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bil talk]모바일 시대로 건너온 공룡들

얼마전 SK텔레콤이 엔씨소프트와 모바일 게임 합작회사를 설립한다는 기사가 일부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뒤이어 ‘실무진에서 몇 번 미팅이 있었을 뿐 합작회사 설립에 대해 논의된 것은 전혀 없다’는 해명이 나왔지만 요즘 들어 SK텔레콤 등 매머드급 기업들이 콘텐츠 업계로 발을 넓히고 있다는 것은 분명 사실이다.

그 첫 발이 놓인 곳은 다름아닌 모바일 게임 시장이다. SK텔레콤 외에도 넥슨이 엔텔리전트 지분 100%를 인수했고 지난해 9월에는 CJ인터넷이 KTF와 ‘차세대 모바일 게임 사업협력’에 대한 제휴를 맺었다. 여기에 SK텔레콤이 GXG, KTF가 지팡이라는 전문 사이트를 개설해 3D 모바일 게임 시장을 잡기 위한 경쟁 체제에 돌입했고, KT에서는 수백억원대의 모바일 중심의 문화 콘텐츠 펀드 조성 의사를 밝혔다.

이동통신사업자의 콘텐츠 시장 참여는 수익과 진입 장벽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방송 시장에서 알 수 있듯 SO(System Operator)가 PP(Program Provider)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사례는 흔한 일이다. PP가 방송 송출 시스템을 갖춰 SO가 되기란 불가능한 미션이지만, SO가 방송프로그램을 하나 제작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현재 모바일 게임 판매 수익의 80% 이상을 개발사가 가져가는 상황에서 이동통신사가 직접 모바일 게임 제작에 나선다면 5배 이상의 수익이 보장됨은 물론, 회선을 쥐고 있는 자로서 개발사보다 우위를 점하게 될 것은 분명하다.

주목할 점은 현재의 이 같은 흐름이 이동통신사에만 국한돼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넥슨 등 온라인 게임을 주로 개발해 서비스해온 기업들이 새로 모바일 시장에 뛰어드는 배경에는 개발 편이성이나 수익 때문에 뛰어드는 이동통신사와 달리, 모바일 게임 시장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깔려 있다. 어느 순간 온라인 게임사의 모바일 게임 개발은 보편적인 현상으로 인식되었고 최근에는 보다 적극적으로 모바일 게임 개발사를 인수·합병하는 경향도 두드러진다.

공룡들의 등장으로 인해 모바일 게임판은 구조적인 변화를 눈 앞에 두고 있다. 더불어 모바일 게임 시장의 파이도 확대될 것이다. 현재까지 한국 모바일 게임 시장은 리딩 기업의 연 매출이 100억원을 약간 상회할 정도로 조그만 기업들이 모여 경쟁하던 시장이었다. 그 안에서 매년 150%에 달하는 성장을 이뤄왔고, 올들어 여러 대기업의 참여로 인해 향후 시장 규모는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다.

한편으로는 시장에서의 자연스러운 구조 조정이 예상된다. 부지기수로 늘어나 난립으로까지 표현되던 모바일 게임 업계의 구조조정을 통해 실력이 없거나 재정이 튼튼하지 못한 기업은 퇴출될 것이다. 모바일 게임 시장 역시 실력있고 재정이 튼튼한 기업이 생존하는 시대가 열리기 시작했다. 생존을 위한 치열한 경쟁없이 비교적 조용히 풀만 뜯어먹고 살던, 즉 초식동물끼리 공존하던 모바일 게임 시장은 거대한 육식공룡의 유입으로 인해 이제는 서로 먹고 먹히는 공격적인 경쟁과 마케팅이라는 새로운 환경 아래 놓이게 됐다.

온라인 게임 시장에서 그랬던 것처럼 치열한 레이스가 있을 것이고, 그 레이스를 따라가지 못하는 기업은 퇴출될 것이다. 그리고 그 레이스가 끝났을 때쯤 도달해 있을 한국 모바일게임 시장의 규모와 수준은 지금의 온라인 게임 시장 못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쓰리넷 성영숙 사장 one@e3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