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방-게임사 또 다시 격돌

PC방과 게임 업계가 또 다시 힘겨루기에 들어갔다.

넥슨이 최근 새 요금제인 프리미엄 정량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PC방 단체인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선 것.

넥슨측은 새 요금제에 대해 일부 PC방에서 불만이 있을 수 있지만 이전보다 한층 명료해진 가격정책이라며 장기적으로는 PC방 업주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반해 IPCA는 넥슨이 협회와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요금을 발표한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기존 정액제와 정량제를 병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양측은 현재 한발도 물러서지 않고 대립하고 있어 게임업계에서는 제2의 카스 사태가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넥슨은 이미 지난 7일부터 프리미엄 정량제 예약가입 이벤트에 들어가는 등 정량제 도입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넥슨은 오는 24일 마감하는 이번 이벤트를 통해 상품별로 최대 30%의 추가 보너스 시간을 제공하고 각종 사은품과 경품을 제공하고 있다.

이에 대해 IPCA는 홈페이지를 통해 회원들을 대상으로 예약가입을 유보할 것을 권유한데 이어 대책위원회를 소집하고 15일 최종적으로 넥슨의 정액제에 반대키로 입장을 정리하는 등 발빠른 대응에 나섰다.

양측은 15일 오후 IPCA가 넥슨을 항의방문을 하면서 협상 테이블에서 만났지만 결국에는 아무 소득없이 서로간의 의견차이만 확인하고 21일 2차 협의를 갖기로 합의했다.

IPCA는 최근들어 ‘카운터스트라이크’의 스타일네트워크를 비롯해 ‘월드오프워크래프트’ 블리자드코리아 등 주요 게임 업체들과 잇따라 불협화음을 빚으면서 불매운동을 벌여 게임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PC방업계가 이같이 게임업계와 마찰을 빚고 있는 것은 근본적으로 PC방 업계가 처한 현실 때문이다. 현재 PC방은 1000원 정도의 요금을 받고 있는데 여기에 정액할인요금, 마일리지 등을 감안하면 실 요금 수준은 800원선에 불과하다. 여기에 유료게임에 지불되는 IP당 요금을 다시 제외하면 PC 1대당 건질 수 있는 시간당 수익은 600원 정도에 불과한 셈이다.

임대료, 인건비, 전기세, 감가상각비 등을 제외하고 나면 손에 남는 것이 없게 된다. 따라서 PC방 업주들에게 있어서 유료게임의 과금문제는 생존이 걸린 문제여서 민감하게 받아드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게임업계 입장에서도 일반 게이머를 대상으로 한 유료화가 쉽지 않은 가운데 PC방 과금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선뜻 PC방 업계의 요구를 받아주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번 사태에서도 IPCA는 넥슨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정액요금제와 프리미엄 정량제의 병행을 요구하고 있고 넥슨도 새로운 요금제의 도입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어서 양측은 앞으로 적지 않은 진통을 겪을 전망이다.

양측의 갈등이 계속돼 급기야는 요금제 강행과 이에 따른 불매운동이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이어질 경우, 결국에는 양측은 물론 PC방 이용자들까지 원하는 게임을 하지 못하는 피해를 보게 된다. 계속되는 PC방과 게임업계의 갈등은 결국에는 게이머들의 외면으로 이어져 게임 산업 전체에 그림자를 드리우게 될 것이다. 양측이 머리를 맞대고 상생할 수 있는 묘안을 짜내야할 시점이다.

◆인터뷰-남영욱 넥슨 PC방 영업본부장

이번 넥슨의 새로운 PC방 요금제는 전에 비해 한층 명료해진 요금 체계로 PC방 영업주들에게 합리적인 영업 계획을 세울 수 있게 해 주는 것으로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인 반응을 얻을 것으로 전망한다.

이번 PC방 정량 요금제는 기본적으로 PC방 업주들의 의견을 반영해 도입하게 된 것이다. 많은 PC방이 ‘리니지’, ‘월드오브워크래프트(WOW)’ 등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사용한 만큼 납부하는’ 정량제를 선호한다. 이번 새로운 제도는 PC방 업주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해 보다 많은 업주들에게 이득을 줄 수 있는 제도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새로운 정책이 발표된 이후 반응을 보더라도 사용시간이 많아 납부해야 할 요금이 다소 증가하는 일부 대형 PC방의 경우 항의를 표한 경우가 있기는 했지만 현재보다 적은 요금을 납부하게 되는 대부분의 PC방에서는 환영의 뜻을 내비치고 있다.

