jy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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