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일년 동안 더게임스를 통해 연재됐던 ‘게임컬렉션: 세계를 뒤흔든 불멸의 게임’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총 45편이 소개됐고 PC와 콘솔 등 여러 플랫폼을 통틀어 세계 여러 나라의 개발사와 개발자들에게 많은 영향을 준 작품만을 엄선해 연재했다.
여기에는 ‘테트리스’ ‘팩맨’부터 시작해 ‘디아블로’, ‘스타크래프트’, ‘심시티’, ‘문명’, ‘윙 코맨더’ 등 PC게임과 ‘바이오 하자드’, ‘귀무자’, ‘파이날 판타지’, ‘그란투리스모’, ‘철권’ 등 국내에서도 유명한 작품들이 주를 이뤘다.
이들 작품들은 시리즈로 계속 발매되는 것도 있으나 명맥이 끊긴 타이틀도 있다. 완성도가 높고 작품성이 뛰어나면서도 흥행이 보장돼 예술 영화처럼 관객의 외면을 받는 일은 없는게 대부분이다. 출시만 되면 수백만장은 기본으로 팔리는 ‘흥행보증수표’이기도 한 것이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온라인 게임에서 ‘리니지’와 ‘미르의 전설 2’, ‘라그나로크’를 선별해 국내 온라인 게임이 해외에서 어떤 활약을 했고 게임의 탄생 비화를 자세히 들여다 봤다. 그렇다면 이들 게임들은 도대체 어떻게 세계를 장악해 게임사에 당당히 이름을 남겼을까? 냉수 한 사발 떠놓고 달님에게 빌기라도 했단 말인가.
# 단순히 운이 좋아서
놀랍게도 운이 좋아서 게임이 뜬 경우도 있다. 가장 좋은 예가 ‘카운터 스트라이크’다. 왜냐하면 이 작품은 원래 ‘하프 라이프’의 모드였고 개발사가 모드 툴 킷을 무료로 공개하지 않았다면 ‘카운터 스트라이크’는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순수한 공개 게임으로 만들어 무료로 배포했기 때문에 유저들 사이에서 급속히 퍼져 나갔다.
게다가 이 게임은 오로지 멀티플레이만 지원한다. 따라서 누군가는 서버를 만들어 줘야 하는데 이에 대한 부담도 유저들이 스스로 짊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운터 스크라이크’의 인기는 엄청났다. 게임이 워낙 재미있었던 부분도 크지만 여러 모로 운이 많이 작용한 케이스다.
이 작품을 기점으로 모드에 대한 관심과 개발 열풍이 일어 났으나 대부분 성과가 없었다. 그리고 ‘카운터 스트라이크’도 상업적으로 변질되면서 유저가 이탈해 개발자는 오히려 많은 것을 잃고 말았다.
# 시기를 잘 탄 게임
시기를 잘 타는 것은 게임에 국한되는 얘기가 아니다. 모든 것은 때를 잘 선택해야 한다. 영화도 그렇고 소설도 그렇다. 정치는 물론이고 학교 반장 선거도 시기를 잘 타야 당선될 수 있다.
게임 컬렉션의 많은 작품들은 출시할 시기를 잘 골라 태어났다. ‘워크래프트’는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의 장르가 막 인기를 끌 무렵 나타나 시장을 선점했다. 그리고 블리자드 개발진들은 온라인을 이용한 멀티플레이로 눈을 돌렸다.
인터넷이 태동할 시기에 ‘디아블로’와 ‘스타크래프트’를 만들어 큰 성공을 거둔 것이다. 그들이 만든 배틀넷은 모든 온라인 게임의 근간을 이룬다. ‘토니 호크의 프로스케이터’는 토니 호크의 유명세와 익스트림 스포츠의 붐을 타고 성공했다. ‘귀무자’는 PS2 타이틀이 몇 개 없을 때 혜성처럼 나타나 백만장 이상 팔렸다. ‘스맥 다운’은 프로레슬링의 인기를 등에 업었다.
