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춘호 지음, 도서출판 해여림 펴냄
“인간의 꿈은 언제나 현실보다 높은 곳에 있으므로 이루기가 매우 어렵지만 꿈이 없는 삶은 삶이 아니다. 꿈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 인생은 훨씬 가치 있게 되고, 크나큰 시련과 고통의 삶 속에서도 빛나는 기쁨이 넘쳐나게 된다.”
40년 가까이 출판업계에 몸담아온 나춘호 선생의 자서전 ‘뜻이 있으면 길이 있다’의 첫장에 나오는 글이다. 아무리 커다란 시련이 닥쳐도 이루고자 하는 꿈이 있다면 견딜 수 있고, 또 무언가를 이뤄내는 기쁨도 얻을 수 있다는 게 나 선생의 지론이다. 그에게 있어 꿈은 도전의식에서 비롯된다.
이 책은 1973년 도서출판 예림당을 설립한 이후 출판업계의 흥망성쇠를 같이해온 세월을 담담하게 그려냈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그의 모습은 다른 이들에게 용기를 북돋워 준다. 특히 췌장에 이상이 생겨 시한부 선고를 받았으면서도 새로운 일을 마다하지 않는 도전정신은 독자들을 경건하게까지 한다.
저자의 도전정신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일들 중 하나가 1984년 예림당을 운영하던 당시 출판업계 최초로 업무 전산화를 시작한 일이다. 지금은 찾아보기도 어려운 286컴퓨터 4대와 프린터 등을 구입하고 프로그램을 설치했다. 출고와 재고량, 서점별 거래 내역까지 파악할 수 있어 당시로서는 혁명적인 시스템이었다. 예림당의 업무 전산화는 출판계의 화제가 돼 다른 출판사에서 벤치마킹을 하기도 했다.
이 책은 2003년 3월 31일부터 10월 20일까지 7개월에 걸쳐 신문에 연재한 것을 근간으로 가필해서 출간한 것이다. 책 출간과 시기를 같이해 오랫동안 공들인 끝에 경기도 여주군 산북면 상품리 산자락에 ‘해여림 식물원’을 열었다. 저자는 식물을 통해 사람들에게 정신적인 에너지와 기쁨을 주는 일이야말로 다시 도전해 볼 만한 가치있는 일이라고 여겼다.
나 선생은 2001년 한국 출판인 최초로 국제출판협회 상임이사로 피선, 아시아태평양출판협회장 3회 연임,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 부회장을 2회 연임했다. 1973년 설립한 어린이책 전문 출판사인 예림당을 키워오며 중국, 홍콩, 동남아 등지에 저작권을 수출, 국내 도서수출에 새로운 장을 개척했다.
전경원기자@전자신문, kwj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