신규 정량 요금제는 타 주요 경쟁사에 비해 많이 저렴한 가격이며 통합 정량 상품뿐 아니라 개별 정량 상품도 준비해 PC방 입장에서 선택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이번 변경으로 인해 50% 이상의 PC 방에서 전보다 더 적은 요금을 내게 되며, 더 많이 내게 되는 곳은 사실 그리 많지 않은 수준이다.

게임의 라이프사이클을 고려할 때 인기 게임이 언제까지나 많은 유저수를 동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새로운 PC방 정량 요금제는 넥슨으로서도 큰 리스크를 감수하고 결정하게 된 것이다. 제도 변경 이전에 시뮬레이션을 해 본 결과, 넥슨이 이번 요금제 변경을 통해 이득을 보는 부분은 없으며, 오히려 현재 인기를 끌고 있는 ‘카트라이더’ 등의 유저수가 하락할 시 매출 하락이 동반될 수도 있다.

보다 원활한 제도의 정착을 위해 넥슨은 업주들을 위한 다양한 할인 혜택을 늘려 나가고 있으며, 현재 시간권 구매에 따라 20~30%의 예약 가입 할인 혜택 외에도 다양한 ‘우수 고객 혜택’ 등을 함께 마련할 예정이다.

새로운 제도가 도입될때 따르는 진통은 어디에든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당장의 변화에 대해 불안해 하는 업주들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새 정량제는 장기적으로 더 많은 이들에게 이득을 줄 수 있는 제도다.

◆조광혁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 사무국장

최근 넥슨에서 일방적으로 시행을 예고한 새로운 요금제도에 대해 전국 PC방 업주들은 상당한 혼란을 겪고 있고 불만 표출도 주저하지 않고 있다. 이유는 넥슨이 그동안 유지해온 요금제도에 비해 새로운 요금제도가 업소에 따라서는 상당한 추가요금을 부담할 수밖에 없도록 불합리하게 책정됐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PC방에서는 업소의 현실에 따라 넥슨존과 카트존 등의 요금제를 선택적으로 구입, 사용하고 있었으나 이번 통합과금제의 경우는 기존의 선별 선택적인 요소는 모두 제외하고 오로지 통합정량제만을 강요하는 PC방 업계의 현실을 무시한 일방적인 요금제다.

이는 ‘카트라이더’의 인기에 편승해 불과 10%도 안되는 일부 업주들의 의견을 대다수의 PC방 업주들의 의견인양 치장해 실질적으로 요금을 인상하려는 시도이며, 향후 출시될 게임에 대해서도 자유로운 경쟁이 아닌 일부 히트게임에 통합해 강제로 서비스를 강요하는 부당한 상업적 전략에 목표가 있다고 판단된다.

이에 한국 인터넷PC문화협회에서는 넥슨의 통합과금제를 단호히 거부하며 다음과 같이 입장을 정리했다.

넥슨에서 새롭게 서비스 하려는 ‘프리미엄 정량제’ 주장처럼 업계를 위한 요금제라면 기존의 요금제도와 함께 신규 요금제도를 편성해 PC방 업주들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보장해 줄 것. 이동통신업계도 요금제의 신설이나 폐지시 기존 이용자가 기존 요금제를 계속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현재 넥슨의 홈페이지에 공지된 요금제 안내는 신용카드를 이용한 자동이체 시에만 적용되는 요금이다. PC방 업주로 하여금 최저의 이용요금만 공지해 전체 이용요금을 오인케하는 만큼 현재 공지된 홈페이지 요금 안내를 즉각 삭제하고 전체 이용요금(정상 이용요금+부가가치세)을 고시하라. 이와함께 넥슨에서 시행하는 할인제도에 따른 요금표를 함께 공지해 오인의 소지를 없애야 한다.

또 현재 넥슨에서 주장하는 새 요금은 PC방 업계에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는 고액으로 생각되는 바 협회와 협의해 재조정해야 할 것이다.

<황도연기자 황도연기자@전자신문>