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인터넷 등 IT인프라 구축에서는 세계 어느 국가보다 공격적이던 우리나라가 차세대 망 투자에서는 일본에 계속 뒤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보통신부는 광대역통합망(BcN) 전략을 수립하고 시범사업을 하며 각 사업자에게 망 투자를 유도했으나 ‘약발’이 먹히지 않으면서 한·일 인프라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일본의 FTTH 투자는 정부가 주도하기보다는 사업자 간 ‘서비스 경쟁’에 의해 유도된 것이기 때문에 향후 격차는 더욱 커질 것으로 분석된다.
◇한일격차 심화 왜?= 일본은 차세대 인프라 구축이 사업자끼리 경쟁하고 정부가 밀어주는 선순환 구조를 이루고 있는 데 반해 한국은 ‘정부 주도’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통신사업자들은 “기존 인프라에 FTTH라는 중복되는 인프라를 대규모로 전개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한국의 KT와 하나로텔레콤 등은 지난 2000년 ADSL 및 VDSL에 약 10조원에 가까운 투자를 단행했으나 투자비 회수가 미진해 차세대 망 투자를 꺼리고 있으며 IPTV 등의 투자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신규서비스는 정부 내 엇박자로 진출이 막혀 있다.
일본의 사업자 현황 조사 결과 FTTH 서비스 경쟁을 유도하면 FTTH 투자는 경쟁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판단된다. 일본은 야후BB나 KDDI처럼 후발사업자의 도발적인 서비스 출시 및 경쟁적 망 투자가 차세대 망 경쟁에 불을 질렀다는 평가다.
일본에서 ADSL 보급에 선두 역할을 한 소프트뱅크 야후BB도 FTTH를 지난해 10월 단독주택 위주로 공급하기 시작했으며 올 3월에는 아파트용 FTTH와 TPS 공급을 시작했다.
이 회사는 인터넷·인터넷전화·셋톱박스를 모두 이용한 VoD·채널방송을 한꺼번에 제공하고 있으며 2개월간 무료로 체험하는 행사를 마련, 가입자가 급상승중이다. 지난해까지 공격적으로 영업하던 ADSL 광고도 올해 들어 중단했다.
KDDI히카리플러스도 킬러 서비스를 인터넷전화로 보고 전체 가입자의 80%가 인터넷전화를 동시에 가입하도록 유도했다. 이 회사는 단독주택 및 연립에 FTTH 보급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진기화 한국FTTH산업협의회 팀장은 “일본은 ADSL을 사용하는 것보다 FTTH에 인터넷전화까지 쓰면 전체 통신요금이 줄어든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며 “또 헤비유저가 아니라 가족을 타깃으로 마켓을 형성하는 점도 시사점이 크다”고 분석했다.
◇ FTTH 방식도 달라=한국과 일본은 FTTH 접근 방식도 다른 것으로 조사됐다. 일본은 연립 및 단독주택에는 순수 FTTH를, 아파트 및 밀집지역에는 랜 방식을 설치하고 있다. 일본이 한국에서는 유사FTTH 및 광랜으로 불리는 랜(AON+LAN)을 FTTH에 포함시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또 한국과 달리 핵심 칩의 경우 자체 개발하지 않고 외국에서 수입하기로 방침을 정했으며 FTTH 기술도 GE-PON 방식을 채택했다.
하상용 한국전산원 팀장은 “일본 방식이 한국과 비교, 반드시 낫다고 볼 수는 없으나 저렴하게 보급해 FTTH를 활성화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사업자와 정부가 정책을 짜고 있다”며 “일본 방식은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많다”고 말했다.
손재권기자@전자신문, gj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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