온라인 게임도 시기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다. ‘리니지’의 선점 효과는 새삼 말할 필요도 없다. 아무리 우수한 온라인 게임이 뒤를 이어도 ‘리니지’의 아성을 넘지 못하는
첫번째 이유가 선점이다.
이는 ‘미르의 전설 2’가 중국에서 인기를 얻은 것과 같은 이유고 ‘라그나로크’가 세계 30개국 이상으로 진출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새로운 콘텐츠에 대한 욕구가 발생할 시기에 온라인 게임보다 훌륭한 대안은 없었다.
# 순수한 작품성도 높아
그렇다고 순전히 운이 좋았고 출시 타이밍만 잘 맞췄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들 작품들은 매우 독창적이었고 시대를 앞서 나갔으며 유저의 성향을 이끌고 나갔다.
‘테트리스’는 지금 시점에서도 매우 획기적인 작품이다. 3개의 조각이 위에서 천천히 떨어져 빈틈이 없이 조각이 맞춰지면 그 행이 사라진다는 컨셉트는 창조의 극치다. 물론 이 게임도 기본 개념을 보드 게임에서 얻었지만 이를 PC게임으로 만들 생각은 감히 누구도 하지 못했다.
그것도 자유로운 사고방식이 팽배한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라 구 소련에서 개발된 것은 시시하는 바가 깊다. 단순함의 끝을 보여준 ‘테트리스’는 세계적으로 성공했던 구 소련의 유일한 작품이다.
이 외에도 새로운 개념과 참신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게임은 많다. ‘심시티’는 도시를 건설한다는 설정이었고 ‘로드 러너’는 땅을 파서 도망가는 게 기본 플레이었다. ‘문명’은 유저가 하나의 문명을 이끌어 나간다는 것이었고 ‘둠’은 FPS의 무한한 가능성을 처음으로 선보인 작품이었다.
‘울티마’는 PC게임의 가능성을 알리며 게임 유저들이 개발자의 길을 걷도록 만들었고 ‘파이널 판타지’와 ‘메탈 기어 솔리드’는 영화의 속성을 게임에 접목한 타이틀이다. 자유도의 극치를 보여준 ‘GTA’는 지금 시점에서도 놀라운 작품이다.
# 재미는 당연히 기본
게임에서 절대 전제는 재미다. 아무리 작품성이 뛰어나도 재미가 없으면 게임이 아니며 존재 가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역사적인 작품들은 기본적으로 재미가 뛰어났고 중독성이 강했다.
‘가브리엘 나이트’는 호러 게임의 재미를 알렸고 ‘바이오 하자드’는 이를 완성했다. ‘귀무자’는 액션의 재미가 절정에 달해 있었고 ‘버추어 테니스’는 실제 테니스 보다 재미있었다. 달리는 쾌감에 성공한 ‘그란투리스모’ ‘릿지레이서’는 레이싱 장르의 최고봉이다.
골프 게임의 대중화를 선포하고 유일무이한 캐주얼 골프 게임 ‘모두의 골프’는 ‘팡야’와 ‘당신은 골프왕’으로 영향력을 행사했다. 격투 게임의 양대산맥에는 ‘철권’과 ‘버추어 파이터’가 있었다. 가상의 캐릭터로 격투의 대리만족에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한 이들 작품이 없었다면 현실은 훨씬 더 폭력으로 얼룩져 있지 않았을까?
또 비행 시뮬레이션의 교과서 ‘팰콤’, 롤플레잉 장르의 아버지 ‘마이트 앤 매직’. 한 장의 게임으로 북미 유저를 사로잡은 ‘슈퍼 마리오’ 등 무엇보다도 확실한 재미가 보장돼 있는 것이 특징이었다. 재미가 없는데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며 게임 플레이에 몰두할 유저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김성진기자 김성진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